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만, 취임식前 기싸움…통일전선 공세 vs 문화적 독립 의지

인교준 2024. 4. 2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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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련의 국민당 고위급 방중 초청 이어 수입·관광 재개로 친중 분위기 확산 시도
대만, 급진적 독립 시도와 거리 두면서 점진적 탈중국화 추진…라이칭더 취임사 수위 촉각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인교준 기자 =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의 내달 20일 취임을 앞두고 중국과 대만의 기 싸움이 치열하다.

중국이 연이은 대만 국민당 고위급 인사 방중 초청과 수입·단체관광 재개라는 '통일전선 전략' 카드로 친중 분위기를 확산하면서도 대만해협 안보 위기 지속으로 압박 강도를 늦추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대만 집권 세력 역시 '문화적 독립 의지'를 굽히지 않는 분위기다.

대만 최전방 마쭈열도 선착장 [대만 중국시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29일 홍콩 명보는 라이 당선인 측이 중국과 정면 대결을 피하면서도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과 연대를 배경으로 한 문화적 대만 독립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국민당의 50년 집권을 깨고 2000년 선거에서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던 천수이볜 총통 집권 이후 나온 개념이다. 1949년 국공 내전에 패해 대만에 몰려와 집권했던 국민당 세력이 아닌 대만 원주민의 전폭적인 지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문화적 대만 독립 주장은 급진적인 독립 시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현상 변경에 반대하는 미국 입장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이는 점진적인 문화적 주체성 확립을 통해 결국 '탈(脫)중국화'를 노린다는 점에서 중국은 '독립 시도'로 규정하고 경계심을 보여왔다.

특히 2016년 집권한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총통이 문화적 독립 입장을 본격적으로 드러내자 중국은 차이 총통 집권 8년 동안 양안 당국 간 대화를 차단하는 강수로 대응해왔다.

이와 관련해 명보는 이제 라이 당선인의 4년 집권 플랜이 담긴 총통 취임사에 문화적 대만 독립 문구가 포함될지를 봐야 한다고 전했다.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시아연구소의 딩수판 명예교수는 "미국이 연말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갈등이 생기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만해협 긴장이 더 고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라이 총통 취임사에 문화적 대만 독립 의지 서술될지와 그럴 경우 그 수위가 어떨지가 관심거리라고 짚었다.

중국 당국은 줄기차게 '92합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1992년 합의로 민진당은 효력을 인정하지 않음) 견지와 '대만 독립' 반대 의지를 전달해왔으나, 라이 당선인 측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왔다.

마잉주 전 대만 총통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부터)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가운데 대만 내 친중 세력인 국민당을 '실질적인 파트너'로 삼아온 중국 당국의 대만 정부 외면 전략이 라이 당선인의 총통 취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지난 26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방중한 대만의 제1야당 국민당의 푸쿤치 입법원(국회) 원내총소집인(원내대표 격)을 포함한 대만 의원단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 고위 당국자들은 92합의와 대만독립 불가를 전제로 관광 재개와 대만산 농수산물 수입 재개 의지를 밝혔다.

대만 중국시보에 따르면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의 라오취안 부부장은 푸젠성 주민의 대만 마쭈(馬祖) 관광과 (푸젠성 푸저우) 핑탄현에서 대만으로 가는 해상 직항로를 복원해 푸젠성 주민의 대만 단체 관광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자오쩡롄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부서장도 대만 농수산물의 수입 재개 논의 의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만 정부는 양안 관광 전면 재개와 대만 농수산물 수입 금지 전면 해제 요구에 대해 중국이 제한적인 조치를 내놓았다며 이는 '대등(상호) 개방 원칙'에 어긋난다며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대만 집권 민진당 세력과의 접촉을 꺼려온 중국 당국은 샤리옌 국민당 부주석을 지난 1월 13일 총통 선거 전후에 방중 초청한 데 이어 대표적 친중 인사인 마잉주 전 총통을 중국으로 초청해 지난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군사·안보 위협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2일 대만해협 중간선에 가까운 군사 요충지로 대만이 관할하는 펑후섬 근처에 중국 해군 주력 미사일 구축함인 052D형 리수이함(157)이 출현해 대만 군함과 한때 대치했으며, "중국 대만 1109함, 나는 157함이다. 너의 위치에 주의하라"고 으름장을 놓아 눈길을 끌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사흘간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지난 27일에도 중국 군용기 12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침범해 대만 공군이 즉각 대응했다고 대만 국방부가 밝혔다.

푸쿤치 대만 국민당 원내총소집인. 왕후닝 중국 정협 주석(왼쪽부터) [대만 중국시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jinbi100@yna.co.kr,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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