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2036 서울 하계 올림픽 유치 본격 시동

권종오 기자 2024. 4. 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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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는 지난 23일(현지 시간) 오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로잔 사무소 개소식과 함께 국제스포츠 포럼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비롯해 대한민국 IOC 위원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로잔 주재 대표부는 대한체육회가 스포츠대회 유치에 필요한 소통을 강화하고 국내 체육 전문가들의 국제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국제 스포츠 기구가 몰려 있는 스위스 로잔에 설치한 현지 사무소입니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로잔에는 IOC 본부뿐 아니라 스포츠중재재판소(CAS)와 국가올림픽연합회(ANOC) 등 50개 국제 스포츠 기구가 몰려 있어 '세계 스포츠 수도'로 불린다. 이곳에서 한국 체육계와 국제 스포츠 기구 사이의 밀접한 소통을 이어가고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향후 올림픽과 각종 국제 대회 유치를 위해 국제기구 및 해외 체육계 지도자들과 협력망을 탄탄하게 다지고 수시로 의사를 교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향후 국제대회 유치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2036년 서울 하계 올림픽입니다.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다시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은 그해 10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일주일 사이에 3번이나 만나며 2036 하계 올림픽 서울 유치 의사를 강하게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2035 부산 엑스포 유치를 염두에 뒀던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변했고 남은 시간도 많지 않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1월 말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현장에서 바흐 위원장을 만나 유치 의지를 다시 피력했습니다. 서울시는 사전 포석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렸던 잠실종합운동장 리모델링을 비롯해 그 일대 올림픽 시설물을 스포츠·국제회의 공간으로 리빌딩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민간 투자 사업으로 2조 1000억 원을 투입해 35만㎡ 부지에 전시, 컨벤션, 업무, 숙박, 스포츠 시설이 들어설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 공간'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인 것입니다.

올림픽 유치에 있어 다른 경쟁 도시들에 비해 서울이 갖고 있는 최대 강점은 경제성입니다. 경기장은 물론 교통, 숙박 등 인프라가 탄탄해 새로 투입될 공적 예산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과 경기도의 일부 시설까지 이용할 경우 비용은 더 절감할 수 있습니다. 2036 서울올림픽 유치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비율이 70%가 넘는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문제는 2036 하계 올림픽 유치 경쟁률이 사상 최고라는 점입니다. 현재 유치를 희망하는 곳은 인도 아마다바드-뉴델리, 중국 칭다오, 인도네시아 누산타라, 튀르키예 이스탄불, 독일 베를린, 이집트 신행정수도, 카타르 도하, 덴마크 코펜하겐, 폴란드(도시 미정), 멕시코(도시 미정) 등 10개가 넘습니다.

바흐 위원장-권종오 기자 SBS 단독 인터뷰


그럼 서울이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개최지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1월 필자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2036 개최지는 아마도 2027년에 결정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바흐 위원장에 따르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 관건은 그 도시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느냐는 점을 확실하게 증명해 보이는 것입니다. 바흐 위원장은 "서울의 경우 1988년에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기 때문에 그 레거시(유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올림픽 개최지 선정 절차는 미래유치위원회가 후보 도시들 가운데 어느 한 곳을 선택해 우선 협상 도시로 추천하면 IOC 집행위원회가 승인한 뒤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2027년 총회에서 결정된다고 가정하면 미래유치위원회가 개최 도시를 선정하는 시점은 이르면 2025년 말이나 2026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전망입니다. 지금부터 유치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2032 서울-평양 공동 올림픽을 추진했지만 호주 브리즈번에 밀려 고배를 마셨습니다. 2032 유치전보다 2036 유치전이 훨씬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림픽 유치의 3대 주체는 정부와 대한체육회, 그리고 개최 도시(서울특별시)입니다. 대한체육회는 2036 유치를 위해 2027 IOC 총회 서울 유치를 추진하는 등 48년 만의 서울올림픽 개최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입니다. 정부가 미온적인 대응으로 시간을 끌 경우 또다시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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