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허수아비 최대주주” KT-현대차, 협력 성과 ‘빈손’… 김영섭 사장 해법은

안상희 기자 2024. 4.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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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시작된 KT와 현대차의 혈맹관계
사법리스크와 백기사 의혹에 양측 관계 흔들
“김영섭 사장, 사업적 시너지 효과 내고 주주가치 높여야”

“현대차가 최대주주면 뭐하는데요, 경영권도 없는 허수아비 최대주주인데…”(네이버 KT 종목토론실에서 한 주주)

“그동안 KT와 현대차의 협력 성과는 크게 돋보이지 않았습니다. 김영섭 KT 사장도 시장의 의구심을 풀어나가는 데 적극 나서야 합니다.”(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지난달 20일 KT 지분을 약 1% 매각하면서 2대 주주(7.51%)로 물러났습니다. 7.89%(현대차 4.75%, 현대모비스 3.14%)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이 얼떨결에 KT 최대주주에 오른 셈입니다. KT가 기간통신사업자인만큼 정부의 최대주주 변경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양측 모두 ‘KT 최대주주=현대차’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운 눈치입니다. 왜일까요?

두 회사의 인연은 2022년 9월 지분교환에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두 회사의 관계를 놓고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며 애매해진 모습입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지만, 현대차는 “KT와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아직 정해진 계획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입니다. KT의 전임 최고경영자(CEO)인 구현모 전 대표 시절 맺어진 현대차와 KT의 동맹관계를 놓고 어떻게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낼지 김영섭 KT 현 사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입니다.

그래픽=손민균

◇ 동맹관계가 사법리스크로까지… 무산된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

KT는 2022년 9월 현대차와 7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습니다. 두 회사는 대외적으로 “차세대 통신 인프라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의결권을 확보해 경영진의 입맛에 맞게 우호지분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런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당시 KT와 현대차그룹이 시기적으로 든든한 우군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KT와 현대차그룹의 지분교환이 이뤄지기 전인 2022년 3월 열린 KT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KT가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에 반대하는 상황이었습니다. 2023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구 전 대표 입장에서는 연임을 위해 외부세력을 통해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낮추는 게 절실했습니다. 당시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의 KT 지분을 합치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보유한 KT 지분을 넘어서기에 구 전 대표는 현대차라는 백기사가 필요했죠. 현대차그룹 또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양측의 동맹관계가 불편해진 것은 사법리스크가 발생하면서부터입니다. KT그룹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동서인 박성빈 전 대표가 설립한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현 오픈클라우드랩)의 지분을 정상가보다 비싸게 매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죠. 검찰은 이보다 앞서 현대차가 구현모 전 KT 대표의 쌍둥이 형이 설립한 기업(에어플러그)을 매입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보은성 투자라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는 KT 전·현직 임원에서 끝나지 않고, 현대차그룹으로도 향하고 있습니다.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 거래물량 대부분을 현대오토에버가 받으면서 서정식 전 현대오토에버 대표가 검찰에 소환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와 KT 사이에서 윤경림 전 KT 사장이 핵심 역할을 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윤 전 KT 사장은 현대차에서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 부사장직을 수행하다 2021년 9월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으로 합류했습니다. 그는 본래 KT 출신으로 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을 역임했습니다. 그런데 구현모 전 대표가 불러 KT로 복직한 것이죠. 동맹구도가 흔들리는 사이 구 전 대표는 국민연금의 반대로 결국 연임에 실패했습니다. 이후 윤경림 전 사장이 KT 차기 대표로 내정됐을 때도 국민연금이 반대하자 현대차는 “대주주(국민연금)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래픽=정서희

◇ 사법리스크 연루된 인물은 인사 단행했지만… 사업적 시너지 협력은 절실

이런 상황에서 “KT의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며 지난해 8월 취임한 김영섭 KT 사장이 현대차와의 협력관계를 어떻게 이어갈 지 주목됩니다. 김 사장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현대차 보은성 투자’ 등의 혐의에 연루된 임직원에 대한 문책성 인사 가능성에 대해 “팩트가 확인된 것은 잘 없지 않느냐”며 “검찰 차원에서 수사도 하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수준, 그러니깐 누가 봐도 이상하다든지, 이해를 못 하겠다든지 (등의 인사) 수준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취임 직후 검찰 수사와 관련 직간접적으로 엮여있는 인물인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 신현옥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현대차와의 협력은 단순히 구설에 연루된 사람을 정리하는 것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특히 KT와 현대차가 서로 지닌 지분 규모가 적지 않고, 통신사와 자동차 회사 간의 시너지 효과는 상당할 수 있습니다. 전장(電裝·자동차에 들어가는 전기·전자장비) 부품 대부분이 통신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KT 입장에서는 국내 대표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와의 협력이 절실합니다.

김영섭 KT 대표./뉴스1

◇ 혼란스러운 주주들… “최대주주라면 협력 시너지 보여주고 김 사장도 청사진 제시해야”

KT 주주들은 현대차와의 시너지 효과가 눈에 띄지 않아 최대주주인 게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KT는 2021년부터 현대차, 현대건설, 대한항공,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함께 ‘도심항공교통(UAM)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토부가 주관하는 ‘그랜드 챌린지’ 실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는 오히려 KT의 경쟁사인 LG유플러스와 더 빈번하게 협업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LG유플러스는 2005년부터 KT가 대부분 공급하던 현대차그룹의 무선통신 수주를 지난해 1월 따내면서 현대차, 기아차, 제네시스 등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무선 회선을 확보했습니다. 이를 통해 LG유플러스는 사물인터넷(IoT)을 포함한 전체 회선 수에서 KT를 제치고 2위 사업자가 됐습니다. 여기에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0월 현대차, 기아 로보틱스랩과 로보틱스 토탈 솔루션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최대주주는 투자한 기업이 시너지를 내도록 도와줘야 하는 데 그동안 KT와 현대차의 협력 성과는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며 “오히려 현대차가 LG유플러스와 더 깊은 협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KT와 현대차가 주주들의 혼란을 잠재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섭 사장이 시장의 의구심을 풀어나가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죠.

신철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은 “현대차와 KT가 사법리스크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상황에서 서로 백기사 역할을 해줄 게 아니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최대주주 위치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구설을 없애기 위해 지분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재무통인 김영섭 사장이 단기적으로 비용절감으로 회사의 수익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공지능(AI) 외에 미래 유망 사업을 발굴해 주주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 사장의 임기는 2026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입니다. KT CEO 임기는 통상 3년이지만 대표 선임 과정이 지연되면서 임기가 단축된 것이죠. 그가 남은 기간 동안 현대차와의 협력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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