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이화영의 술판 주장 오락가락

김현지 기자 2024. 4. 2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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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여부·일시·장소 등 상황 두고 설명 달라…법정에선 돌발 장면 여럿
“이재명, 방북 비용 알았다”→“몰랐다”…검찰총장 “사법 시스템 흔들지 말라”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찰 술자리' 주장이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사건 당사자로서 문제를 제기한 이 전 부지사가 당시 상황과 관련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다. "검사실에서 직접 술을 마셨다"는 당초 발언은 "직접 마시진 않았다"로 바뀌었다. 음주 장소는 '1313호실 앞 창고'에서 '1313호실 내 영상녹화실'로 달라졌다. 음주 일시도 불분명하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검찰의 회유·압박 등을 기재한 '옥중노트'(비망록)를 공개했다. 하지만 술판과 관련한 기록은 미궁 속이다.

이번만이 아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과 관련해서도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쌍방울그룹의 방북 비용 대납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후 이 전 부지사 부인 A씨는 변호사를 일방적으로 해임하고, 법정에서 "정신 차리라"며 이 전 부지사를 나무랐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는 기존 검찰 진술을 뒤집는 옥중편지를 공개했는데, 하루 전날 A씨가 이 전 부지사와의 구치소 접견 당시 "저쪽이 도와준다니까 같이 저항을 하자.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다 22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 '술자리' 주장까지 꺼낸 것이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이와 관련해 "양심에 반하는 진술을 해서 이재명 대표에게 큰 어려움이 왔고, 선거를 이끄는 게 어려워지지 않나 생각해 양심에 따라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인이 거론한 "저쪽"이 민주당인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이 전 부지사의 법정 안팎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시사저널 박은숙

"직접 마셨다"→"직접 마신 건 아냐"

검찰: "피고인께서 (수원지검) 1313호 맞은편 사무실에서 (쌍방울그룹의) 김성태, 방용철, 쌍방울 관련자들이 와서 술을 마신 적이 있다고 말씀하셨죠.(이하 문답 중략) 피고인이 직접 마셨습니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그렇습니다."

수원지검이 4월23일 공개한 녹취록 가운데 일부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4월4일 수원지법에서 진행된 자신의 재판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전 부지사는 당시 법정에서 "얼굴이 벌게져서 한참 얼굴이 좀 진정되고 난 다음 귀소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전 부지사 측 김광민 변호사는 4월23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인) 김성태가 취하게 마셨다는 이야기"라며 "법정에서도 '(이 전 부지사가) 입에 갖다 대니 술 냄새가 나서 알았고 내려놨다'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러자 수원지검이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당일 법정 녹취록까지 공개한 것이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에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쌍방울의 800만 달러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선 외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도 받는다. 이는 2019년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했다는 것이 골자다. 당시 경기지사인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도 포함됐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이와 관련한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회장 등 피고인들이 청사에서 술을 마셨다는 주장만으로도 파장이 거세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는 불분명하다. 음식 구매처로 지목된 연어 가게는 2월 폐업했다. 술자리와 관련한 기록도 드러난 게 없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지난해 12월 변호인을 통해 검찰과 김성태 전 회장 등의 회유·압박이 있었다는 취지의 '옥중노트'(비망록)를 공개했다. 여기에도 술판에 대한 부분이 없다. 이를 의식한 듯, 김광민 변호사는 4월23일 "(이 전 부지사가) 상당히 많은 메모를 해두신 것 같다"면서도 "일부는 파기하기도 했는데, 파기한 것에 술자리 일정이 정확하게 적혀있었다"고 했다. 현재로선 명확한 기록이 없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마저 상황 설명을 일부 바꾸며 논란만 가중되는 모습이다. 이 전 부지사는 4월4일 법정에선 음주 장소로 "1313호 검사실 앞방 창고"를 지목했다. 이후 김광민 변호사는 방송과 입장문 등에서 "1315호엔 창고라는 명패만 있었다"며 "음주 장소는 1313호 검사실 내 영상녹화실"이라고 정정했다. 수원지검은 "이 전 부지사가 설명한 '창고'는 1315호실이지만 술자리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음주 일시도 분명하지 않았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당초 '6월30일 하루 이틀 전후'에 술자리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 김광민 변호사는 4월17일 "지난해 6월말에서 7월 초순경, 오후 5~6시"(언론 인터뷰)로, 하루 뒤 입장문에서는 '마지막 피고인 신문조서를 작성한 지난해 6월30일 직후'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6월28일, 7월3일, 7월5일인데 7월3일 가능성이 크다"(4월18일)고 했다가, "날짜를 특정한 적은 없다"(4월23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이화영 전 부지사는 △검찰 소개로 접견한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의 회유 △1313호실 녹화실 내 몰래 설치된 폐쇄회로(CC)TV 등을 추가 폭로했다. 하지만 수원지검이 이에 반박하며 진실 공방만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4월25일 담당 검사와 쌍방울 직원 등을 주류 등 금지물품을 반입한 혐의(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법 위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수원지검이 4월19일 언론에 공개한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과 연결된 영상녹화실을 촬영한 사진. (오른쪽 위)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직접 그린 수원지검 1313호실 ⓒ연합뉴스·김광민 변호사 제공

