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의 세상만사 <19>] 일본의 오커스 참여…AI 등 첨단 기술 기반 군사 혁신 협력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4. 4. 2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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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은 서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관련해 양국의 협력이 한 단계 높아질 것임을 보여줬다. 일본 자위대와 주일 미군 간 연계 강화를 포함해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과 더불어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센카쿠열도에 대한 미·일 안전보장조약 적용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관심을 끌었던 것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동맹)에 대한 일본의 가입을 위한 논의 시작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오커스는 중국의 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맞서기 위해 지난 2021년 9월 미국, 호주, 영국 등 3개국이 결성한 안보 협력체다. 당시 호주가 프랑스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던 차기 잠수함 사업을 파기하고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원자력잠수함을 도입한다는 전격적인 발표는 많은 국가를 놀라게 했다. 1958년 미국이 영국에 대해 핵 기술을 이전한 이후 처음으로 자국의 핵 기술을 다른 국가에 이전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계약 파기 대상이 된 프랑스는 격렬하게 항의했으며, 중국 역시 자국에 대한 공격적인 대응에 대해 우려와 불편함을 강하게 내비쳤다. 3년의 시간이 흐르는 사이에 호주에 제공되는 원자력잠수함은 영국의 설계를 기반으로 건조하기로 합의됨에 따라 미래의 영국과 호주는 동일한 원자력잠수함을 운용하게 됐다. 2023년부터 호주의 잠수함 관련 민·군 인력들이 미국과 영국의 잠수함 기지 및 잠수함 제조 업체에 투입돼 경험을 축적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잠수함 신규 건조에 따른 각종 인프라 구축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2030년대 후반이 돼야 배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 해군은 최근 원자력잠수함의 호주 기항을 확대하고 있으며, 2027년부터 호주에 미 해군 잠수함을 상시 전진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공학박사,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오커스는 원자력잠수함의 공급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내부적으로는 보다 폭넓은 사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2021년 오커스의 출범을 알리는 백악관의 공식 문서 끝에는 사이버 역량,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및 수중 드론 등의 기술적 분야에 대한 확대를 추구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중국과 군사적으로 맞서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 역량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국과 호주의 경우 앵글로 색슨 해양 국가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첨단 기술 공동 개발 및 대규모 투자 참여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미국은 2022년 4월 5일 오커스의 형태를 필라(pillar) 1, 2로 나눈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오커스의 최초 가입국인 호주, 영국, 미국을 지칭하는 필라 1의 경우 더 이상 회원국을 확대하지 않으며, 원자력잠수함의 경우 필라 1 국가 간에서만 제공 및 협력하는 것이다. 필라 2의 경우 앞서 언급한 사이버 역량, AI, 양자 기술 및 수중 드론 이외에 극초음속, 전자전, 정보 공유 및 민간 기술을 활용한 군사 혁신 등을 범주로 설정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술적 요소를 필라 2에 집중시키고 이와 관련된 국가들을 필라 2에 가입시킨다는 구상이었다.

미국, 군사기술 분야 동맹국 간 협력 모색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이와 같은 군사기술에서의 국가 간 협력을 모색하고 나선 이유는 중국의 기술 도약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6월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분석에 따르면 필라 2 영역에 해당하는 23개 기술 가운데 19개 기술은 중국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강대국의 기술 경쟁이 첨예하게 진행되는 극초음속 분야의 경우 논문의 50% 이상이 중국에서 간행되고 있으며, 관련 10대 연구기관 가운데 7개가 중국에 소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미국으로서는 이와 같은 중국의 발전을 단독으로 저지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으며, 이를 동맹국과의 협력으로 보완한다는 구상으로 오커스에 필라 2를 신설한 것이다.

기술력과 자금력을 보유한 국가가 필라 2에 가입한다는 것은 중국과의 대립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보상과 유인책이 필요하다. 미국은 이를 위해 그동안 타국에 전혀 공개하지 않던 전자전과 관련한 기술 및 노하우의 경우 필라 2 국가에 대해서는 개방할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주력 전투기인 F-35의 경우 소프트웨어가 매우 중요한데 미 공군용과 타국 판매용에 차이를 뒀었는데 이것 역시 필라 2 국가에 대해서는 업그레이드를 통해 미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공급할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대신 필라 2에 포함되는 국가는 미국이 주도하는 개방형 시스템 아키텍처에 따라 신규 무기를 제작·개량함으로써 미국과의 합동작전 능력을 향상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또한 지휘·통제 부문에 있어서도 상호 운용성을 높여 미군이 동맹국과 공동작전을 전개하는 데 있어 장애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도 부가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커스(미국·영국·호주의 안보 동맹)는 일본이 AI 등 첨단 기술에 초점을 맞춘 오커스 ‘필라 2’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4월 10일 워싱턴 D.C.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 AP연합

이와 같은 미국의 필라 2 구상에 대해 당초 영국과 호주는 반대했다. 원자력잠수함이라는 전략무기의 공유 사업만 해도 장기간에 걸쳐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하고 대상도 확대할 경우 사업의 복잡성만 증가하고 원자력잠수함 사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에 대한 영국과 호주의 뿌리 깊은 불신도 존재하고 있다.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일본의 정보 보호 및 기술 안보는 상당히 취약한데 이런 일본을 필라 2에 가입시킬 경우 전략적 기술과 정보 등이 일본을 통해 중국으로 누설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파이브 아이즈(Five-Eyes,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개국의 정보 공유 동맹체) 국가로서 정보 공유와 비밀 엄수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해왔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생각인 것이다. 일본의 경우 미국의 필라 2 참여 요구에 대해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며 당초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미국이 미·일 안전보장조약의 대상이 센카쿠열도까지 포함됨을 명확하게 제시함에 따라 일본은 최종적으로 오커스 필라 2에 가입하기로 했다. 중국과의 대립 구도가 보다 명확해진 셈이다.

한국의 오커스 가입은

일본의 오커스 가입이 가시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참여 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3년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오커스에 초청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의 오커스 가입에 대해 미국과 영국은 긍정적이지만 호주는 자신의 잠수함 사업에 대한 관심이 약화할 것을 우려해 일단 일본을 가입시키고 이후 한국의 가입을 검토해 보자는 입장이었으며, 이와 같은 호주의 입장이 이번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오커스 가입은 미국과 동맹 수준이 한 단계 더 높아짐을 의미하며 상호 대등한 입장으로 변화할 것임을 상징할 것이기 때문에 오커스 가입은 국민적 지지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중국과의 대결 구도 심화, 일본과의 군사협력 강화라는 요소를 내포하기 때문에 또 다른 긴장과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오커스 가입 협상 시작 선언이 보여주는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태평양에서 중국과 미국의 갈등 구도는 점점 심화하고 있으며, 우리 역시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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