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경찰 창설일에 경찰 피습... 칠레 마푸체 원주민과 갈등
남미 칠레에서 칠레 국립경찰 창립 98주년을 기념하는 ‘국립경찰의 날’을 앞두고 경찰관 3명이 괴한들에게 피습당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산티아고 시내에서 안전과 질서를 요구하는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26일(현지시각) 밤 수도 산티아고 남쪽 약 400km 거리에 있는 비오비오 지역의 카녜테 마을에서 발생했다. 긴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3명이 인근에 매복해 있던 괴한들로부터 중화기 공격을 받아 현장에서 숨졌다. 긴급 신고는 허위 신고로 밝혀졌고 무장괴한들은 경찰차를 공격한 뒤 차량을 불태웠다.
칠레 경찰은 사건 다음날인 27일 공식 성명을 통해 “순찰 업무를 수행 중이던 우리 동료 3명이 비겁한 공격을 받고 순직했다는 사실을 지역사회와 그 유족에게 전한다”며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애도한다”고 밝혔다.
경찰관을 매복 공격한 괴한들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국은 이곳 원주민인 급진 마푸체족의 소행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지역에 곧바로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군대가 파견됐다. 칠레 정부도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칠레 경찰 당국은 “이번 경찰 살해사건이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미리 계획된 범죄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관 공격을 테러범죄로 규정한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직접 남부 현장을 찾아서 유가족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2022년 취임한 보리치 대통령은 남부지역에서의 분쟁 해결을 주요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으나 원주민과의 갈등은 더 심해지고 폭력사건도 늘어나고 있어 이번 경찰관 피습 사건에 대한 대처가 그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한편 경찰 피습사건의 주범으로 의심받고 있는 마푸체족은 현재 칠레의 중남부와 아르헨티나 남부에 걸쳐 약 195만명이 살고 있다.
마푸체족은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피비린내 나는 저항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잉카제국이 팽창하자 종족의 고유 영토를 지키기 위해 잉카제국과 싸웠고 스페인이 잉카 제국을 침략해 멸한 이후에는 서양에서 들어온 침략자와 맞서 격렬하게 저항했다.
칠레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마푸체족은 계속 탄압을 받았다. 마푸체족은 스페인과 투쟁할 때와 마찬가지로, 칠레인들의 정착촌을 습격해 불태우는 등 저항을 계속했으나 칠레의 대대적인 군사작전에 의해 비극적인 결과로 끝나고 말았다. 칠레의 마푸체족은 ‘보호구역’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아르헨티나 역시 마푸체족의 땅을 빼앗기 위해 수많은 마푸체족을 학살하고 칠레로 추방했다. 보호구역에 거주하는 마푸체족은 칠레에서도 소외계층으로 대부분이 농촌지역의 빈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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