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야당 대표 회담 성과는?···30년간 두 번뿐
역대 대통령들은 지지율이 하락하거나 주요 정책 처리를 앞두고 제1야당 대표와 회담을 했다. 대통령들은 이런 회담을 ‘조커’ 같은 최후의 카드로 활용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담이 성과를 낸 사례는 단 두 번에 불과하다.
특히 모범 사례로 꼽히는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대표의 회담은 2000년에만 7차례 이뤄졌다. 여러 번의 소통 끝에 결과가 나온 셈이다. 기존 사례를 보면 짧은 만남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가장 적극적으로 제1야당 대표와 만난 대통령이다. 임기 중 총 8차례 야당 대표와 회담을 했고, 그 중 7번이 이회창 전 대표였다. 김 전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을 야당과의 대화를 통해 풀어가려 했다. 2000년 4월24일 회담에서 국민 대통합 정치, ‘영수회담’ 수시 개최 등 11개 의제에 합의했다. 영수회담 수시 개최는 이후 정국을 풀어가는 열쇠가 됐다.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의약분업으로 의료 대란이 벌어지자 2000년 6월 영수회담을 통해 돌파했다. 의약분업을 예정대로 추진하되 약사법을 개정하기로 이 전 대표와 합의하면서 의료대란 출구를 확보했다. 여소야대, 의정 갈등 등의 상황이 현 윤석열 정부와 흡사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야당 대표와 만나 성과를 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9월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을 통해 ‘세계 금융위기 공동대처’ 등 7개 항목의 합의를 이뤄냈다. 반면에 그에 앞서 2008년 5월 손학규 당시 통합민주당 대표를 만났을 때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미 쇠고기 협상을 앞두고 손 전 대표를 만났다. 이 전 대통령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서 처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손 전 대표는 한·미 쇠고기 협상을 문제 삼아 이 전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외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은 대부분 소통했다는 명분만 확인하거나 이견만 드러내고 끝나는 자리였다. 1996년 4월18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회담했다. 김 전 총재는 “오해가 많이 풀렸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별다른 회담 성과나 합의문은 없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두 차례 제1야당 대표를 만났다.
노무현 정부 때도 영수회담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5년 9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만나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박 대표가 수락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때는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와의 회담이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함께 만나는 3자 회동만 있었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회담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4월13일이다. 남북정상회담을 2주 앞둔 시기였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와 만났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홍 전 대표는 북핵 폐기, 한·미동맹 강화 등을 강조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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