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더 많은 ‘고해성사’가 나와야 한다

김재태 편집위원 2024. 4. 2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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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미국 언론 워싱턴포스트로부터 "권력과 부를 가질 수 있는 자리가 어떻게 잘못된 리더를 끌어당기는지를 잘 묘사해냈다"는 평을 들은 브라이언 클라스의 《권력의 심리학》은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은 '더 악한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되어있는가' '권력은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가' '왜 우리는 우리를 통제할 권리가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이 우리를 통제하게 놔두는가' '부패하지 않을 사람에게 권력을 주고 그 권력을 공정하게 행사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네 가지 물음에 답하는 방식으로 권력의 문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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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김재태 편집위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미국 언론 워싱턴포스트로부터 "권력과 부를 가질 수 있는 자리가 어떻게 잘못된 리더를 끌어당기는지를 잘 묘사해냈다"는 평을 들은 브라이언 클라스의 《권력의 심리학》은 흥미로운 책이다. 권력과 부패의 상관관계 등 권력의 본질적 문제를 많은 실증 사례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탐구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 책은 '더 악한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되어있는가' '권력은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가' '왜 우리는 우리를 통제할 권리가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이 우리를 통제하게 놔두는가' '부패하지 않을 사람에게 권력을 주고 그 권력을 공정하게 행사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네 가지 물음에 답하는 방식으로 권력의 문제를 다룬다. 이는 어찌 보면 우리의 정치 현실과 여러 면에서 맞닿아있는 질문들이다.

이 책뿐만 아니라 부패하고 강압적인 권력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에 대한 저술이나 논평이 많이 나와있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한 가지는 있다. 권력자를 잘못 선출하면 그를 뽑은 사람들이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고, 그런 권력자들은 어느 순간,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심판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참패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번 총선 이후 많은 사람의 손은 곧바로 윤석열 대통령을 가리켰다. '선거 패배는 윤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 운영 탓'이라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왔다. 한 보수 언론에 실린 칼럼의 제목 그대로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은 윤 대통령'이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여야 정당들에서는 경쟁이라도 하듯 대통령의 변화를 주문하는 말이 줄을 이어 나왔다. 그 내용도 채 상병 사건 특검 수용 등 다양하다.

으레 선거가 끝나면 패한 쪽에서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패배의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며 그간의 오만과 불통을 성토하는 목소리만 여권에 가득한 상황은 아무래도 보기에 거북스럽다.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 운영이 선거에 즈음에서 갑자기 부각된 것도 아니고 집권 이후 계속해서 지적된 문제임에도 그동안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여권에서 얼마나 있었는지를 되짚어보면 더욱 그렇다. 총선 출마자든, 불출마를 선언한 측근들이든 선거 이전에 누구 하나 대통령을 향해 직접적으로 쓴소리를 해본 적이 있는지를 돌아봐야 하는데 현실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실책도 크지만, 최고 권력자인 그 대통령을 실패의 길로 인도하는 데 일조하지 않았는지를 성찰하고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고해성사를 하는 이가 그다지 없다는 점은 분명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지금은 "대통령에게 문제가 있지만 우리의 잘못도 작지 않다"라는 '참회 릴레이'가 함께 나와야 하는 시점이다.

권력의 오판과 독주가 계속되는 것을 막으려면 브라이언 클라스가 지적한 것처럼 잘못된 리더 선출을 우선적으로 예방하고, 리더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확고하게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민주 사회에서 그 시스템은 누구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구축할 수 없다. 결국 '함께'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순간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곡진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의 소통이다. 뒤늦게 "스타일을 바꿔야겠다"고 하면서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을 제안한 윤 대통령이 유념할 사항도 바로 이것이다. 진심의 소통은 당연하게 말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들음으로써 시작될 수 있다. 소통 의지의 핵심은 늘 그렇듯 마음을 먼저 내려놓는 것이다.

김재태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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