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샤넬백은 못 사도 이건 가능해"… 달라진 명품 소비

김인영 기자 2024. 4. 2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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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명품 브랜드 립스틱, 립밤 등의 '스몰 럭셔리'에 빠진 MZ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갤러리아백화점 내 명품 브랜드 향수 코너에서 제품을 구경 중인 소비자들의 모습. /사진=김인영 기자
"명품 브랜드인데 5만원 수준이니까 사게 되네요."

백화점 명품 브랜드 뷰티 코너에서 만난 20대 여성 A씨는 립스틱 구매 사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A씨뿐만이 아니다. 최근 MZ세대는 명품 브랜드 립스틱, 커피 코스, 티 오마카세 등 스몰 럭셔리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잡았다.

스몰 럭셔리는 명품이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소비하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10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방을 판매하는 브랜드에서 나온 20~40만원대 향수나 10만원을 훌쩍 넘는 한우 오마카세보다 저렴한 3만원대 티 오마카세 등을 즐기는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향수 브랜드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3% 늘었다. 해당 기간에 니치 향수를 구매한 MZ세대 고객 비중은 전체 고객의 80%를 차지했다. 명품 브랜드 향수 가격도 낮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브랜드의 가방이 몇백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20~40만원대 향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진다. 명품 브랜드 립스틱, 향수 등은 같은 브랜드의 옷, 가방보다 훨씬 저렴해 최근 스몰 럭셔리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명품백 대신 명품 화장품을 산다?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명품 브랜드 Y사의 립스틱을 구매한 A씨는 제품 구매 사유에 대해 "일단 케이스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명품 브랜드 뷰티 제품을 구매 중인 고객들의 모습. /사진=김인영 기자
지난 22일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에서 명품 브랜드 Y사의 립스틱을 구매한 A씨는 제품 구매 사유에 대해 "일단 케이스가 마음에 들었다"며 "명품 브랜드인데 5만원 정도니까. 살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국내 로드샵 브랜드 립 제품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하지만 케이스가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이고 각인도 해주기 때문에 나만의 립스틱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꼭 1~2개의 립스틱은 명품 브랜드로 구매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종종 지인에게 선물할 일이 있으면 명품 브랜드 립스틱이나 립밤 중에서 고른다"며 "4만~5만원대로 명품을 선물할 수 있으니까 선물용으로 나쁘지 않은 가격대"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럭셔리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명품 매출 증가율(5%)보다 4배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구찌의 립스틱은 기존 6만2000원에서 6만3000원으로 인상됐다. 사진은 구찌 쉬어 립스틱 제품의 모습. /사진=구찌 홈페이지
명품 화장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자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 2월1일 샤넬은 뷰티 제품 가격을 5~10% 인상했다. 샤넬의 립스틱 루쥬 코코의 가격은 기존 5만5000원에서 5만9000원으로 올랐다. 구찌도 마찬가지다. 구찌는 이미 지난해 립스틱·향수 등 일부 뷰티 제품 가격을 올렸다. 립스틱은 기존 6만2000원에서 6만3000원으로, 매그놀리아 향수는 100㎖ 기준 기존 24만3000원에서 26만4000원으로 인상됐다.

이 같은 가격 인상에도 소비자들의 명품 브랜드 사랑은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명품 브랜드 뷰티 제품에 대한 선호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국내 뷰티 기업인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도 프리미엄 제품을 공개하며 MZ세대 공략에 나섰다.

LG생활건강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의 '비접 자생 에센스', 숨 37도의 '마이크로 액티브' 신규 라인이 대표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헤라의 '블랙 쿠션', '센슈얼 누드 글로스' 등의 프리미엄 라인으로 명품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다.



나를 중시하는 MZ세대가 선택한 스몰 럭셔리


스몰 럭셔리는 뷰티 제품에 이어 티 오마카세, 커피 코스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알디프 도산 티 라운지'에서 판매 중인 티 오마카세 제품의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뷰티업계에서만 스몰 럭셔리가 두드러진 것은 아니다. 한우 오마카세, 스시 오마카세, 파인 다이닝 등 고가의 코스 요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티 오마카세, 커피 코스에도 소비자가 몰리고 있다.

압구정에 위치한 '알디프 도산 티 라운지'에서 운영 중인 티 오마카세는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MZ세대에게 인기다. 류경형 알디프 본부장은 티 오마카세 주 소비층에 대해 "주로 MZ세대 여성이 많이 온다"며 "부모님을 모시고 오거나 연인, 친구 등과 방문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알디프 도산 티 라운지'에서 제공되는 티 오마카세 가격은 차 3.5잔과 티 푸드를 제공하는 기준으로 3만5000원이다. 이와 관련 류 본부장은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가격 측면에서 허들이 있었다"며 "하지만 90분 코스를 즐긴 고객 대부분이 프랜차이즈에서 즐기는 것보다 티 오마카세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평한다"고 전했다.

이어 "티 마스터의 1대1 서비스, 고객 한 사람에게 맞춘 커스터마이징 서비스이기 때문에 오히려 코스를 경험한 고객은 합리적인 가격대라고 말한다"며 "무엇보다 자신만을 위한 고급스러운 시간을 누릴 수 있어 많은 고객이 재방문한다"고 밝혔다.

티 오마카세를 즐긴 소비자들은 "처음엔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90분 코스에 이 가격이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1잔당 가격으로 나누면 오히려 다른 카페보다 낫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물가 시대에도 스몰 럭셔리 호황인 이유


경제 불황에도 MZ세대는 '가심비'를 누리기 위해 스몰 럭셔리 소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고물가와 경제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스몰 럭셔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한다혜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불황기에는 한정적인 자원으로 극도의 만족감을 느끼고 싶어한다"며 "그래서 스몰 럭셔리가 인기를 끄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큰 사치 대신 작은 사치로 '가심비'(가격대비 심리적 만족)를 누리려는 현상은 불황기의 대표적인 소비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MZ세대의 경우 불황과 고물가를 마주하면서 느낀 우울함을 작은 사치로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나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스몰 럭셔리 소비를 인증하고 기록하면서 기분을 전환하고 타인에게 과시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것.

한 연구위원은 "경제 불황이 지속되는 한 스몰 럭셔리 열풍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영 기자 young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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