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광이 남긴 유언

방민준 2024. 4. 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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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선수가 골프 스윙을 연습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뒤늦게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직장 동료가 있었다. 여느 늦깎이 골퍼처럼 그도 주위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골프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하면서 미루다가 마지못해 골프채를 잡았다. 처음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다 곧 연습만 많이 한다고 생각대로 되는 운동이 아님을 감지했다. 핸디캡이 낮은 골퍼들이 얼마나 부단히 갈고 닦는가를 목격하고 나서는 골프에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골프가 이런 것이구나!'하고 홀연히 깨달은 것은 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60대의 친척을 만나고 나서다.



 



그 친척은 60대 중반의 나이로 암에 걸려 서너 달 후면 저세상 사람이 될 상황이었다. 그는 회사원으로 지내다 골프를 배우기 시작, 골프가 좋아서 회사를 그만두고 골프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가 품목을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실패했다. 사업에는 실패했지만 그는 암으로 몸을 가누지 못 할 때가지 골프채만은 놓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핸디캡은 4~5정도였다.



 



동료가 병원으로 면회갔을 때 옛날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얼굴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지만 골프로 화제를 옮기자 금방 얼굴에 화색이 돌며 손에 힘을 주더란다. 숱한 골프 일화들을 들려준 그는 이번이 마지막 만남으로 느꼈던지 동료에게 골프의 교훈을 남겨주었다.



 



"골프 배우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처음부터 제대로 배워라. 1주일에 한 번 가서 아무리 긴 시간 연습하는 것보다 하루 10분씩 매일 연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는 이 유언을 남긴 뒤 1주일 뒤 세상을 떠났다.



 



이 유언은 골프를 배우는 사람이면 누구나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유언대로 안 한 것이 얼마나 한탄스러웠길래 유언으로 남길 정도인가 느껴진다. 



 



85세로 타계한 벤 호건(1912~1997)은 1946년부터 1953년 사이 US오픈 4회 우승, 마스터스와 PGA선수권에서 두 차례 정상에 올랐고 브리티시 오픈 챔피언에도 오른 미국의 전설적인 골퍼다.



 



호건은 1949년 승용차를 몰다가 버스와 충돌, 중상을 입고 산산조각이 난 다리뼈를 간신히 붙여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다. 그는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자 주치의의 만류를 뿌리치고 1950년 US오픈에 출전, 극적으로 챔피언에 올랐다.



 



흰 모자에,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으로 유명한 그는 PGA투어에서 무려 64번이나 우승했는데 이 기록을 능가하는 골퍼는 타이거 우즈와 샘 스니드(82회 우승), 잭 니클로스(73회 우승)뿐이다.



 



호간의 생애 중 가장 화려했던 시기는 1953년. 마스터스대회에서 스니드와 대결해 5타 차로 이겼고 US오픈에서는 다시 6타 차로 스니드를 꺾고 우승했다. 이어 브리티시 오픈까지 석권, PGA선수권 대회만 빼고는 그랜드슬램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텍사스 더블린에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난 호건은 9살 때 아버지가 눈앞에서 권총으로 자살, 생계를 잇기 위해 컨트리클럽에서 잔심부름과 캐디 노릇을 했다. 15살 때 포트워스 캐디선수권대회에 출전했지만 바이런 넬슨에게 패했다.



 



그러나 이날 패배는 그를 하루도 쉬지 않는 연습벌레로 만들어 훗날 "하루 연습을 안 하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캐디가, 사흘을 쉬면 갤러리가 안다"는 명언을 남겼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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