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을 이겨내고 성장한 이주빈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4. 4. 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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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인기 있는 작품의 이유를 분석해 보면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결국 작품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배우 이주빈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 역시 재미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데뷔해 조급함을 가지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28일 막을 내린 '눈물의 여왕'은 퀸즈 그룹 재벌 3세 홍해인(김지원)과 용두리 이장 아들 백현우(김수현), 3년 차 부부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홍해인의 동생 홍수철(곽동연)의 아내 천다혜 역을 맡은 이주빈은 작품 종영을 앞둔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앤드마크 건물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이주빈은 '눈물의 여왕'을 향한 뜨거운 관심에 대한 감사를 시작으로 작품과 캐릭터, 자신의 연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알았어요. 그래도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와 나라에서 사랑을 주셔서 신기하고 얼떨떨해요. 그만큼 잘 살고 작품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해요." 

이주빈이 천다혜와 처음 만난 것은 2022년 12월께다. '눈물의 여왕'이라는 작품 자체는 그전부터 알고 있어 오디션 기회를 바라고 있던 이주빈에게 천다혜 역으로 오디션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주목받는 작품이었고 건너 건너 제작소식을 들었어요. 오디션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제안이 와서 설렜어요. 천다혜라는 인물이 두 가지 면을 가지고 있고 본인의 모습을 숨기는 건 알고 들어갔어요. 오디션 연기가 15신 정도 됐는데 그만큼 다양한 톤을 보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정말 하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긴장해서 못 했던 것 같아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오디션에 마음을 접었지만 제작진은 이주빈을 천다혜로 선택했다. 기쁜 마음도 잠시,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눈물의 여왕'에 합류한 이주빈은 이내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아쉬워하며 마음을 접었는데 한두 달 뒤에 캐스팅이 됐다고 연락이 왔어요. 접었던 마음을 다시 펼쳐서 열심히 준비했어요. 캐스팅이 돼서 기뻤는데 엄청난 대 선배님들 사이에서 제가 잘 못해서 흐름을 끊을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을 가니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더라고요. 이분들과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어요." 

​/사진=tvN

특히 천다혜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홍수철에게 접근한 인물로 초반에는 그 가면을 숨기고 있다.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던 차에 내린 답은 결국 대본이었다. 

"처음에는 대본이 얼마 안 나온 상태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궁금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어요. 작정하고 누군가를 속이려는 연기는 처음 해봤거든요. 진짜 다혜와 가짜 다혜가 있고 연기하는 도중 진짜 다혜의 모습이 나오는 장면도 있었고요. 감독님이 '고민할 게 아니다. 대본에 다 쓰여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한 번에 모든 결을 보여주려고 하지 말라고도 말씀해 주셨어요. 현장가서 연기를 해보니 그 말씀의 뜻을 알겠더라고요."

처음에는 우아한 현모양처의 모습을 보였던 천다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냈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천다혜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미움을 받기도 했다. 이주빈은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인가 싶었다"면서도 "방송을 보니 미운 구석이 있겠다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제 캐릭터고 제가 연기를 하다 보니 이 정도로 나쁘게 비쳐질지 몰랐어요. 이 친구의 대변인으로서 공감을 하다보니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인가' 싶었거든요. 저는 전형적으로 위험한 사람만 악역이라고 생각한 거죠. 방송에 나오는 걸 보니 제가 시청자여도 미운 구석이 있겠다 싶더라고요. 볼 때마다 왜 저럴까 싶었어요. 1~2화 때는 크게 연락을 받지 못했는데 본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주변에서 연락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제 캐릭터가 보이기 시작했다면서요. 다혜 돌아오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직접 보라고 답했어요." 

