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위기 덮친 저축은행… 최대 5조원 손실 가능성

김유진 기자 2024. 4.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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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4곳, 신용등급 줄하향
하반기 PF 손실 본격 현실화
신용등급 조정 추가 가능성도 있어
일러스트=손민균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들고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PF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 탓에 대형 저축은행마저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고위험 부동산 PF 비중이 큰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최대 5조원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KB저축은행, 대신저축은행, 다올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4곳의 장기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KB저축은행은 신용등급 A를 유지했으며, 대신저축은행과 다올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은 각각 A-, BBB+, BBB의 등급을 지켜냈다.

나신평이 이 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데는 부동산 PF 위험이 영향을 미쳤다. KB저축은행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비중이 200%를 넘어 부동산 경기 위축과 사업지연 장기화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필요했다는 게 나신평의 설명이다. 대신저축은행 역시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 비중이 200%를 웃돌면서 브릿지론과 PF 대출을 중심으로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이 확대됐다.

다올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225.0%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에 노출돼 있다. 이 저축은행은 수도권 사업장 비중이 높고 중후순위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부동산경기 위축으로 사업성이 저하된 상황임을 고려할 때 관련 자산의 부실위험 등 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커졌다. 브리지론은 부동산 개발사업 착공 전에 토지 매입 등 초기 단계에 자금을 빌려주는 단기 대출을 말한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익스포저 비율은 110%대로 업권 평균 수준이나,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개발 사업장의 사업성이 저하되며 부실 위험이 커진 상황이다.

신용등급이 낮아진다고 해서 저축은행이 곧바로 유동성 문제에 직면하는 것은 아니다.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지 않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자금 조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다만, 신용등급이 BBB 아래인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 주요 자금조달원인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없게 돼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신축아파트 공사현장. /뉴스1

금융권에서는 이 저축은행들 외에도 부동산 PF 리스크가 커지면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곳이 대거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2조1000억원이다. 직접 대출 9조6000억원에 브릿지론성 토지담보대출이 12조5000억원이다. 저축은행업권의 총자산 내 부동산 PF 비중은 17.5%로 다른 업권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PF 리스크가 크다고 평가되는 캐피탈 등 여전사(7.4%), 증권사(4.1%)에 비해서도 비중이 상당히 크다. 특히 부동산 PF 중 가장 위험이 높은 단계인 브릿지론의 비중은 54%에 달한다. 부동산 PF 연체율 역시 6.9%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PF 정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관련 손실도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들은 그동안 첫 삽도 뜨지 못한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에 대해 대출 만기 연장으로 부실을 미뤄 놓았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경·공매 활성화 등을 추진하면서 브릿지론 단계의 부동산 PF 사업장을 정리할 예정이어서 저축은행의 손실은 현실화될 예정이다. 나신평은 저축은행이 PF 사업장 토지 등을 경·공매로 처리할 경우 30~50%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게 되면 저축은행의 예상 손실은 적게는 2조6000억원에서 많게는 4조8000억원까지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형삼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담보가치가 저하되고 PF 사업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브릿지론, 중후순위, 고(高)담보인정비율(LTV) 등 고위험 익스포저를 빠르게 확대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실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 책임연구원은 “저축은행의 기초체력이 양호해 사업환경이 극단적으로 악화돼도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위기까지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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