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 결함’은 스포츠의 적[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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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소속 A 선수는 10년 이상 땀을 흘려 쌓아 올렸을 자신의 야구 인생이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산산이 부서질 위기에 처했다.
한 야구인은 "후배 선수들에게 죄가 있다면, '선배 잘못 만난 죄' 아니겠나"라고 분개했다.
SSG 선수단 내에서 선배의 입지를 앞세워 폭행과 집단 체벌 문제로 야구계가 분노로 들끓은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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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소속 A 선수는 10년 이상 땀을 흘려 쌓아 올렸을 자신의 야구 인생이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산산이 부서질 위기에 처했다. 한 선배의 거부할 수 없는 ‘부탁’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프로 데뷔 후 1·2군에 머문 A 선수는 B 선배로부터 SNS 메신저로 연락을 받았다. “병원에 가서 수면제 좀 처방받아라”라는 내용. 의료법 위반임을 잘 알고 있었던 A 선수가 “정말 안 되겠다”고 거부하자 B 선배는 폭언에 폭력까지 행사했다. 결국, A 선수는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아 건넸다. A 선수뿐 아니라 같은 팀 7명이 추가로 B 선배로부터 불법 대리 처방을 부탁받았다. 이들은 모두 협박과 폭언, 폭력 등을 견디지 못했다.
B 선배는 두산 출신의 야구인 오재원이다. 오재원은 지난 17일 마약 투약 및 향정신성의약품 대리 처방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오재원은 현역 시절 타 팀 팬들에게 ‘밉상’의 이미지였다. 경기 중 과도한 세리머니, 타 팀과의 신경전을 자주 벌인 탓이다. 그러나 두산 팬들은 그의 근성과 투지를 높이 샀고,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그를 대우했다. 오재원은 프로 데뷔 후 16년 동안 줄곧 두산 유니폼만 입었고, 핵심 내야수로 7시즌(2015∼2021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3차례 우승(2015∼2016년·2019년)을 하는 데 공헌했다. 두산 구단 역시 ‘원 클럽 맨’ 오재원을 극진히 아꼈다. 그가 갖은 구설에 휘말릴 때도 그를 앞장서서 보호했고, 2022년 10월 8일엔 성대한 현역 은퇴식까지 열어줬다.
그러나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아니 폭탄을 던졌다. 스스로 타락한 것도 모자라 후배들까지 끌고 들어갔다. 프로 세계에서 어떻게든 버티고자 노력하는 후배들에게 잔인한 지시를 내렸다. 후배 선수들은 국가대표까지 지내고, 소속팀의 감독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는 베테랑 선수의 뜻을 거역하기가 쉽지 않았다. 두산은 배신감에 치를 떤다. 현재 두산 선수단 분위기는 쑥대밭이 됐다. 이번 일에 휘말린 선수들은 정상 참작이 있더라도 앞으로의 선수 커리어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 야구인은 “후배 선수들에게 죄가 있다면, ‘선배 잘못 만난 죄’ 아니겠나”라고 분개했다.
SSG 선수단 내에서 선배의 입지를 앞세워 폭행과 집단 체벌 문제로 야구계가 분노로 들끓은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프로야구계는 선수단 내 위계에 의한 사고가 터질 때마다 관련 대책을 쏟아냈지만, 기대만큼 효과는 없었다. 이러한 적폐는 하루속히 근절돼야 한다. 프로야구단처럼 폐쇄성을 가진 조직에선 문화가 바뀌기까지는 끈기, 그리고 일관성이 요구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야구계는 선수단 내 위계에 의한 폭력과 강요, 가혹 행위 등이 일어나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단호한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구단은 선수들이 입단 초기부터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고, 스포츠맨십을 존중하는 선수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울러 피해자가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고 피해 사실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줘야 한다. 상식과 교양, 인성이 갖춰지지 않은 선수는 스포츠계의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프로야구 구성원들이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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