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마왕의 눈동자 속, 재즈카페

관리자 2024. 4.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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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30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재즈의 날'이다.

그는 1991년 2집을 발표하면서 사회성 짙은 노래로 주목받았는데 그 대표작이 '재즈카페'다.

그렇게 되자 유흥가의 카페·술집이 재즈 간판을 걸어놓는 진풍경이 일어났다.

그가 보는 사회는 "어느 틈에 우리를 둘러싼 우리에게서 오지 않은 것들"이었으며, 재즈카페에 모인 넥타이를 맨 젊은 사람들은 "모두가 깊이 숨겨둔 마음을 못 본 체하며" 가식적인 행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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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재즈카페’
신해철은 세련된 사회 비판으로 젊은이들에게 추앙받았다. 신해철 2집, 1991.

4월30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재즈의 날’이다. 한국에서 재즈는 일제강점기 후 쇠락했다가 1990년 전후 퓨전재즈 열풍이 불어 부흥했다. 이때 재즈가 본질과는 다르게 유흥가에서 쓰이자 이를 풍자해 히트곡을 낸 가수가 바로 신해철이다. 그는 최초로 가요계에서 마왕이라는 칭호를 얻었으며 철학을 투영한 작품을 발표해 많은 젊은 추종자를 낳았다. 그는 1991년 2집을 발표하면서 사회성 짙은 노래로 주목받았는데 그 대표작이 ‘재즈카페’다.

“위스키 브랜디 블루진 하이힐 콜라 피자 발렌타인데이/ 까만 머리 까만 눈의 사람들의 목마다 걸려 있는 넥타이/ 어느 틈에 우리를 둘러싼 우리에게서 오지 않은 것들/ 우리는 어떤 의미를 입고 먹고 마시는가/ 토론하는 남자 술에 취한 여자/ 모두가 깊이 숨겨둔 마음을 못 본 체하며/ 목소리만 높여서 얘기하네/ 흔들리는 사람들 한밤의 재즈카페.”

가사는 1990년대 초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1988년 맥도날드 1호점이 생기며 한국은 프랜차이즈 시대를 열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패밀리 레스토랑, 고가의 청바지, 위스키 바 등을 소비하는 게 유행이었다. 이 시기 부모의 돈을 물 쓰듯 하는 젊은이들을 오렌지족·야타족으로 불렀고, 퓨전 재즈 장르는 가요와 올드팝의 낡은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새로운 매개체로 떠올랐다. 그렇게 되자 유흥가의 카페·술집이 재즈 간판을 걸어놓는 진풍경이 일어났다. 신해철은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 주목했다. 그가 보는 사회는 “어느 틈에 우리를 둘러싼 우리에게서 오지 않은 것들”이었으며, 재즈카페에 모인 넥타이를 맨 젊은 사람들은 “모두가 깊이 숨겨둔 마음을 못 본 체하며” 가식적인 행동을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밤 세상은 “흔들리는 사람들 한밤의 재즈카페” 같다고 전한다.

신해철의 2집에 실린 ‘나에게 쓰는 편지’ ‘내 마음 깊은 곳의 너’도 동시에 히트했다. 두 노래는 철학적인 물음이 핵심이다.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넌 아직도 너의 길을 두려워하고 있니” 등 ‘나에게 쓰는 편지’의 가사를 통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서 자신을 믿고 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런 곡에서 당시 X세대(1970년대에 태어난 세대)는 강한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1990년대 기성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권력이동’이나 피터 드러커의 경영서들이 대유행이었다. 그러나 당시 젊은층에게 진정한 철학자이자 미래학자는 신해철이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천재박명(天才薄命)’이라고 했던가, 신은 그를 빨리 부르고 말았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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