이주빈이 천다혜에게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건 다혜의 전사가 그만큼 촘촘했기 때문이다. 작품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박지은 작가의 탄탄한 설정을 바탕에 둔 천다혜의 개인사는 이주빈을 단숨에 캐릭터에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가장 먼저, 다혜가 불륜을 한 건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작가님께서 확실하게 정리해주신 부분이에요. 그동안 다혜가 올바르고 정직하게 살아온 인물은 아닐 거예요. 그 과정에서 준호와 사고를 친거죠. 임신한 상태에서 판이 짜여져셔 그레이스도 '빨리 웨딩드레스 입어야 해'라고 말한 거고요. 다혜는 살면서 가정 환경을 많이 탓했겠죠. 내 아이만은 여유 있는 집에서 행복하게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퀸즈가에 들어간 것이고요. 그럼에도 떠났던 이유는 친자식이 아니라는 걸 끝까지 속일 수 없어서 그런 거고요." 

특히 이주빈은 "다혜는 연기는 잘 하지만 야망이 큰 친구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갱생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중간중간 나오는데 다혜는 한심하고 철이 없는 친구예요. 연기는 잘하지만 야망이나 욕망이 크지는 않아요. 철이 없는 친구지 나쁜 친구는  아니기 때문에 갱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진=tvN

원래 목적대로 재산을 빼돌려 미국으로 떠났던 다혜는 수철의 진심을 알게 되며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모슬희, 한준호의 협박에 자신의 처지를 직감하고 수철을 다시 떠나기로 마음 먹는다. 이렇게 두 번이나 수철에게 상처를 준 것에 일부 시청자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주빈은 "다혜에 대한 판단에 따라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다혜가 한 번의 대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나라는 의문이 있긴 했어요. 다혜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고백하는 순간도 없었다고 생각했고요. 작가님이 그런 걸 다 고려하신 것 같아요. 오히려 나중에는 수철이와 동기화되는 과정을 보여준 것 같아요. 다혜가 얼마나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얼마나 뉘우쳤는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좀 더 고통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고 돌아왔는데 굳이 시련을 줘야 하는지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다혜에게 수철은 어떤 의미였을까. 이주빈은 그 의미를 단계별로 나누어 설명했다. 호기심과 질투에서 시작한 감정이 미안함과 고마움을 거쳐 부모님 같은 의미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이성으로서의 사랑은 가장 마지막 순간에 다가왔다고도 덧붙였다.

"어렸을 때의 서사가 나오잖아요. 그때는 호기심과 질투, 동경이 있었을 것 같아요. 문득 떠오르는 첫사랑인데 다혜에게는 강렬하게 남았던 거죠. 이후에 다시 접근했을 때는 남자로서의 감정보다는 사기를 쳐야 하는 대상에게 느끼는 죄책감과 미안함에서 시작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평생 받아본 적 없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게 된 거죠. 다혜가 그런 사랑을 받고 난 뒤에야 다른 사람과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성으로서의 사랑은 가장 마지막에 찾아온 것 같아요." 

캐릭터의 전사는 물론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까지 촘촘하게 정리하는 이주빈의 모습에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작품에 임하는지가 느껴졌다. 이주빈은 이렇게 열정적으로 캐릭터를 정리하는 이유에 대해 "제가 납득해야 이해가 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제가 논리적인 걸 좋아하고 감성적으로 한 번에 확 오는 건 약해요. 제가 납득해야 이해할 수 있어서 혼자서라도 최대한 서사를 만드는 편이에요." 

/사진=앤드마크

이주빈은 2008년 SS501의 '널 부르는 노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그 이유는 이주빈이 DSP미디어 소속 연습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돌 데뷔가 미뤄지고 자신이 가수로서의 재능이 없다고 판단한 이주빈은 대학교에 입학하며 회사를 나왔다. 이후 배우 회사에 입사하기도 하고 작품 오디션에도 나섰지만, 데뷔의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이주빈을 붙잡은 건 오기와 믿음이었다. 

"어릴 때부터 연예인을 꿈꿨는데 진중하거나 무겁지는 않았어요. 처음에 연습생으로 들어갔을 때도 사실 재능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대학교 입학하고 회사를 나왔어요. 다른 배우 회사를 갔는데 거기서 또 아이돌 연습생으로 1년 반을 보냈어요. 또 회사를 나오니 아이돌을 하기도 어렵고 가수에 대한 꿈도 크지 않아 배우 지망생으로 10년을 보냈던 것 같아요. 계속 오디션을 봤는데 한 번도 안되더라고요. 주변에서 주입식으로 잘될 거라는 말을 해주고 저도 막연한 믿음과 오기가 있었어요. 안 해보고 꿈을 접는 것 자체가 그렇더라고요."

