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산불피해지 복원, 과학·상식에 기반해야

2024. 4. 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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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소나무 숲이 참 많다. 산을 오르다보면 이따금 바위 틈새에 자리잡아 늠름하게 줄기와 가지를 뻗고 있는 소나무를 보고 감탄하게 된다. 소나무 숲을 거닐 때 은은하게 퍼져 오는 솔향은 우리 마음을 평안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소나무 숲은 우리에게 귀한 송이 버섯이며 쓰임새가 다양한 목재 등을 제공한다. 이런것들이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를 꼽는 이유라 생각한다. 소나무는 애국가에 나오는 유일한 나무이기도 하다. 남산 위에 ‘저 참나무’가 아니라 ‘저 소나무’인 것은 그만큼 오랫동안 한국인의 삶 가까이서 많은 영향을 미쳐왔던 나무가 소나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 가운데 자리잡은 소나무 숲의 면적은 그간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100여년 전에는 남한 입목지 중 78%의 면적을 차지하였으나, 현재는 전체 산림면적의 26% 정도로 줄어들었다. 과거에 비해 많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지난 50년간 사람이 심은 소나무는 약 1억그루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는 현재 전국의 소나무 총 16억그루 중 6% 가량이다. 다시말해 나머지 94%는 자생적으로 자라난 것이다. 이와 같이 상당한 면적 변화가 있었지만, 소나무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산림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년간 대형산불이 자주 발생하면서 소나무 숲이 도마에 오르는 일이 많아졌다. 송진 등 정유 성분으로 인해 소나무가 화재에 굉장히 취약하다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그렇더라도 불이 난 곳에는 다시 소나무를 심으면 안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이 타당할까? 활엽수 숲이라고 해서 불에 타지 않는 것이 아니며, 지역 여건상 소나무가 중요한 경제 자원이거나 소나무 외 다른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곳도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10년간 산불이 발생한 주요 원인은 입산자 실화, 논·밭두렁 소각 등 사람에 의한 게 66.8%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산림의 26%가 소나무 숲인데 이곳에 불이 나게 한 사람이 잘못이지 소나무에게 죄가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또한, 대부분의 소나무 숲이 자생하는 것임에도 마치 그동안 소나무를 많이 심어서 대형산불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림의 66%는 개인 또는 법인 소유이다. 그래서 산불피해지를 복원할 때 생태적인 면도 고려해야 하지만 산주의 의견도 동시에 경청해서 추진하는 게 합당하다. 이때 거버넌스가 매우 중요하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산불피해지 복원에 앞서 먼저 ‘산불피해지 복원 추진협의회’를 구성하게 된다. 복원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자문을 받고, 지역 주민과 산림소유자, 시민·환경단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며, 최종적으로 협의회 결과에 따라 지자체에서 연차별로 복원계획을 수립해 시행한다.

소모적인 논쟁을 해소하고 사회적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거버넌스는 바람직하며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 2022년 대형산불 피해지에서도 협의회가 운영됐는데, 최종 결정된 복원 방법을 보면 인공복원 면적 비율이 45%, 자연복원 면적 비율은 55%이었다. 일각의 문제 제기처럼 피해지 복원이 인공복원 위주로 추진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이다. 무엇보다 산림은 다양한 경제·사회·환경적 가치를 지닌 공간이다. 그렇기에 인공복원과 자연복원 어느 한 쪽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현장 여건에 맞게 각각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해는 다행히 예년에 비해 산불 피해가 현저히 적다. 어느덧 곡우를 지나 입하를 앞두고 있다. 우기가 오기 전까지 철저한 산불예방이 우선이다. 산불피해가 발생한 곳은 과학과 상식에 기반한 복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정이다.

조우 상지대학교 조경산림학과 교수

kwonh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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