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8.78' 국대 에이스가 왜…한화 선발야구도 위태롭다, 6G 연속 붕괴 '3위→8위'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애지중지하는 ‘160km 파이어볼러’ 문동주(20)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세대교체에 나선 젊은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신인왕까지 차지했지만 올해 시작이 좋지 않다.
문동주는 지난 28일 대전 두산전에서 3⅓이닝 10피안타(3피홈런) 1볼넷 1사구 1탈삼진 9실점으로 무너졌다. 9실점은 2022년 데뷔한 문동주의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 기록. 한화가 8-17로 패하면서 시즌 2패(1승)째를 당한 문동주는 평균자책점도 6.56에서 8.78로 치솟았다. 25이닝 이상 던진 투수 35명 중 평균자책점이 가장 높다.
시즌 첫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됐지만 다음 경기에서 고전하는 등 퐁당퐁당 투구를 거듭한 문동주는 지난주 2경기 모두 부진했다. 앞서 23일 수원 KT전에도 4⅔이닝 7피안타 2볼넷 1사구 4탈삼진 5실점(4자책)으로 5회를 채우지 못했다.
1회부터 5실점 빅이닝을 허용했는데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정수빈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허경민에게 던진 3구째 몸쪽 직구가 너무 깊게 들어가 사구로 이어졌다. 양의지를 땅볼 유도하긴 했지만 투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3~5구 연속 직구가 존을 크게 벗어났다. 계속된 1사 2,3루에선 김재환에게 1~2구 연속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볼이 됐다. 초구는 바깥쪽 높게 완전히 빠졌다. 3구째 124km 커브는 가운데 높은 코스로 밋밋하게 들어가 김재환에게 공략당했다. 비거리 130m에 달하는 우중월 스리런 홈런.
다음 타자 양석환에게도 4구째 126km 커브가 가운데로 몰려 좌월 솔로 홈런으로 이어졌다. 변화구가 연이어 타자들이 치기 좋은 코스로 들어갔다. 계속된 1회 1사 1루에선 헨리 라모스에게 던진 초구 직구가 바깥쪽 높게 향했다. 1루수 앞에서 크게 바운드된 타구가 우측으로 빠져나가며 2루타로 이어졌다. 박준영에겐 직구, 변화구 가리지 않고 모두 존을 벗어나며 스트레이트 볼넷. 1사 만루에서 조수행에게 우익수 깊은 희생플라이를 내줬는데 이번에도 초구 직구가 높게 형성됐다. 1회에만 타자 일순으로 5점을 내주며 33구를 던졌다.
2~3회를 실점 없이 막은 사이 한화 타선이 6득점을 지원하며 6-5 역전했지만 문동주가 4회 다시 빅이닝을 허용했다. 조수행에게 초구에 기습 번트로 내야 안타를 내준 뒤 2루 도루와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3루에서 허경민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양의지의 빗맞은 타구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되며 1,2루 위기가 이어졌고, 김재환에게 또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2구째 137km 슬라이더가 가운데에서 몸쪽으로 향했고, 이를 김재환이 놓칠 리 없었다. 비거리 120m, 스리런 홈런.
이날 문동주의 총 투구수는 75개였는데 스트라이크가 45개로 비율이 60%에 그쳤다. 트랙매 기준 직구 구속은 시속 최고 157km, 평균 150km까지 나왔지만 전체적으로 제구가 되지 않았다. 볼도 많았고, 가운데 몰리거나 높게 형성된 공들은 장타로 직결됐다. 아무리 빠른 공이라도 제구가 오락가락하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
이날 경기 전 최원호 한화 감독은 문동주의 기복 있는 투구에 대해 “몸에 이상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다. 건강한 몸으로 로테이션을 돌고 있지만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경기 내용의 편차가 있다”고 말했다.
트랙맨에 비해 구속이 낮게 측정되는 PTS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문동주의 스피드가 다소 떨어진 건 사실이다. PTS 기준 직구 평균 구속은 지난해 151.0km에서 올해 149.0km로 2km 감소했다. 구속 저하 영향이 아예 없진 않겠지만 여전히 국내 선발 중에선 평균 구속이 가장 빠르다. 올해 피홈런이 6개로 눈에 띄게 늘었는데 직구를 던져 맞은 것은 1개뿐이다.
제구가 흔들리는 것이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 9이닝당 볼넷이 지난해 3.2개에서 올해 4.4개로 늘었다. 반면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62.6%에서 54.3%로 떨어졌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존 안으로 던지는 공이 타자들의 배트에 걸리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문동주가 흔들리면서 한화 선발진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주 문동주뿐만 아니라 류현진(24일 KT전 5이닝 7피안타 2볼넷 4탈삼진 7실점 5자책), 펠릭스 페냐(25일 KT전 4이닝 7피안타 1피홈런 3볼넷 2탈삼진 5실점), 황준서(26일 두산전 3⅔이닝 6피안타 2피홈런 5볼넷 2탈삼진 6실점), 리카르도 산체스(27일 두산전 4⅓이닝 10피안타 2볼넷 2탈삼진 6실점)까지 나오는 선발투수들마다 모두 5실점 이상 허용했다.
시즌 초반 강력하 선발야구로 돌풍을 일으킨 한화는 갈수록 그 힘이 약화되고 있다. 6경기 연속 5실점 이상 내주는 바람에 한화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한 주 만에 3위(3.78)에서 8위(5.25)로 하락했다. 시즌 출발이 좋았던 김민우가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된 게 아쉽다. 문동주처럼 부진이 계속되는 선발에게 재정비할 시간을 주는 것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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