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텅텅… ‘6000억 혈세’ 레고랜드, 2년째 적자

이성현 기자 2024. 4. 2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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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유명한 테마파크라서 연차를 내고 서울에서 왔는데 다시 방문할 생각은 안 드네요."

28일 오후 강원 춘천시 레고랜드 코리아(레고랜드·사진)에서 만난 김모(여·45) 씨는 "10살 아들과 큰 기대를 하고 와서 그런지 생각보다 인상적이지는 않았다"면서 "초등학교 1∼2학년 정도 아이들이 즐길 만한 시설 위주여서 아들이 또 오자고 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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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기 순손실 1년새 177억 늘어
작년 입장객 수, 목표치 3분의1
고용인 650명 70%는 비정규직
지자체, 재원확보 없이 공사추진
전문가 “성과 치중해 강행” 지적

춘천=글·사진 이성현 기자 sunny@munhwa.com

“워낙 유명한 테마파크라서 연차를 내고 서울에서 왔는데 다시 방문할 생각은 안 드네요.”

28일 오후 강원 춘천시 레고랜드 코리아(레고랜드·사진)에서 만난 김모(여·45) 씨는 “10살 아들과 큰 기대를 하고 와서 그런지 생각보다 인상적이지는 않았다”면서 “초등학교 1∼2학년 정도 아이들이 즐길 만한 시설 위주여서 아들이 또 오자고 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문순 전 강원지사 시절인 2022년 5월 5일 문을 연 레고랜드가 다음 달이면 개장 3년째에 접어들지만 관광객 유치 등 기대 이하의 초라한 성적표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는 레고랜드 개발 과정에서 기반시설 조성 1240억 원, 레고랜드 진입교량 860억 원, 토지매입과 직접 투자 1960억 원, 문화재 발굴·금융비용을 포함해 총 6000억 원 이상의 혈세를 투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지역 관광산업을 이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적자를 이어가면서 지역사회에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레고랜드는 2023년 494억4500만 원의 매출을 신고했다. 이는 개장 첫해인 2022년 622억900만 원보다 127억6400만 원이 감소한 것이다. 당기 순손실은 110억7300만 원에서 288억5600만 원으로 177억8300만 원이 증가하는 등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주요 원인은 입장객 수가 애초 목표에 크게 미달했기 때문이다. 윤민섭 춘천시의원이 춘천시로부터 받은 2023년 지역 주요 관광지 관광객 수에 따르면 레고랜드는 63만2871명이 방문해 목표를 크게 밑돌았다.

강원도와 레고랜드는 연간 200만 명 관광객 유치와 직간접 고용 창출 8000명 등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뚜껑을 열자 관광객이 당초 예상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 것이다.

레고랜드 고용 인원 역시 650명에 불과하고 이 중 70%는 비정규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레고랜드 실적 부진과 관련, 성과 과시에 매몰된 지방자치단체의 밀어붙이기식 사업 추진이 불러온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도는 사업 추진 당시 재원 확보 없이 일단 공사를 시작한 후 레고랜드 주변 상업부지를 개발·매각해 공사비를 조달하는 방식으로 재무 구조를 설계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로 계획이 차질을 빚자 레고랜드를 운영하는 영국 멀린이 도를 대신해 직접 공사를 진행하고 도는 총사업비 2600억 원 중 800억 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협약이 변경됐다.

레고랜드 1년 매출이 400억 원을 넘으면 도 출자기관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임대수익의 3%를 배당금으로 받는 조건이다. 이를 두고 시설 지분 30.8% 보유한 GJC가 임대 수익의 3%만 받는 것은 전형적인 불공정 계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멀린은 시설 지분 69.2%를 보유하고 있다.

홍형득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은 경제성보다 정치 논리에 치우쳐 정확한 사업성 검토 없이 혈세를 투입하는 사례가 많다”며 “레고랜드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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