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산 광해방지사업 ‘하세월’… 주민 건강 ‘빨간불’ [현장, 그곳&]

오민주 기자 2024. 4.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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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봉담·용인 기흥 등 경인지역 곳곳 빛바랜 ‘위험’ 안내 현수막·방치된 건물
폐광산 248곳 중 사업 대상 15곳 그쳐...전문가 “늦어지면 토양·하천 복구 불능”
산업부 “예산 확보해 사업 속도낼 것”
28일 화성시 봉담읍의 한 폐광산 내 건물에 온갖 쓰레기와 잔해 등이 쌓인 채 방치돼 있다. 윤원규기자

 

“폐광산에서 흘러나온 중금속으로 피해 받는 억울한 시민들은 어떡하나요.”

28일 화성시 봉담읍의 한 폐광산. 폐광산에서 쓰던 인근 건물 천장과 외벽은 뜯긴 채로 방치돼 있었고 주변에는 온갖 쓰레기부터 건물 잔해들이 쌓여있어 전쟁터를 연상케 했다. 당초 이곳은 광해방지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2022년 공사가 시작, 다음 달이면 방지사업이 끝날 예정이었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광해방지사업은 광물찌꺼기저장시설에서 유출되는 오염 물질을 막아 주변의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인근 주민 A씨는 “폐광산에서 뭐가 흘러나올지 누가 알겠냐”며 “몇 년째 쓰레기만 쌓여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용인특례시 기흥구의 한 폐광산도 마찬가지. ‘위험’이라고 쓰인 안내 현수막은 찢어진 채 바람에 날리고 있었고, 슬레이트 패널부터 온갖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폐광산 오염물질에 대한 어떤 조치도 없었지만, 인근에는 대규모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경인지역 폐광산 인근 주민들이 중금속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경인지역 광해방지사업은 속도를 내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화성시 봉담읍 한 폐광산. 지난 2022년 광해방지사업 대상지로 선정됐지만 사업은 시작도 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 방치돼 있다. 이건혁기자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의 제4차 광해실태조사(2021년)를 보면 경인지역 248개의 폐광산에서 산림훼손, 지반침하, 토양·하천 오염 등 광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해는 광업활동으로 인한 피해 전반을 의미한다.

산업부는 광해를 막기 위해 광해피해방지법을 근거로 정부나 지자체와 협의해 광해 방지 계획을 마련·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산업부가 2026년까지 하기로 한 광해방지사업 대상에는 경인지역 폐광산(248곳) 중 15곳(6%)만 포함돼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폐광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대책마련에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광 인근 지역 주민의 경우 체내 중금속 노출 수준이 일반 국민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발간한 ‘3단계 토양오염 우려 폐금속광산 지역 주민건강영향조사’를 보면 폐광 인근 주민의 소변에서 측정한 평균 카드뮴 농도(1.46㎍/g Cr)가 일반 인구집단(0.39㎍/g Cr)보다 4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혈중 납 농도도 폐광 인근 주민(1.75㎍/dL)이 일반 인구집단(1.51㎍/dL)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광해방지사업이 지연되면서 유해 물질을 함유한 갱내수가 그대로 배출, 인근 토양과 하천을 복구 불능 상태로 만드는 상황”이라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기금 등을 조성해 조속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재정이 부족해 사업이 속도를 못 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광해방지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이건혁 기자 geon-siri@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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