재판 도중 돌연 법정에서 나가기도

술자리 논란의 등장 배경은 무엇일까. 이화영 전 부지사는 그동안 "검찰의 회유·압박"을 주장해 왔다. 지난해 6월 '이재명 대표에게 방북 비용을 보고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한 배경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는 당시 검찰에선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김성태 전 회장에게 이 대표의 방북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돈이 좀 들어간다'며 이 대표에게 보고하니, 이 대표가 '알아서 하라'고 답했다고도 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평화부지사를 지냈다. 북한-쌍방울과 이 대표 간 연결고리인 핵심 인물이다.

이후 법정 안팎에서는 이례적인 일이 반복됐다. 이화영 전 부지사 부인 A씨는 검찰 진술과 관련한 이 전 부지사의 법정 증언을 반대했고, 당시 변호인단 가운데 하나인 법무법인 해광 변호사에게 항의했다. 이어 지난해 7월24일 변호사 해임신고서도 제출했다. 급기야 7월25일 법정에선 변호사 해임을 반대하는 이 전 부지사에게 "정신 차리라"며 언성을 높였다. 그사이 이 전 부지사는 자신의 검찰 진술을 부인했다. 이재명 대표가 방북 비용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옥중편지(7월21일)를 A씨가 공개하면서다.

하지만 A씨가 편지 공개 하루 전인 지난해 7월20일 이화영 전 부지사와의 구치소 접견 당시 "저쪽이 도와준다니까 같이 저항을 하자.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말한 사실이 최근에야 재판 과정에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는 4월4일 법정에서 "저쪽"의 의미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당시는 '친명계' 박찬대 민주당 의원 등과 A씨의 소통 의혹도 언론을 통해 불거진 때다. 당사자들은 의혹을 부인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논란 끝에 진행된 지난해 8월8일 재판에서 "(불출석한) 해광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싶다"며 재판 연기를 요청했다. 재판에 출석한 다른 변호사는 변론을 진행했다. 그런데도 이 전 부지사가 입장을 굽히지 않자,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북 비용 보고'를 부인하는 취지의 변호인 의견서를 일방적으로 제출했다. 이어 재판부 기피신청서, 변호사 사임계도 낸 후 재판 도중 법정을 나갔다. 이 역시 이 전 부지사와 상의되지 않은 돌발 행동이었다. 이후 재판은 변호사 재선임 등의 사정으로 수개월 미뤄졌다.

검찰이 공개한 출정일지. 왼쪽부터 차례로 2023년 6월 28일, 7월3일, 7월5일 ⓒ연합뉴스
전관 변호사를 동원한 검찰 등의 회유 정황이 담긴 이화영 전 부지사의 옥중편지 일부 ⓒ연합뉴스

6월7일 이화영 1심 선고가 변곡점

이화영 전 부지사의 오락가락 행보에 정치권 공방은 가열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심각하게 처벌해야 할 중범죄이자 국기 문란 사건이다"(4월15일), "검찰의 태도로 보아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은 100% 사실로 보인다"(4월16일)고 했다.

이는 다만 이원석 검찰총장의 발언 이후 잦아드는 분위기다. 이 총장은 4월23일 창원지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대한 부패범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사법 시스템을 흔들고 공격하는 일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의 "100% 사실" 발언에 대해선 "이 전 부지사의 '이 대표 대북 송금 관여 진술'도 100% 진실인가"라고 받아쳤다. "공당에서 이 전 부지사의 진술만 믿고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앞서 대검은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직원들에게 검찰 입장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이례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논란 속에 이화영 전 부지사에 대한 1심 선고는 6월7일 예정됐다. 이 전 부지사는 4월8일 징역 15년에 벌금 10억원을 구형받은 상황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다. 법조계에선 추가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도 점쳐졌다. 앞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26일 영장실질심사에서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때는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진술을 번복한 뒤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 향방은 재판 결과에 달렸고 결국 최정점인 이재명 대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화영 전 부지사도 자신의 진술이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쓰일 거란 사실을 알기 때문에 여러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등 세 건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연내 1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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