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센터서클]정몽규 회장님, 이제 시간이 다 됐습니다

김성원 2024. 4. 2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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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황선홍 감독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한국 축구가 늪에 빠진 지 오래됐다. 허우적거릴수록 더욱더 깊은 곳으로 빠져드는 게 늪이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KFA)만 그 걸 모른다. 수차례 경고음이 울렸지만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했고, '대국민 사과'는 일상이 됐다.

정몽규 회장은 2013년 KFA 수장에 올랐다. 2016년 '만장일치' 재선에 성공했고, 2021년 단독 입후보해 무투표로 3선 고지에 올랐다. 정 회장도 공과가 있다. 그의 시대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곤란하다. 명시적으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힐 때가 됐다.

딱 1년만 되돌아보자. 한국 축구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지난해 3월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선수들의 '기습사면'을 결정했다가 사흘 만에 철회했다. 정 회장은 "사려 깊지 못한 판단이었고 팬들이 받았던 충격과 상처를 헤아리지 못했다. 협회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고개를 숙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A대표팀 감독 선임은 '밀실'에서 이루어졌다. 정 회장은 두 달전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클린스만 선임과 관련해 오해가 있다. 과거 벤투 감독 때와 똑같은 프로세스로 선임한 것이었다"고 말했고, 이에 축구계는 경악했다. 그 말이 '거짓'이라는 것은 축구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클린스만 감독 발탁 과정은 선임 기구인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도 모르는 '깜깜이'였다. 그렇게 모신 클린스만 감독 재임 기간은 설명이 필요없다. 매일 논란이었다. '미국 재택' '레전드 놀이' '해줘 축구'에 이어 '선수 내분', 아시안컵 실패까지 악몽의 1년을 보냈다. 정 회장은 또 사과했다.

그리고 2024년 4월 26일(한국시각), 참사의 결정판이 찾아왔다. 한국 축구가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1984년 LA대회 이후 40년 만에 일어난 대재앙이었다. 대한민국을 무너뜨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4위 인도네시아(대한민국 23위)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 축구를 못 볼 수도 있다.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독일, 포르투갈 등을 꺾은 것처럼 그라운드에는 이변이 상존한다. 하지만 이것이 시스템의 오작동에서 시작된 문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후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이끌 신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에 정해성 대회위원장을 선임했다. 그 후 첫 결정이 '두집 살림'이었다. 3월 태국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2연전에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A대표팀에 긴급 투입했다. 올림픽대표팀은 그 기간 올림픽 최종예선의 마지막 리허설인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23세 이하) 챔피언십에 초청팀으로 참가했다. 황 감독 대신 명재용 수석코치가 팀을 이끌었다.

우려를 제기했다. 파리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U-23 아시안컵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이라 올림픽대표팀도 최종 점검이 필요했다. 특히 U-23 아시안컵은 FIFA 의무 차출 대회가 아니다. 황 감독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등을 돌며 각 구단에 차출을 요청한 이유다.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해도 유럽 리그가 막바지라 변수가 있었다. 황 감독이 직접 팀을 챙기며 플랜 B와 C 등 다각도의 시나리오를 마련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세상에 있었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양현준(셀틱) 김지수(브렌트포드) 배준호(스토크시티)의 차출이 무산됐고, 위기 대응 능력은 떨어졌다. 한 치 앞을 볼 줄 모르는 KFA의 '철학의 빈곤' '즉흥 행정'은 끝내 비수로 돌아와 꽂혔다. 올림픽 진출 실패는 명백한 '인재'였다.

정 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그는 물밑에서 4선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들려온다. 다음달 당선이 예약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 선거에 출마하는 것도 4선을 향한 사전포석이다. 아시아 몫의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서 두 차례나 낙마하며 길을 잃었다가 AFC 집행위원으로 '급'을 낮췄다.

지금의 '정몽규 체제'는 활력을 잃었다. KFA 내부 조직도 무기력하다. 예전, '박봉'에도 활력이 넘쳤던 시절이 있었다. 현재는 서로 눈치만 보며 제 살길 찾기에만 급급하다. 사고는 그냥 터지는 것이 아니다. 정 회장의 중대 결단이 필요하다. 자신의 4선 도전이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될지 숙고해야 한다. 선거 불출마 선언도 하나의 해법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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