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심판'과 싸우는 선수들?…'세계 최초 도입' ABS 존은 완벽할까
"현장 목소리 반영 부족" 지적…"시즌 후 충분한 논의·협의 필요"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올 시즌 도입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은 판정 논란을 최소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었다. 사람의 눈이 갖는 한계점을 보완하면서 심판과 선수들의 감정싸움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여전히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로봇 심판'의 판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셈이다.
시즌 초반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경기력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며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지난주엔 베테랑 류현진(37·한화 이글스)과 황재균(37·KT 위즈)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4일 KT전에 선발 등판했던 류현진은 3회말 조용호의 타석에서 볼 판정에 의문을 표했다. 그는 "거의 같은 높이였는데 어떤 공은 볼이고, 어떤 공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황재균은 26일 SSG 랜더스전에서 삼진 아웃 판정을 받은 뒤 헬멧을 내동댕이쳐 퇴장 조치 당하기도 했다. ABS 존에 불만을 터뜨려 퇴장을 당한 첫 사례였다. 해당 공은 낮게 제구됐는데 SSG 포수 이지영이 포구하지 못했다.
현장에서의 불만은 개막 이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구장 별로 존이 다르게 적용된다는 의혹에, 심지어는 같은 구장에서도 존이 다른 것 같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KBO는 류현진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다음날인 26일 이례적으로 ABS 데이터를 공유했다. 류현진이 의문을 표한 공의 경우 ABS의 중간 존 하단을 0.15㎝ 위로 통과했으나, 끝면 존 하단을 0.78㎝ 차이로 통과하지 못해 볼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ABS는 투수의 변화구 궤적 등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홈플레이트 중간 면과 끝 면의 스트라이크 존을 모두 통과해야만 스트라이크로 인정된다. 두 존 중 한 번이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볼이다.
KBO는 '구장 별로 존이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구장 별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KBO 관계자는 "같은 코스의 좌표로 공을 던졌을 때 구장별로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테스트하고 조만간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본적으로 ABS 존에 오류가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사람의 '감'이 기계보다는 정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공 역시 1㎝도 되지 않는 차이로 존을 통과하지 못했다면, 육안으로는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다만 현장의 목소리도 전혀 이해 못할 이야기는 아니다. 수년 간 통용되던 '존'과 새로운 존 간의 괴리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민철 MBC 해설위원은 "현장에서는 충분히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시각적이나 체감적으로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면서 "다만 그들이 시스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담백하게 느낀 그대로를 이야기했다고 본다"고 했다.
정 위원은 "최초 존 설정 자체에 이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존을 설정했다면 사람보다는 정확할 수밖에 없지 않나"면서 "적응 기간, 과도기를 지나면 차차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장과의 충분한 교감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10개 구단 단장들의 회의로 의결된 내용이지만, 정작 실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의 의견을 얼마나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아쉬움이다.
ABS 존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는 이들도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선수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담기지 않았고, 적응할 시간도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KBO도 여지를 남겼다. KBO 관계자는 "시즌 중은 어렵지만, 시즌이 끝난 이후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재논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정민철 위원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시즌이 끝나고 면밀한 논의와 협의를 거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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