수리비 올리고 수수료 안 깎고… 애플 배짱과 무시 사이 [IT+]

이혁기 기자 2024. 4. 2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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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IT 언더라인
아이폰 짝사랑과 홀대론➋
배터리 수리비 크게 오른 아이폰
지난해에만 사실상 3차례 인상
앱 개발사도 애플 고집에 진땀
韓 소비자 ‘애플 짝사랑’ 끝날까

# "신제품 출시는 매번 늦다. 애플 스토어 수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다른 국가보다 제품 가격이 비싸다." 우리가 '아이폰 짝사랑과 홀대론' 1편에서 애플이 정말로 한국 소비자를 홀대하는지 살펴본 결과입니다. 한국에 마니아가 숱하고, 아이폰을 선호하는 MZ 소비자들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의 정책적 행보는 아이러니합니다.

#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란 점입니다. 애플은 최근 들어 아이폰의 수리비를 연거푸 올렸습니다. 애플의 장터(앱스토어)에서 사업하는 앱 개발사들도 한숨을 쉽니다. 애플이 한국에서 높은 수수료를 고수하고 있어서입니다. 한국의 '애플 짝사랑'은 언제쯤 끝날까요? '아이폰 짝사랑과 홀대론' 2편에서 이 문제를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애플은 한국 소비자를 홀대하는 경향이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엔 숨은 '애플 마니아'가 많습니다. 이들은 스마트폰은 아이폰, 이어폰은 에어팟, 태블릿PC는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을 고수합니다. 이들 덕분일까요?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애플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2020년 20.0%에서 지난해 25.0%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애플은 이런 한국시장을 홀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한국은 단 한번도 애플의 1차 출시 국가에 뽑힌 적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신제품이 나오면 3주~한달을 기다려야 하죠. 애플 매장인 '애플 스토어'도 부족합니다.

현재까지 국내에 총 7개의 애플 스토어가 있는데, 이마저도 전부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제품 가격도 다른 국가와 차이가 큽니다. 주요 국가 대비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15만원가량 더 비쌉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아이폰의 수리·교체비는 유독 한국에서 비쌉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를 보죠. 그해 3월 애플은 아이폰14 시리즈를 제외한 나머지 모델의 배터리 교체비용을 인상했는데, 한국에선 7만9200원에서 11만3200원으로 42.9% 끌어올렸습니다.

이는 미국과 영국(29.0%), 일본(31.0%)보다 높은 인상폭입니다. 가격 인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3월 말에는 아이폰 수리비를 10% 할인해주는 혜택도 종료했습니다.

사실상 3월에만 수리 관련 비용(배터리 교체비 인상+수리비 할인혜택 종료)을 두차례 끌어올린 셈인데,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9월엔 배터리 교체비를 6.0% 더 인상했습니다(12만9000원). 반년 새 교체비가 7만9200원에서 12만9000원으로 62.9% 오른 셈입니다.

박찬대 의원은 "그해 9월에 영국은 배터리 교체 비용을 105파운드에서 95파운드로 인하했다"면서 "왜 한국에선 인상했는지 애플의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애플은 지난해에만 아이폰 배터리 교체비를 3차례 인상했다.[사진=뉴시스]

소비자만 차별을 받는 게 아닙니다. 앱 개발사들도 홀대를 받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자세히 살펴볼까요? 지난 3월 애플은 유럽의 앱스토어 정책을 바꿨습니다. 기존엔 앱 개발자가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았을 때, 수수료 명목으로 판매비의 30.0%를 애플에 지불했는데, 이를 20.0 %까지 낮추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애플이 개발한 결제시스템이 아닌 외부 결제시스템을 쓰는 것도 허용했습니다. 외부 결제시스템을 사용하면 애플에 지불하는 '결제 처리 수수료(3.0%)'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위한 정책 변경입니다. 한국의 앱스토어 수수료율은 30.0%로 변함이 없습니다. 애플은 소비자가 유료 결제 시 애플의 결제시스템만을 이용해야 한다는 원칙도 한국에선 고수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애플의 이같은 행위를 '수수료 갑질'로 규정하고 205억원의 과징금과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애플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이 유럽국가만 수수료율을 낮춰준 이유를 지난 3월 EU가 시행한 디지털시장법(DMA)에서 찾고 있습니다. 애플·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이 시장지배적 입지를 이용해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자사 서비스를 강제하는 걸 금지하는 게 DMA의 핵심입니다. 이 법을 어기면 빅테크 기업은 연 매출의 최대 10.0%를 벌금으로 내야 합니다. 이같은 '과징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애플이 유럽국가에 한해 앱스토어 수수료율을 낮췄다는 겁니다.

물론 애플이 한국을 덜 신경 쓰는 덴 또다른 이유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일본의 통신시장이 한국의 2~3배고, 중국은 20배가 넘는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면서 "가치가 더 큰 시장에 더 많은 자본과 혜택을 투입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앱 개발사도 애플의 높은 수수료로 인해 고민에 빠져 있다.[사진=뉴시스]

신 교수는 그러면서도 "한국 시장 규모 자체가 과거에 비해 많이 커진 것도 사실"이라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현재 한국 시장은 애플의 신제품 1차 출시국에 단골로 꼽히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못지않게 성장했다. 게다가 우리의 젊은 세대가 애플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 장기적으로 봤을 땐 애플 점유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에 따라 애플도 한국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질質을 높이는 데 속도를 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처럼 애플은 한국 소비자에게 인색한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아이폰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거나, 느닷없이 수리 비용을 인상하는 등 그 방법도 '애플스럽지' 않습니다.

시장 규모가 아직 작아서라곤 하지만, 한국에 '애플 마니아'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입니다. 애플이 외면하는 한국 소비자의 '애플 짝사랑'은 끝날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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