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골프 오디세이 <177> 알쏭달쏭 골프 핸디캡의 세계 ②] ‘코스레이팅’ 해보니…가장 어려운 곳은 ‘클럽디 금강 블랙티’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2024. 4. 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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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의 코스레이팅과 슬로프레이팅을 평가하는 대한골프협회의 핸디캡팀. 왼쪽부터 핸디캡팀 강대훈, 전한진 핸디캡부위원장, 안형국 핸디캡팀장. 사진 대한골프협회

세상에서 가장 정체를 알기 힘든 골퍼는 ‘보기 플레이어’라는 농담이 있다. 간신히 100타를 돌파한 골퍼도, 언제든 80대 초반까지 칠 수 있는 골퍼도 나란히 스스로 보기 플레이어라고 소개하는 경우를 흔히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라운드에 많으면 20타까지 차이 나는 골퍼를 보기 플레이어라는 같은 범주로 묶을 수는 없다.

세계에서 통용되는 핸디캡 시스템을 기준으로 보기 플레이어는 어떤 수준의 골퍼를 말하는 것일까. 보기 플레이어는 핸디캡 20~24로 남자의 경우 티샷 능력 200야드에 370야드를 2온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골퍼로 추정한다. 여자는 티샷 능력 150야드에 280야드를 2온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으로 본다.

굉장히 구체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떻게 이런 분류를 하게 된 것일까.

이는 코스레이팅을 개발한 미국골프협회(USGA)의 100년 이상 된 통계 자료를 통한 표본 집단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처음 USGA가 골프 표본 집단으로 삼은 것은 핸디캡 0, 즉 어느 코스에서나 파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스크래치 골퍼’였다.

스크래치 골퍼는 남자 기준 평균 250야드 티샷(여자의 경우 210야드)을 할 수 있으며 470야드(여자의 경우 400야드)를 2온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본다. 어느 코스에서나 파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집단의 라운드 평균 샷 거리와 평균 퍼팅 개수를 통해 나온 수치다. USGA는 표본 집단 스크래치 골퍼 개념을 앞세워 코스레이팅을 하고, 보기 플레이어는 같은 코스를 어느 정도의 스코어로 플레이하는지 비교해 슬로프레이팅을 만들게 된다. 한국의 핸디캡 시스템을 담당하는 대한골프협회의 안형국 차장과 함께 핸디캡에 대한 궁금증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보는 두 번째 시간을 갖는다.

1 2022년 US오픈이 열린 더컨트리클럽의 선수 기준 코스레이팅·슬로프레이팅은 77.7·152다. US오픈 참가 최소 자격은 아마추어의 경우 핸디캡인덱스 1.4 이하다. 2, 3 클럽디 금강의 백 티 거리는 일반 내장객에게 오픈된 거리 기준 7790야드로 국내 골프장 가운데 코스레이팅이 가장 긴 곳으로 산정됐다. 코스 난도를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코스의 거리다. 사진클럽디 금강

USGA는 처음 코스레이팅을 어떻게 했나.

“1911년 USGA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어느 지역에서나 통용할 수 있는 핸디캡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선 천차만별인 코스 난이도를 일관성 있는 기준을 갖고 산정하는 게 필요했다. 코스레이팅을 도입한 초기에는 US 아마추어 선수권 우승자의 예상 스코어를 기준으로 진행하다가 핸디캡 0이라는 스크래치 골퍼 개념을 도입한다. 스크래치 골퍼는 평균적으로 상당한 장타 능력과 정교한 퍼팅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사실 그래야 어느 코스에서나 파를 기록할 수 있다. 국내에선 스크래치 골퍼의 비율이 0.8%로 100명 중 1명도 안된다. 이들이 플레이한다면 어느 정도 스코어로 마칠 수 있을까를 보여주는 수치가 코스레이팅이다.”

코스레이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나.

“USGA는 코스레이팅 시스템을 만든 이후 보통 수준의 골퍼를 대상으로 하는 난이도 측정 방법은 없을까 연구를 계속했다. 스크래치 골퍼와 보기 플레이어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장해물 극복 능력이었다. 핸디캡 0인 스크래치 골퍼는 어떠한 장해물이 나와도 큰 문제 없이 잘 극복할 수 있는 반면 핸디캡이 20 이상인 보기 플레이어는 장해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이 스코어를 잃었다. 같은 코스레이팅 값을 지닌 골프장이라도 장해물이 많고 적음에 따라 스코어 차이가 크다는 것을 반영한 게 바로 슬로프레이팅이다. USGA는 1987년부터 코스레이팅과 슬로프레이팅을 함께 사용하기 시작했다.”

