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신3고 시대 생존전략

여론독자부 2024. 4. 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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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지속되는데
美 1분기 경제성장률 2년만에 최저
성장세 둔화땐 韓 수출 전선 직격탄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검토해야
[서울경제]

한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1.3%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성장하면서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체감경기와는 괴리가 있는 성장률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고물가(고유가)·고금리·고환율(강달러) 등 3고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나타난 결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물론 1분기 실적만으로 경기가 완전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3고 현상이 대외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고 있기 때문에 지정학적 불안 요인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에 따라 성장률이 큰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8% 증가하며 2022년 3분기(1.6%)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그동안 한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아온 내수가 좋게 나오기는 했지만 기저 효과에 기인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민간소비 회복이 지속 가능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렇다고 해서 야당이 주장하는 1인당 2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15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요건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민간소비의 지속성을 담보하지도 못한다. 경기 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재정 운용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코로나19 시대도 아닌데 철 지난 현금 살포는 구축 효과는 물론 추경 편성 만성화로 오히려 경제 체질을 허약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증 처방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조합이다. 내수 진작을 위한 경기 부양과 안정적 물가 관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한 묘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3고 현상과 맞물려 있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미국보다 2% 포인트나 낮은 기준금리를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낮출 경우 달러 자산 유출과 원화 약세 심화의 가능성이 있다. 원화 약세가 수출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그보다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건설 자재를 포함한 생필품 가격을 올려 오히려 민생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가 1886조 4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고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신용 비율도 지난해 말 기준 100.6%에 달하는 점도 정책 당국의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 소비 여력을 진작시키고 중소 자영업자를 포함한 기업의 금융 비용을 낮춰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 그러나 금리 인하는 높은 금리에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을 가속화해 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고 부동산 PF 문제가 본격화될 경우 문제는 더욱 꼬일 가능성도 있다. 또 올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산업 생산이 회복되면서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명분이 약화됐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이 둔화해 올해 말에는 2% 초반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긴축 기조를 섣불리 바꾸면 금융시장에 부채 증가와 위험 쏠림 시그널을 제공할 위험이 있어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한 기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준이 근원물가가 확실히 내려가는 것을 확인한 후 기준금리를 내리겠다는 입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흘 전 발표된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 기준으로 시장 예상치인 2.4%에 크게 못 미치는 1.6%로 2년 만에 가장 낮게 나타났고 1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도는 3.7%로 나타나면서 미국이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의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한국의 수출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1분기 한국의 총수출에서 미국 비중이 18%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넘어서 1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우리가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원화 가치가 기준금리 인하로 평가절하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오히려 미국의 환율 관찰 대상국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3고 현상이 올 하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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