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첫 술에 배부를까…의제 깐 李보다 尹 입에 달려
"양측 보폭 가늠하는 자리"…결과물 없으면 정국 더 꽁꽁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국정 현안을 놓고 만나는 영수회담이 29일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린다. 미리 정해진 의제 없이 1시간 정도의 차담회 형식이라 구체적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다만 빈손 회담은 양측 모두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총리 인선이나 여야정 상설 협의체 구성 등에 공감대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협치의 물꼬가 트일 수 있어 이번 영수회담이 총선 이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양측이 뚜렷한 결과물 없이 기존 입장만 재확인하면 정국이 더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양자 회담을 연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총선 공약이었던 민생회복지원금 25만 원 지급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채상병 특검 등을 수용하라고 건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후임 총리 인선을 비롯해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과 장기화하고 있는 의료개혁을 둘러싼 의정 갈등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민생 문제와 의료 개혁만은 최대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날까지도 회담 성격과 의제 등을 둘러싼 여야 간 기 싸움이 계속된 만큼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을 야당과의 협치 틀을 만드는 출발점으로 보고 영수회담 정례화 등의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번 만남을 통해 경색된 정국이 풀릴지 주목된다. 회담 결과는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각각 발표할 예정인데, 어느 정도 수준의 합의가 이뤄질지 여야정 정책협의체 상설회의처럼 지속적인 만남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심의 결론이 이미 났기 때문에 대통령이 야당에 요구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손에 잡히는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여야 대표, 여야 원내대표, 대통령실 비서실장, 정책실장 등이 참여하는 고위 정책회의를 정례화하는 데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홍태 리얼미터 선임연구원은 "이번 영수회담은 협치를 위한 분명한 노선을 정한다기보다는 양측 입장이 어느 정도 간극을 보이고 있는지, 양자 간 입장에서 서로가 어느정도 전진하고 어느 정도 후퇴할지 보폭을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수회담은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대통령 지지율 향방을 좌우할 척도가 될 전망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는 "반대 여론이 있어도 그에 대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게 지지율인데, 현재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가 30% 저점 한계선에서 저공비행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양자회담이 예정돼 있지만 총선 후유증, 의료계와 정부 갈등, 범야권의 특검 공세 등은 결코 대통령에게 낙관적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그간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어떻게든 야권을 회유하려고 할지, 아니면 통 크게 양보할 건 양보하고 얻어갈 수 있는 것들을 제안할지가 이번 만남의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헌정사상 최대 격차 여소야대 정국의 향방이 이번 회담 결과에 좌우될 전망인 가운데, 오는 3일 선출될 22대 국회 첫 원내 사령탑들도 계파색이 선명한 주자들로 정해지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친명 핵심 박찬대 의원이 단독 출마했고, 국민의힘에서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김도읍 의원의 불출마로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두 강경파의 목소리가 맞부딪히면서 22대 국회는 더 극심한 진통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새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 등 개원 현안에다 각종 쟁점 법안 등을 놓고 협상·조율해야 하는데, 양측이 서로의 요구에 대해 일절 양보 없는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있다.
이르면 오는 6월 열릴 집권 여당의 당권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5선 권영세 권성동 나경원 윤상현 4선 안철수 의원 등이 유력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용산 대통령실과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친윤계 인사와, 대통령실에 민심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수직적인 당정 관계를 바꿀 비윤계 인사 중 어느 쪽이 당권을 쥘지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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