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릴 뻔한 기념구 찾아주고, 사진 같이 찍고…이런 선배들을 봤나, 잊지 못할 첫 승 '감격'

이상학 2024. 4. 2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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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택연(왼쪽)이 데뷔 첫 승 기념구를 들고 인천고 선배 김재환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이영하가 김택연의 데뷔 첫 승 기념구를 챙겼다. /두산 베어스 제공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자랑하는 특급 신인 김택연(19)이 프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데뷔전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지만 2군에 다녀온 뒤 안정을 찾으며 첫 홀드에 승리까지 따냈다. 개막전 2실점을 빼면 1점대(1.69) 평균자책점으로 특급 신인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김택역은 지난 28일 대전 한화전에 2회부터 구원등판했다. 선발 최준호가 제구 난조 속에 수비 도움도 받지 못해 1⅔이닝 3볼넷 1사구 2탈삼진 5실점(2자책)으로 조기 강판된 가운데 김택연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2회에 마운드 올랐다. 

2사 1,3루 위기 상황에서 안치홍에게 4연속 직구를 던져 중견수 뜬공 잡고 추가 실점을 막은 김택연은 3회 2사 후 정은원과 최인호에게 연속 볼넷을 내준 뒤 황영묵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첫 실점했다. 5-6으로 리드를 내준 순간. 중견수 정수빈의 포구 실책으로 주자들이 한 베이스씩 더 진루하면서 2,3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요나단 페라자를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5연속 직구로 정면 승부했고, 149km 하이 패스트볼로 페라자의 배트 스피드를 이겨냈다. 

4회에는 안치홍에게 2루타를 맞긴 했지만 채은성을 슬라이더로, 임종찬을 직구로 헛스윙 삼진 잡으며 기세를 올렸다. 2⅓이닝 동안 53개로 투구수가 많았지만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막았다. 그 사이 두산 타선이 4회 4득점, 5회 5득점을 몰아쳐 역전에 성공, 승기를 잡았다. 17-8 승리와 함께 김택연이 프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09. 

경기 후 김택연은 “오늘 첫 승을 기록할 줄 몰랐다. 타자 선배님들이 득점 지원으로 패전을 지워주셨다고만 생각했는데 투수 선배님들이 이대로 끝나면 승리투수가 될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우리 팀을 믿었기에 편하게 경기 보면서 응원했던 것 같다”며 “아직도 얼떨떨하다. 특히 주말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한 날 승리를 하게 돼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두산 김택연.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김택연(왼쪽)이 첫 승을 거둔 뒤 이승엽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인천고 출신 우완 강속구 투수 김택연은 지난해 청소년대표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했고,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에 뽑혔다. 시즌 전까지 마무리 후보로 경쟁할 만큼 신인답지 않은 완성도를 인정받았고,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 게임 때 강력한 구위로 LA 다저스 타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개막전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달 23일 창원 NC전에서 0-2로 뒤진 7회 마운드에 올랐지만 1이닝 2피안타 3볼넷 1탈삼진 2실점으로 흔들렸다. 이후 2경기에서도 제구 불안에 시달리며 2군으로 내려갔다. 

열흘간 조정을 거쳐 다시 1군 올라온 김택연은 13일 잠실 LG전에서 데뷔 첫 홀드를 따냈고, 이날 첫 멀티 이닝에 최다 투구수를 던지며 승리까지 신고했다. 김택연은 “투수구가 많다고 해서 체력이 떨어질 거라는 생각은 없었다. 맡겨만 주시면 4이닝이든 5이닝이든 잘 던질 자신 있었다. 볼넷이 많아 흔들린 점은 아쉽지만 최소 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점은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OSEN=창원, 이석우 기자] 두산 김택연이 7회말 2사 만루 NC 김주원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2024.03.23 / foto0307@osen.co.kr
[OSEN=조은정 기자] 두산 김택연. 2024.03.29 /cej@osen.co.kr

이날 스리런 홈런 두 방 포함 3안타 6타점을 몰아치며 두산 승리를 이끈 4번타자 김재환도 인천고 17년 후배 김택연의 첫 승에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김재환은 “자랑스러운 우리 후배님, 정말 좋은 피칭을 했다. 쉬운 상황에 올라간 게 아닌데 잘 던졌다. 대견스럽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첫 승 축하한다”며 “처음에는 긴장도 많이 했겠지만 금방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평소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이 워낙 좋다. 앞으로 계속 경험을 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김재환은 첫 승 기념구를 들고 촬영하는 김택연에게 달려가 “같이 찍자”며 함께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김택연은 하마터면 데뷔 첫 승 기념구를 받지 못할 뻔했다. 경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좌익수 헨리 라모스가 무심결에 외야 관중석으로 공을 던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선배 투수 이영하가 빠르게 움직였다. 다행히도 라모스가 던진 공은 펜스를 맞고 그라운드 안에 떨어졌고, 그 공을 확인하고 챙긴 이영하가 김택연에게 직접 건넸다. 대신 다른 공을 관중에게 던지며 팬서비스까지 했다. 

선배의 마음 씀씀이에 김택연도 감동했다. 그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지만 특히 첫 승 기념구를 챙겨주신 영하형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나부터 발벗고 나서겠다”면서 “첫 등판 때도, 첫 홀드 때도, 첫 승 때도 정말 많은 팬분들께서 뜨겁게 응원해주셨다. 정말 감사드리며 그 응원에 보답하기 위한 방법은 결국 더 많은 활약일 것이다. 언제나 야구장에 찾아와 함성을 질러주시는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두산 김택연이 프로 데뷔 첫 승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OSEN=잠실, 조은정 기자] 경기 종료 후 두산 김택연이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4.13 /cej@osen.co.kr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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