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운전자보험 보험금 청구 문턱 높아진 '이유'

김희정 2024. 4. 2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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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운전자보험 보험금 타기 묘하게 까다롭지 않으셨나요? 특히 자동차사고로 치료를 받았을 때 부상급수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자동차사고부상(자부상) 치료비 보험금요.

자동차사고 부상보장, 대중교통상해 부상치료비 등 총 6개 특약에 가입한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교통사고 사실 확인원(교사원)'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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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보험 보험금 탈 때 경찰조사 발급 서류 제출토록
사기 막아 보험금 누수 억제 목적…소비자 피해 우려 여전

작년부터 운전자보험 보험금 타기 묘하게 까다롭지 않으셨나요? 특히 자동차사고로 치료를 받았을 때 부상급수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자동차사고부상(자부상) 치료비 보험금요. 재작년엔 병원 진단서, 진료비 영수증(계산서), 의사 처방전 등만 있어도 보험금이 쉽게 나왔는데요. 지난해부터 발급받기 번거로운 서류를 요청하는 등 바뀌지 않았나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자동차부상치료비 특약 구조 개선방안/그래픽=비즈워치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지난 22일 'KB스마트운전자보험' 약관을 고쳤습니다. 자부상 치료비 특약 보험금 청구 조항이 바뀌었는데요. 자동차사고 부상보장, 대중교통상해 부상치료비 등 총 6개 특약에 가입한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교통사고 사실 확인원(교사원)'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교사원은 교통사고 조사가 마무리된 뒤 경찰서에서 발급해주는 서류인데요. 발급 받기 위해선 경찰조사를 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고요. 당장 치료비가 필요한데 경찰수사가 끝날 때까지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죠. KB손보 관계자는 "보험기간이 1~3년으로 짧은 일반보험인 KB스마트운전자보험에 대해선 약관 변경 검토만 하다가 뒤늦게 내용을 수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다른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대부분 운전자보험 약관에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죠.

혹시나 하는 의심 건에 교사원을 받는 건 사실관계를 명확히 가려내려는 취지라는 게 손보사들의 입장입니다. 자동차사고 부상보장 등 특약은 보험사기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과거엔 운전·탑승·보행 중 관계없이 자동차사고로 부상을 당하면 과실을 묻지 않고 부상등급대로 보험금을 줘 이른바 '보험빵(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받아내는 수법)'의 온상이 될 수 있단 우려가 많았죠.

/그래픽=비즈워치

'보이지 않는 손'이 손보사들을 움직였습니다. 2022년 말 금융감독원이 손보사들을 불러모아 자부상 치료비 가입금액(보험금) 한도를 기존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하향하고, 보험금 수령 시 교사원 및 자동차보험 보상처리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하는 '모범답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강제 시행은 아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운전자보험 개선을 위한 '회의'였으니까요. 실제로도 마지막 회의자료에선 관련 내용이 빠졌다고 해요. 하지만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의 줄인 말)'이 생명인 금융사들은 척하면 척이었죠. 2020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 이후 시작된 운전자보험 과당경쟁에 대한 손보사들의 피로감도 누적된 상태였고요. 이게 지난해 자부치 보험금 청구 서류 양식에 교사원을 의무화하도록 우르르 약관이 개정된 이유랍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금융소비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한쪽에선 금융소비자 편이어야 할 감독당국이 보험금 액수를 줄이고 지급 허들도 높이는 것을 허용했다는 쓴소리가 나오죠. 보험사기를 막아 보험금 누수를 억제하면 대다수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을 제한할 수 있다는 명분이 있지만 사실 운전자보험은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 80%대로 그리 높은 상품은 아니거든요.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교사원을 발급받으려면 교통사고마다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며 "자부상 치료비 보험금 타기가 더 힘들어지게 된 것이라 소비자에겐 당연히 불리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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