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수회담, 어떤 대화?…이재명 말하고 尹대통령 듣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취임 후 처음으로 영수회담을 연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극한 대치를 이어온 정국이 분수령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의 '의제 제한 없는 회담' 방식을 이 대표가 수용하면서 영수회담이 성사된 만큼 이 대표가 민생·정치 현안 등 여러 의제에 적극 의견을 제시하면 윤 대통령이 이를 경청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가시적인 합의 결과가 도출되지는 않더라도 대화에 물꼬를 텄다는 의미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지난 26일 3차 준비회동에서 회담을 오·만찬 대신 차담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천준호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은 "(차담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데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특별히 의제 제한도 두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동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순서대로 모두 발언을 한 뒤 비공개로 전환한다. 전체 약 한 시간 정도 예상되지만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독대가 이뤄질지도 관심사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독대보다는 2+2, 혹은 3+3 형식이 좋지 않겠나"라며 "(이 대표가)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상황이고 내용에 대해 합의가 안 됐는데 합의했다는 식으로 대통령실에서 말할 수 있어 여러 배석자가 있는게 좋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역시 "민주당이 원하지 않는데 독대하자고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현재 이 대표가 언급할 것으로 전망되는 의제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채상병 특검법'(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 등이 꼽힌다. 특히 이 대표가 핵심 현안으로 주장해온 민생회복지원금에는 총 13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민주당은 정부·여당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요구한 상태다.
이밖에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에서 국무총리 인선을 거론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무총리 임명은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민주당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고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뜻을 모을 경우 협치의 상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또 다른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총리 인선부터 얘기하고 싶겠지만 민주당은 국정기조 전환과 민생 현안 논의가 우선돼야 인사 문제로 넘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주요 현안에 전격적인 합의가 도출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의제에 대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룰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회담 이후 공동 합의문이 아닌 각각 별도 입장문을 내는 방식으로 회동 결과를 알릴 예정이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첫 대화를 시작한 만큼 회동이 협치를 위한 돌파구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시 과반 의석을 확보했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양곡법 개정안 등 각종 법안을 단독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에게 이 대표와 회동은 3년 이상 남은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이 대표에게 전화로 영수회담을 제안하면서 이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가자는 뜻을 전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이 대표의 제안을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입장이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은 윤 대통령에게 국정기조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내일 윤 대통령에게 이러한 민의를 전할 것"이라며 "윤 정부를 향하고 있는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특검을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민생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자제하고 국회와 국민을 존중하길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민생을 위한 합리적인 제안은 얼마든지 전향적으로 검토하되 재정건전성을 흔들고 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을 해치는 법안 등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이다. 영수회담 이후 여야의 대국민 여론전과 물밑 협상 등은 더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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