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뜯어보기] 1분기 실적 추정도 틀렸는데… 2년 후 순익 추정치로 2000억 몸값 내세운 ICTK

배동주 기자 2024. 4. 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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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특례 코스닥시장 상장 추진
2026년 추정 순익에 PER 24.2배
올해 IP 매출 30억원 추산했는데
정정 신고서 내 1분기 매출은 ‘0′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보안칩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ICTK의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이 30일 마무리된다. 작년 10월 한국거래소로의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지 반년여만이다. ITCK는 거래소 심사 문턱을 넘는 데만 4개월을 썼고, 증권신고서 제출 후에도 2번의 정정을 거쳤다.

‘뻥튀기 상장’ 논란을 빚은 ‘파두 사태’ 여진으로 금융감독원마저 기업의 실적과 재무 현황을 깐깐하게 살핀 탓이 컸다. ICTK는 특히 심사 강화의 직접 대상이 됐다. 파두와 같은 팹리스 기업인 데다, 파두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가 미래 실적 추정치를 끌어와 2000억원 넘는 몸값을 산정했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ICTK가 올해 공모주 시장에서 계속되고 있는 확정 공모가 ‘상초’(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 초과)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내년도 아닌 2년 후의 당기순이익 추정치로 공모가를 산정했는데, 당장 올해 1분기 실적부터 전망치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ICTK CI.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CTK는 지난 24일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시작했다. 오는 30일까지 5거래일간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공모가를 확정, 내달 7~8일 일반 투자자 청약을 진행한다. 계획대로라면 5월 셋째 주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

ICTK는 이번 상장에서 총 197만주를 구주매출 없이 전량 신주로 모집한다. 회사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1만3000~1만6000원이다. 밴드 상단 기준 총 모집(매출) 총액은 약 315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2101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장 주관은 NH투자증권이 맡았다.

2001년 스마트카드 인증 시험기관으로 출발한 ICTK는 반도체 보안칩 분야 선두 업체로 꼽힌다. 스마트카드의 보안성을 높이는 기술을 탐색하다 반도체 각 제품 간 오차를 보안 인증에 활용하는 물리 보안 체계로 사업을 확장, 선두업체로 올라섰다. 물리적 복제 방지(PUF) 기술 상용화도 이뤘다.

ICTK의 PUF 기술은 반도체 지문으로 불리며 이미 국내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의 무선 공유기에 적용됐다. 이동통신 장비 자체에 인간의 지문과 같은 물리 보안 체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노트북 제조사와도 거래를 앞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ICTK는 IPO 추진 과정에서 수차례 부침을 겪어야 했다. LG유플러스를 고객사로 확보 매출을 내고 있지만, 아직 이익은 내지 못한 이익 미실현 기업인 탓이다. 특히 ICTK는 이익 미실현 기술특례상장을 추진, 미래 매출 추정 근거 등을 놓고 금융감독원의 깐깐한 심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ICTK는 금감원으로 2차례 정정 신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특히 정정 신고서 내 추정 실적을 낙관·중립·보수 등 세 가지로 제시하기도 했다. 작년 연 1200억원 매출을 자신하며 조 단위 몸값으로 상장한 파두가 정작 상장 후 분기 기준 5900만원 매출을 발표하면서 뻥튀기 상장 논란이 인 영향이 컸다.

ICTK 상장을 주관하는 NH투자증권은 이달 16일까지도 실사를 진행했다. 2년 뒤 당기순이익을 근거로 평가 시가총액을 계산해야 하는 만큼, 추정 실적 근거를 꼼꼼히 제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이 앞서 파두의 상장을 주관, 금감원의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NH투자증권은 ICTK의 기업가치를 평가 시총 기준 2584억원으로 책정했다. 172억원으로 추정한 2년 뒤 당기순이익에 19% 연 할인율로 현가 환산해 비교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인 24.2배를 적용했다. 이를 상장 후 주식 수로 나눈 후 15~31% 할인한 게 희망 공모가 범위가 됐다.

ICTK 상장 후 주주 구성. /ICTK 제공

시장에선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ICTK의 수요예측 결과에 관심을 쏟고 있다. 금감원이 기업의 성장성을 보수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과는 별개로 몸값 자체는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ICTK의 몸값은 보수적 실적 예측치가 아닌 미계약분을 포함한 중립적 추정치로 산정됐다.

이런 가운데 추정치를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장 절차 지연 속 ICTK가 제출한 지난 1분기 실적이 연간 추정치에 크게 미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ICTK의 2차 정정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ICTK는 지난 1분기 약 5억원 매출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연 83억원 매출 추정에 이미 미달한 셈이다.

ICTK 역시 예상 매출과의 괴리 발생을 인정하고 있다. 회사 측은 2차 정정 증권신고서에서 “프로젝트 및 지적재산권(IP) 부문에서 올해 약 32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3월까지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년 뒤 실적 추정은커녕 당장 올해 실적 신뢰마저 흔들리는 셈이다.

공모주 투자를 주로 하는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장 첫날 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데 따라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미달이 날 가능성은 없어보인다”면서도 “내년 흑자 전환 추정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보유할 만하냐고 묻는다면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모구조는 시장 친화적이다. ICTK에 앞서 투자한 UTC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털은 상장 후 1개월 이후부터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대주주 대부분이 장기간 보호예수를 예정했다. 최대 주주인 이정원 ICTK 대표는 물론 주요 임원이 모두 3년간 의무보유를 확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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