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탈락'이라는 치명적인 오점…수없이 천당과 지옥 오간 황새는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윤진만 2024. 4. 29.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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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nhua연합뉴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024년 4월 26일. 황선홍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56)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다. 한국은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겸 올림픽 예선 8강에서 객관적인 전력이 열세인 인도네시아를 맞아 2대2 후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도하 참사'를 당한 것은 황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에 큰 오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30년이 훌쩍 넘는 축구 인생에서 수없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 황 감독이지만, 한국 축구의 40년만의 올림픽 진출 실패는 황 감독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다. FC서울과 대전하나에서 신통치 않았던 황 감독은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며 반등에 성공했고, 올해 올림픽을 통해 다시 최고의 자리로 오르길 바랐었다.

27일 귀국한 황 감독은 "책임을 통감한다. 결과는 전적으로 감독인 내 책임"이라고 했다. 여러 의혹에 대해 해명했지만,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이 있다. 우선, '아쉬운 선수 선발'이다. 이번 아시안컵 스쿼드는 센터백 숫자 부족 등 밸런스가 잡히지 않았고, 각 포지션에서 중심을 잡을 '그라운드 위의 리더'도 보이지 않았다. 눈 앞의 플레이에 급급해 우왕좌왕했다. 인도네시아 선수들을 상대로 일대일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상대를 압도할 수 없다면, 압도적인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올림픽팀 코치진은 대회 탈락 후 소속팀의 차출 반대에 부딪힌 유럽파 트리오 배준호(스토크시티) 양현준(셀틱) 김지수(브렌트포드)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황 감독은 세 구단을 직접 방문해 차출 약속을 받았으나, 소속팀 사정으로 뽑을 수 없었다고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비공인 대회인 U-23 아시안컵에 유럽파를 차출하기 위해선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몇 달에 걸친 구단 설득 작업이 필요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회에 임박한 시점까지 연락을 기다리는 대신, 일찌감치 합류 여부에 대한 확답을 받고 그에 맞춰 최상의 스쿼드를 꾸렸어야 한다.

중요한 경기에서 '몸에 맞지 않는 옷' 스리백 카드를 꺼낸 것도 의문이다. 황 감독은 2021년 9월 올림픽대표팀을 맡아 꾸준히 포백을 활용했다. 단단한 포백의 힘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 3연패도 따냈다. 그런데 8강전에선 꺼낸 카드는 스리백이었다. 센터백 부족 현상을 수비수 숫자로 메울 아이디어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수비 전술은 훈련장에서 '몇 번' 발을 맞춰본다고 되는 게 아니다. 황 감독은 "스리백은 미스"였다고 인정했다. 첫 두 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에이스로 우뚝 선 이영준(김천)을 인도네시아전에 후반 교체투입한 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황 감독은 "소속팀에서 많이 뛰지 못해 60분 이상을 소화할 수 없다. 두번째 경기를 마치곤 스포츠 탈장 증세를 보였다. 후반에 넣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영준은 1-2로 끌려가던 하프타임 교체투입해 후반 25분 상대 수비수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파울을 저질러 퇴장을 당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황 감독 본인이 올림픽 예선에 온전히 집중을 했는지에 대한 지적이 따른다. 황 감독은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후 공석이 된 A대표팀을 겸직해 3월 태국과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두 경기를 담당했다. 차기 A대표팀 사령탑 유력 후보로 부상했고, 감독 선임을 담당하는 협회 전력강화위원회의 정해성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황 감독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다. 자연스레 '올림픽 본선 진출시 황 감독이 A대표팀 감독에 선임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황 감독은 대회 도중 협회 관계자와 A대표팀 감독직을 두고 면담을 했다는 루머에 대해선 "나 그렇게 비겁하지 않다"며 반박했다. 황 감독이 A대표팀을 임시로 맡은 시기에 올림픽팀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모의고사 성격의 친선대회를 펼쳤다. 황 감독은 귀국 현장에서 아시안게임이 올림픽을 앞두고 중간 검증을 받는 현재의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올림픽 예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황 감독의 계약기간은 올림픽 본선까지였다. 올림픽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사실상 결별 수순이다. 축구계는 협회가 황 감독을 당장 A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선발하기가 부담스럽지 않겠느냐고 관측하고 있다. 황 감독은 "지쳤다. 일단 쉬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수없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 황 감독은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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