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김밥'은 '일본스시롤'에 말렸다? 뉴욕 고물가 속 K-푸드 생존법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4. 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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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를 부탁해] 김한송 셰프 ①
 
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 교양이 노트
- "미국 올해 트렌드가 가심비"
- 김밥 열풍은 "가성비와 제한적인 마케팅"
- 미국 식품 사업은 "물류 싸움"이 될 것

지금 실업률 지표도 굉장히 좋고 증시도 아주 좋은데, 현장에서는 폐업하는 가게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매주 부동산 업자들한테 리스트를 받고 있는데요. 일주일에 폐업하는 가게가 9~10군데씩 요즘 나오고 있고요. 뉴욕 안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굉장히 얼어붙었습니다. 50년 정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알파 도넛'이라고 유명한 도넛 가게가 최근에 문 닫았고요. 미슐랭 스타를 하나 받았던 한인 셰프의 레스토랑도 문 닫았습니다.

뉴욕 식당들이 어려운 이유는 이렇습니다. 코로나 끝나고 나서 사람들이 (회사로) 돌아와야 하는데 미국 대기업에 일하시는 분들은 '월급을 깎아도 된다. 대신 출근은 하지 못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두 번째로는 렌트비와 재룟값들이 동시에 상승했습니다. 상업용 건물들은 변동금리 때문에 전반적으로 다 상승하게 되었습니다. 건물주들이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됐어요. 그래서 그거를 세입자들한테 요구하게 되었고요. 임대료 상승을 못 견디는 곳들은 폐업하게 되는 거고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모든 재룟값들이 올랐습니다.

세 번째는 인건비, 미니멈 페이가 동시에 상승을 했습니다. 2024년도 기준으로 미국 내 22개 주 1천만 명이 최저임금이 올랐어요.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20불 정도였는데 23년 12월 기준으로는 23.5불 정도였거든요. 그리고 웬디스라는 햄버거 체인이 있습니다. 메뉴 가격을 8%로 올렸고요. 치폴레라는 멕시칸 브랜드는 7.5% 올렸습니다. 결국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그 영향이 소비자들한테 다시 돌아오게 되는 거고요.
 

"너무 비싸!" 뉴욕은 지금 가심비 전쟁


Q. 뉴욕이 세계 최고의 도시이긴 하지만 뉴욕 사람들의 생활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질문을 좀 던져보겠습니다. 햄버거를 먹을 때 보통 얼마 정도면 상식적으로 괜찮다고 느끼세요? 코로나 전에는 파이브가이즈 가서 햄버거를 세트로 시키면 한 12달러 정도 했어요.

제가 별생각 없이 얼마 전에 파이브 가이즈에 갔어요. 22달러가 나오는 거예요. 너무 비싸죠. 점심 한 끼에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가격은 20달러 이하거든요. 근데 햄버거 가격이 맥도널드 기준으로 15달러. 프리미엄 햄버거 브랜드들은 20달러를 넘어가니까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거예요.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사실 그 돈을 쓸 여력이 없는 거죠. 이제는 맥도널드 햄버거나 이런 것들이 너무 비싸져서 그것조차 못 먹게 된 거죠. 그래서 집에서 요리를 좀 더 많이 하게 되고. 미국 올해 트렌드가 '가심비'입니다.

어떤 거를 먹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에, 마음이 이끌리는 것으로 간다는 거죠. 코로나 이후부터 집에서 요리하는 트렌드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지금 밀키트 시장이 굉장히 다양하게 구성돼 있잖아요. 근데 미국은 사실 그런 음식(밀키트나 레토르트)을 선호하지는 않았는데요. 이제는 정말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들이 나와서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것들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Q. 얼마 전에 트레이더 조 김밥이 유행했잖아요. 그것도 방금 말씀하신 것과 같은 이유 때문에 유행한 걸까요?

작년 여름에 유행이 시작됐을 때 김밥이 동이 났고 두 번째 물량이 10월 말에 왔을 때도 바로 동났습니다. 지금도 계속 들어오고는 있는데 물량을 못 맞춰요. 지금도 트레이더 조에 가보면 카운터에 정말 이렇게 A4지를 붙여놨어요. 1인당 하나 아니면 2개만 가져갈 수 있다고 제한해 뒀어요.

사업하는 사람들은 '좋은 아이템이네 내가 해야지.' 이렇게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한국 다른 공장에서 다양하게 김밥을 만들어서 미국으로 납품하기 시작합니다. 트레이더 조에서 김밥이 매진 열풍이 났으니까 여기서도 매진이 나야 되겠죠. 근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트레이더 조 김밥' 품절 사태, K-푸드라서가 아니다?


트레이더 조의 김밥 인기는 조금 다각도로 제가 분석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로 가격. 트레이더 조에 가보면 김밥 가격이 3.99달러. 제가 사는 동네 마켓에서는 3.5달러였는데 굉장히 싼 거예요. 한 끼 식사로 3.99달러 식품은 거의 없어요. 보통 바나나 하나가 90센트. 거의 1달러죠. 그리고 시리얼바 2달러, 냉장식품에서 조그마한 샌드위치 이런 거는 4~5불 그냥 훌쩍 넘어가고요.

소스들이 보통 3~5달러 정도인데 3.99달러라는 거는 굉장히 제한적인 가격으로 마케팅한 거였습니다. 가격이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고요. 두 번째는 이게 되게 중요한데요. 베지테리언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베지테리언이라는 걸 인식을 잘 못하세요. 미국에서는 인종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거를 먹는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미국 메뉴판을 보시면 글루텐 프리, 베지테리언과 같이 어떤 거를 먹을지에 대해서 물어보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이렇게 설명해 드릴게요. 굉장히 다양한 분들이 마켓 안으로 들어왔어요. 그분들이 구입할 물건들의 공통분모를 만들어야 되는데 예를 들어서 지금 트레이더 조에서 초고추장도 판매해요. 근데 초고추장을 살 사람의 수와 글루텐프리, 베지테리언 김밥을 살 소비자의 수는 확연히 차이 날 겁니다. 거의 90% 이상의 손님들은 김밥을 잡을 수 있고요. 한 10% 정도만이 초고추장을 잡을 거예요. 왜냐하면 초고추장에는 밀가루가 들어가기 때문에 글루텐프리가 안 돼요. 굉장히 제한적인 아이템인 거죠. 근데 이 김밥은 가격이 싸고 베지테리언, 글루텐프리 아이템입니다. 누구든지 살 수 있는 그런 확장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가성비와 제한적인 마케팅으로 성장을 했던 거지 한국 음식 아이템으로서의 힘을 갖고 있지는 않았던 거고요. 한국에 있는 다양한 회사들이 한인마트 위주로 해서 김밥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마트에 가보면 우엉김밥, 고추김밥, 참치김밥, 매운 참치김밥, 굉장히 다양하게 들어오긴 해요. 하지만 그거는 철저하게 대상이 한국 사람이 돼버린 거예요. 트레이더 조는 미국 사람을 대상으로 한 거고요. 그러니까 수요가 어마어마한 거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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