슬로프레이팅은 어떻게 계산하나.

“슬로프레이팅은 스크래치 플레이어의 예상 스코어를 산출한 코스레이팅 값과 보기 플레이어의 예상 스코어를 산출한 보기 레이팅 값을 비교하여 나온 그래프의 기울기값이다. 이를 위해 코스 장해물을 10가지 요소로 구분하여 개별 값을 산정한다. 지형, 페어웨이, 그린 타깃, 랜딩존과 그린을 놓쳤을 때 만회해야 하는 난이도, 벙커, 홀을 가로지르는 장해물, 병행 장해물, 나무, 그린 표면, 심리 등이 이에 해당된다. 슬로프레이팅은 최소 55부터 최대 155까지로 나타낸다. 코스레이팅은 장해물 난도가 올라가면 일정한 값으로 그래프가 증가하는 반면, 슬로프레이팅은 장해물 난도가 올라감에 따라 증가 폭이 일정하지 않게 가중되어 값이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레이팅 그래프의 기울기값이 높아지게 되는데 이를 슬로프레이팅 값이 올라가게 된다고 해석한다.

평균적인 난이도를 가진 코스의 슬로프레이팅은 113이다. 미국에서 처음 슬로프레이팅을 만들 당시 핸디캡이 0인 플레이어와 핸디캡이 20~24인 플레이어의 스코어를 다양한 코스에서 비교한 적이 있다. 이때 평균 난이도를 가진 모든 코스에서 두 집단 간의 차이가 동일하게 1.13배 나오게 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코스를 퍼펙트 밸리(Perfect Valley)라고 부르게 된 것이 평균 슬로프레이팅 113의 유래다.”

핸디캡 인덱스 20인 골퍼가 있다. 코스레이팅이 73.1이고, 슬로프레이팅이 134인 골프장에서 경기하면 핸디캡 플레이는 몇 타인가.

“먼저 공식으로 표현하고 설명하겠다. 핸디캡 인덱스 20(슬로프레이팅 134 / 평균 슬로프레이팅 113) = 23.7(반올림 24). 핸디캡이 0인 플레이어는 73.1의 반올림한 73타로 플레이하는 데 비해, 핸디캡이 20인 골퍼는 코스레이팅 73에 코스 핸디캡 24를 합산해 97타를 치면 핸디캡 플레이로 본다.”

한국에서 코스레이팅을 기준으로 가장 어려운 골프장은 어디인가.

“클럽디 금강(E + W 코스·전북 익산)의 블랙티가 7790야드 기준 79.5를 기록하였다. 이는 핸디캡이 0인 플레이어도 해당 티잉 구역에서 파 플레이를 하는 수준이 72가 아닌 80타만큼 요구된다는 뜻이다. 클럽디 금강(E + W코스)은 코스레이팅이 2023년에 진행됐다. 코스레이팅 당시 블랙티를 실제 일반 골퍼들에게 오픈하는지를 물어봤는데 아주 가끔 프로 수준의 골퍼들이 라운드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 코스레이팅을 진행했다. 전체 길이가 국내 코스 중 손꼽을 만큼 길었고 코스레이팅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효 플레이 길이 역시 매우 큰 값을 나타냈다.”

슬로프 레이팅 기준으로 어려운 골프장은.

“슬로프 레이팅이 가장 높은 코스로는 웰링턴(와이번 + 그리핀 코스)의 블랙티(7370 야드), 블랙스톤 이천(E + W 코스)의 블랙티(7304야드)가 최고 난도인 155를 기록한 적이 있다. 그만큼 핸디캡이 0에 가까운 고수들과 보기 플레이어 이상의 골퍼들 사이에 스코어 차이가 많이 나오게 되는 곳이다.”

대한골프협회 코스레이팅 어떻게 진행하나.

“코스레이팅을 측정할 때는 협회의 코스레이터 최소 3명이 팀으로 평가하는데 레이팅을 할 때는 코스에서 라운드를 하지 않고 랜딩 지역 주변의 장해물 값을 파악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최근에는 GPS 장비와 위성 사진 등이 뛰어나 사전 작업이 매우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9홀당 측정 시간이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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