2008년을 기준으로 하면 데뷔 16년 차라고 할 수 있지만 작품에 출연한 건 2017년 SBS '귓속말'이 처음이다. 극 중에서 대사를 한 건 이듬해인 2018년 '미스터 션샤인'에서 부터였다. 이주빈 역시 2017년을 본격적인 활동의 시발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데뷔한 이주빈은 한때는 조급함을 가지기도 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배우로서 일한 건 길게 보면 7년, 짧게 보면 5~6년인 것 같아요. 그전에는 '배우 지망생'의 길을 걸은거죠. 29살, 30살에 데뷔하다 보니 경험은 부족한데 나이는 많아서 마음이 급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20대에 할 수 있는 걸 충분히 해서 30대에는 일만 하자고 생각으로 작품을 쉬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제가 가고자 했던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같아요." 

막연하게 연예인에 대한 꿈을 가졌던 이주빈은 본격적으로 연기를 하게 되며 연기를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런 이주빈에게 '눈물의 여왕' 촬영 현장은 큰 도움이 됐다. 이주빈은 "유독 배울 게 많은 현장이었다"며 '눈물의 여왕'을 되돌아봤다. 

"연기에 대해 진지해진 건 현장을 나가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전부터 간절하긴 했는데 실제로 현장을 나가서 연기를 하니 알면 알수록 어렵더라고요. '눈물의 여왕'은 유독 실력과 여유를 배울 게 많았던 현장이었던 것 같아요. 대선배님, 인기스타들이 많았는데 막연하게 '주인공은 이럴 거야'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도 안 보이더라고요. 정말 배울 점이 많았어요."

/사진=앤드마크

늦게 시작해서 조급해하기도 했지만, 이주빈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눈물의 여왕'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주빈은 영화 '범죄도시4'에도 출연하며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주빈은 "많이 활약하지 않았는데 관심을 가져주시니 운이 좋은가 싶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흥행하는 두 작품에 연달아 출연한다는 건 단순히 운으로만 이뤄내기 어려운 것이다. 이주빈은 이렇게 흥행하는 작품에 선택받은 자신의 무기로 '솔직함'을 꼽았다. 

"사실 그분들이 바보도 아니고 운으로 선택한다는 게 말이 안 되죠. 저는 항상 솔직하게 말씀드렸던 것 같아요. 이런 거는 잘 못하니 알려주시는 대로 해보겠다고요. 실제로도 변명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했고요. 때로는 감사하게도 이미지적인 부분이 작용한 것 같기도 해요." 

또 하나의 무기가 있다면 끊임없이 고민한다는 것이다. '눈물의 여왕'에서 천다혜의 다양한 전사와 관계성에 대해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개별적인 작품을 넘어 '배우' 이주빈의 궁극적 목표는 시청자들에게 '재미있겠다'는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주빈은 '재미있는 것'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이주빈이 나오면 재미있겠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재미있는 작품에 캐스팅되고 재미있게 연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나아가 이건 왜 재미있고 저건 왜 재미없다고 하실까 생각해 보면서 '재미있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는 내가 알고, 공감하고, 보고 싶은 게 나오면 재미있다고 하시는 것 같아요. 때로는 예상을 벗어난 것에 대해 놀라워하면서 재미있다고 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주빈은 차기작으로 드라마 '보호자들' 출연을 확정했다. '눈물의 여왕'에서 거둔 성공이 부담될 수도 있지만 이주빈은 그저 "열심히 해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늦은 시작에도 깊은 성찰을 통해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이주빈이기에 다음 작품에서의 활약도 기대를 모으게 했다. 

"'눈물의 여왕'도 제가 뭔가를 해냈다기보다는 주축으로 해주신 분들의 역할이 큰 것 같아요. 차기작도 아직 시청률에 대한 욕심을 내기는 이른 것 같아요. 그래도 주인공이니 준비를 제대로 해서 열심히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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