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과 소통을 했다면…" ABS 판정에 '헬멧 내동댕이' 퇴장, 황재균이 전한 속마음 [MD인천]
[마이데일리 = 인천 김건호 기자] "선수들과 소통을 했더라면…"
황재균(KT 위즈)은 지난 2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맞대결에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렸던 황재균은 4회초 2사 주자 1루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에 나왔다. 초구는 바깥쪽 높게 들어온 스트라이크, 2구는 존에서 벗어난 볼이었다. 이후 오원석의 3구가 몸쪽 깊숙이 들어왔다.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는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이에 황재균이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오원석의 4구 포심패스트볼이 몸쪽 낮게 들어왔다. 이지영이 포구를 하지 못하며 공이 옆으로 빠졌다. 하지만 이계성 주심이 삼진을 선언했다.
삼진 콜이 나오자 황재균이 바닥에 헬멧을 내동댕이쳤다. ABS에 대한 불만이었다. 이계성 주심은 곧바로 황재균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황재균의 프로 첫 퇴장이자 ABS 도입된 올 시즌 선수 1회 퇴장이었다.
황재균은 지난 28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ABS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선 순간적으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제가 잘 못 한 것이 맞다"면서도 "제 생각에는 ABS를 쫓기듯이 실행했다고 본다. 준비가 완벽하게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했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계속해서 "KBO에서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와 상의 없이 '그냥 해' 이런 느낌으로 시행한 것 같다"며 "지금 문제는 2군에서는 ABS를 안 하고 있더라. 얼마 전에 저희 팀 선수가 2군에서 올라왔는데, 그때 키를 재더라. 그 선수들은 한 타석 한 타석이 너무 소중하고 투수들도 1이닝이 너무 소중한데, 그 선수들은 어디서 적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황재균은 계속해서 소통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공평하고 공정한 것은 맞다. 같은 존을 두고 상대 팀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완할 것은 보완하고 선수들도 완벽히 동의했을 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팬들도 좋아하는 시스템이다. 선수들은 따라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최근 '베테랑' 선수들이 ABS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하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24일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한 이튿날 "23일 문동주의 투구를 지켜보며 KT위즈파크의 ABS존을 파악했다. 그래서 좌타자 바깥쪽을 공략해야 겠다고 판단했다"며 "그런데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공들이 볼이 선언됐다"고 밝혔다.
이후 KBO가 이례적으로 ABS 데이터를 공유했다. 26일 KBO는 "류현진의 24일 수원 KT전 특정 투구 및 23일 한화 문동주의 수원 KT전 특정 투구에 대한 ABS 판정 데이터에 대한 문의가 많다"면서 "이에 따라 ABS 운영사 스포츠투아이가 제공한 투구 추적 판정 데이터를 공유한다"고 했다.
KBO는 "류현진의 등판 경기였던 지난 24일 3회말 KT 조용호의 타석에서 3구째는 ABS 중간 존 하단을 0.15cm 위로 통과했으나 ABS 끝면 존 하단을 0.78cm 차이로 통과하지 못해서 볼 판정을 받았다"며 "23일 문동주가 투구한 4회말 KT 천성호 타석의 4구(스트라이크 판정), 24일 류현진이 투구한 1회말 KT 천성호 타석의 3구(볼 판정)는 그래픽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것처럼 투구된 위치가 다르다"고 전했다.
지난 26일 인천 KT전을 마친 뒤 추신수는 조심스럽게 "ABS 시스템을 도입할 때 선수들과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친 뒤 시행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 과정이 부족해 아쉽다"고 말했다.
ABS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팬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정하고 일관성 있는 판정 때문이다. 도입 후 선수들과 심판들의 감정싸움도 사라졌다. 선수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은 KBO와 현장과의 소통 부재다. 현장과의 소통을 거쳐 ABS 시스템이 보완된다면, 선수들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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