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욕보이는 野 ‘유공자법’ 독주[포럼]

2024. 4. 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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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관련자 가운데 '민주유공자'를 선별해 본인과 자녀에게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혜택을 주는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주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이처럼 절차적 무리수를 두면서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은 민주유공자에 대한 명예 훼손이다.

민주유공자법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본인은 물론 부모와 자녀까지 지원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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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前 한국국제정치학회장

민주화 관련자 가운데 ‘민주유공자’를 선별해 본인과 자녀에게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혜택을 주는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주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이처럼 절차적 무리수를 두면서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은 민주유공자에 대한 명예 훼손이다.

왜 민주유공자법이 필요한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희생되신 분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하자는 정책을 무조건 반대하는 국민은 없다고 본다. 지난 2021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이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고, 당시 민주당은 이 법안을 냈다가 차가운 여론에 스스로 철회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후 법안 통과를 또 강행한다.

그렇다면 민주유공자는 누구인가. 이번 법안은 대상자를 ‘1964년 3월 24일 이후 반민주적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해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기여한 희생 또는 공헌이 명백히 인정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상자 중 민주유공자를 어떤 기준으로 선별할지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없다는 점이다. 이른바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결정된 사람은 1만364명이고, 이들 중 심의 대상자가 911명 정도인데 향후 늘어날 전망이다.

어떠한 예우가 필요한가. 민주유공자법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본인은 물론 부모와 자녀까지 지원하는 법이다. 이 법에 따라 민주유공자로 인정되면 본인과 자녀가 대학 입시전형에서 특별전형의 대상이 되고, 재활 서비스와 민간 노인요양시설 이용료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자녀에게 대입 우대 혜택을 주는 것은 과도한 특혜다. 2000년 이후 민주화 유공자 4988명이 받은 보상금이 이미 1100억 원이 넘는다.

어떻게 선별해 지원할 것인가. 가장 큰 한계는 법률에 구체적인 심사 기준이 없어 유공자 선정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권위주의 정권 아래 부당하게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은 이들을 구제하기 위함이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자도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라 민주유공자로 선정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또한, 법안에 심사 기준을 명시하지 않고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고, 보훈심사위 심의·의결을 의무 사항이 아닌 재량 사항으로 두고 있는 점도 문제다.

민주유공자법이 국민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투명성·형평성·공정성이 전제돼야 한다. 우선,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 법안의 독소 조항과 중대 흠결을 보완하는 등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거쳐야 한다.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는 반국가·반체제 인사들이 민주유공자로 선정돼서는 안 된다. 또한,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주유공자가 북한군에 맞서며 조국을 지킨 국가유공자와 유사한 예우를 받는 것은 안 된다. 나아가 이런 중차대한 법안을 야당이 수적 우위를 악용해 제21대 국회 막바지에 강행 처리한다면 그 행위 자체가 공정성을 훼손하는 우(愚)를 범하는 것이다.

민주유공자에게 명예와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제22대 총선 결과가 민주유공자법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의미하진 않는다. 국가유공자법안 상정에 앞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는 여야의 노력을 기대한다.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前 한국국제정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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