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하이브 공방, 언론사 기사·유튜브도 빨려든 일주일
'어도어 감사' 최초 보도 이후 6일, 민희진 기자회견 판도 바꿔…유튜브 조회수 100위권 중 14건이 기자회견 관련
K팝 산업 구조적 문제 지적도…"업계 1위 하이브마저 경영방식 지속가능하지 않아" "폭로전 그만두고 사태 수습할 때"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간 공방이 불거진 이후 언론사들도 일제히 관련 이슈에 대한 기사와 콘텐츠를 쏟아냈다. 민 대표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관련 보도량이 급증한 가운데, 기자회견 영상 화제성이 높아지자 이를 활용한 클립 영상이 경쟁적으로 제작됐다.
하이브가 어도어 경영진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22일부터 27일까지 6일간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로 수집한 104개 언론사의 '하이브' 언급 기사는 1395건이다.
관련 기사량은 민희진 대표가 기자회견에 나선 25일 급증했다. 6일간 생산된 기사의 약 35.2%가 하루에 집중됐다. 이날 문화 영역으로 분류된 전체 기사(2538건)의 6.2%(157건)가 '하이브' 언급 기사였다. 민 대표가 일상적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욕설과 오열을 번갈아가며 자신의 주장을 쏟아낸 2시간여의 기자회견에 온 이목이 집중된 결과다.
기자회견 기점으로 보도의 초점도 변화했다. 이번 논란은 하이브가 민 대표의 대외비 계약서 등 유출 및 경영권 탈취 정황을 파악해 감사에 나섰다는 보도로 불거졌기에, 초기엔 민 대표 관련 부정적 관점의 기사가 주로 생산됐다. 첫 보도가 이뤄진 22일부터 사흘간 빅카인즈로 추출한 '하이브' 보도 연관어 상위권엔 '경영권 탈취 시도' '감사권' '회사 전산 자산' 등의 키워드가 올랐다.
그러나 민 대표 기자회견이 있었던 25일부터 '경영권 탈취 시도'라는 단정적 표현 대신, '경영권 탈취 의혹'이라는 유보·중립적 표현이 상위 연관어에 올랐다. 하이브가 민 대표 기자회견 무렵 그가 무속인의 코치를 받아왔다는 의혹을 제기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무속인' '주술경영' 등 키워드도 추가됐지만, 이는 하루를 넘기지 않았다.
기자회견 이후 '하이브' 기사 연관어 2~3순위 이내에 '민희진 대표' '기자회견'이 유지된 반면, 경영권 탈취 키워드는 점차 후순위로 내려간 양상도 확인됐다. 25일~27일 1순위 연관어는 '민희진 대표', 2순위는 26일까지 '기자회견'이 유지되다 27일 '뉴진스'로 바뀌었다. 뉴진스 컴백을 앞두고 수록곡 '버블 검'(Bubble Gum) 뮤직비디오가 선공개된 영향으로 보인다. '경영권 탈취 의혹'의 경우 사흘간 3순위, 5순위, 6순위 등으로 떨어졌다.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한 보도 추이 변화상은 '민희진' 언급 기사에서도 나타났다. 25일 기점으로 상위 연관어엔 경영권 탈취 '시도' 대신 '의혹'이라는 키워드가 올랐고, 그 순위도 25~26일 2순위에서 27일 5순위로 내려갔다.
특히 민 대표 언행에 대한 키워드 변화가 두드러진다. 기자회견 전날인 24일 '민희진' 기사 연관어는 3순위에 '경영권 탈취', 5순위에 '아일릿', 6·7순위에 '트럭 시위' '아티스트 비방' 등이 올랐다. 민 대표가 하이브 소속으로 최근 데뷔한 걸그룹 아일릿을 비롯해 타 아이돌 그룹이 본인과 뉴진스를 모방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보도, 이로 인해 불거진 민 대표 관련 비판 여론 보도 등의 영향이다.
그러나 기자회견 이후 '트럭시위' '아티스트 비방' 등은 주요 연관어에서 사라졌다. 기자회견 이후 민 대표 주장에 대한 관심도와 화제성이 높아진 가운데 26일엔 '눈물' '사실관계', 27일엔 '진실 공방' '폭로전' 등이 연관어에 올랐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이 온라인에서 호응을 얻고 '밈'으로 소비되면서 27일엔 '댓글' 'SNS' 등 온라인 여론을 전하는 표현이 주요 연관어에 진입했다.
25일 한국 유튜브 조회수 100위권 영상 중 14건, 민희진 대표 기자회견
유튜브에선 민 대표 기자회견 현장을 중계한 언론사 영상들이 기록적 조회수를 얻었다. 유튜브 분석 서비스 플레이보드가 집계한 25일 한국 일간 조회수 상위 100개 영상 가운데 14건이 민 대표 기자회견 관련 영상이고, 이중에서 12건이 언론사 영상이다. YTN 현장 중계는 일간 조회수 5위에 올랐고, 민 대표 기자회견 관련 영상 중 가장 많은 조회수(148만9706회)를 기록했다. 언론사별 100위 이내 영상 개수는 MBC(엠빅뉴스 1건 포함)가 5건으로 가장 많고 SBS 4건, YTN·채널A·JTBC 각 1건 등이다.
이 같은 화제성을 인지한 언론사들은 경쟁적으로 민 대표 관련 영상을 반복해 쏟아냈다. 하이브-민희진 공방이 불거진 이래 28일 현재까지 YTN, MBC, SBS, JTBC 등 주요 언론사 유튜브 채널별로 수십 건의 영상이 게재됐다.
기자회견에 대한 과열된 관심 너머 본질적 문제를 집중해야 한다는 기사들도 일부 있다. 중앙일보는 27일 기사에서 “복잡해 보이는 막장드라마 플롯의 핵심은 '뉴진스의 문화적 오리지낼리티를 아일릿이 침해했느냐'의 공방”이라며 “업계에선 이 사태를 아이디어 도용에 대한 인식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분쟁으로 “업계 1위 업체인 하이브마저 제작 환경이나 경영 방식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 비슷한 콘셉트를 반복하는 공장식 제작이 만연하다는 점, 업체들이 매출 증대를 위해 가수의 사진, 팬사인회 티켓 등 콘텐츠가 아닌 부가상품 판매에 기형적으로 매진한다는 점 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했다.
노컷뉴스는 “하이브와 어도어도 이제 더이상 상대를 궁지에 몰기 위한 폭로전은 그만두고, 벌어진 사태를 수습할 때”라며 “'지속 가능한' K팝 생태계를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덩치만 키우고 내실은 챙기지 못한 특정 기획사의 내분 해결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기사는 “폭로와 비방은 쉽다. 흥미와 통쾌함을 동반하기에 환호받기도 쉽다. 하이브와 어도어(민희진) 양쪽이 모두 인지하듯 명백한 '어른 간의 문제'가 내부에서 소화되지 못한 채 대중의 심판대에 오르며 서로 타격을 입었다”며 “막말이 곧 진정성을 담보하지 않는데도 공적 언어의 붕괴에 열광하는 행태, 뛰어난 창작(제작)자 개인이 부각되며 지워진 K팝 업계의 협업 노동, 즉각적인 재미를 최우선 가치로 두는 태도 등 여러 그림자를 노출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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