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 "사기=살인…범죄수익 발가벗기듯 전부 뺏어야"

대담=양영권 사회부장, 정리=이강준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2024. 4.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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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윤희근 경찰청장
윤희근 경찰청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사기는 경제적 살인이다. 개인이 작게 사기를 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전문 조직이 국경을 넘어 사회의 근간을 흔들만한 사기 범죄를 저지른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범죄가 된 배경이다. 범죄자를 잡는 것 뿐 아니라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것까지가 사기 수사다."

지난 24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만난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기 범죄에 대해선 무엇보다 엄하게 처벌하고 경제 사범에 대해선 '발가벗기듯이' 범죄수익을 전부 뺏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기는 살인과 다름 없는 중죄라는 걸 본보기로 보여주고 '사기는 돈이 된다'는 생각을 뿌리채 뽑아야 한다고도 했다.

윤 청장은 2022년 임기를 시작할 때부터 악성사기 근절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로 사기 척결에 진심이었다. 범죄자를 검거하는 것 뿐 아니라 피해회복까지 경찰이 책임져야 한다는 그의 철학도 청장 임기 내내 관철하기 위해 노력했다.

윤 청장은 △투자리딩방 사기 △연애빙자(로맨스스캠)사기 △미끼문자 등 스미싱을 신종사기로 분류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온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올해 8월 임기가 끝나는 그는 무엇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기방지기본법'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구체화해 논의 중인데 민생법안으로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윤 청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임기를 100여일 남겨두고 계십니다. 경찰 생활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서 소회를 말씀하신다면.
▶치안본부에서 경찰청으로 독립 개청을 한 1991년 제가 경찰에 임용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명예롭고 영광스럽습니다. 지난 34년을 돌아보면 어느 한 순간의 후회도 없습니다. 경찰청장으로서는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습니다. 신설되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때문에 '청장이 될때 제대로 역할 못할거다', '식물청장이다'는 얘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청장 기회가 주어졌고 이를 피할 생각도 없었습니다.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청장이 될 때부터 국민을 위해서, 조직을 위해서 설계를 했고 약속한 건 다 실현했습니다.

-보람있었던 일을 꼽으시자면.
▶경찰 구성원으로 봤을 땐 공안직 수준 기본급 인상, 복수직급제 도입 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경찰 같은 제복 공무원은 업무의 위험도나 불규칙성 때문에 더 대우를 해줍니다. 하지만 우리 경찰은 여러 특수 상황으로 인정을 못 받았습니다.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20년째 이야기를 해왔고 이번 정부 들어서 실현됐습니다. 복수직급제는 총경 계급을 겨냥한 겁니다. 경찰서장이라는 보직을 총경이 하기 때문에 상징성과 무게가 있는데 이 정원이 상당히 한정돼 있습니다. 그간 복수직급제를 경찰이라는 조직 특성상 도입이 안 됐다가 저 때 도입이 돼서 청장 임기 동안 총 270명의 총경 승진자가 나왔습니다.

-돌이켜보면 경찰국이 오히려 정부 부처와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저는 오히려 경찰국이 생겨서 역설적으로 공안직 수준 기본급 인상·복수직급제 등 경찰 복지를 해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타 부처 또는 마지막에 총리실, 대통령실까지도 협업이 돼야 가능하거든요. 거꾸로 일각에서 우려했던 것처럼 경찰국이 생겨서 과거보다 정말 경찰이 인사문제 등에서 더 권력의 통제를 받거나 했던 사례가 하나라도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국민 시각으로 볼 때는 어떤 성과를 말씀 주실 수 있습니까.
▶국민 체감 약속 5가지를 제시하고 실제로 이행했습니다. 취임 첫해엔 악성 사기 근절, 마약 근절, 건설 현장 폭력 불법 행위 근절을 1·2·3호로 제시했습니다. 3호가 특히 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것 같습니다. 건설 현장 폭력 행위 근절은 역대 모든 정부가 다 하고 싶었는 데 말 뿐이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3호는 저희 경찰 혼자가 아니라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가 협업해서 단기간에 확 달라진 현장을 보여줬잖아요. 여기에 '법질서 확립'도 꼭 언급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법질서 현재 모습은 집회 시위 현장에서 드러나는데요. 이전까진 여러 명분을 이유로 불법 행위를 눈감아주는 게 많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과감하게 현행범 체포하고 검거합니다. 경찰이 법적인 책임을 물으니 현장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젠 당당하게 법을 지키는 게 이득입니다. '준법 이득'이죠.

윤희근 경찰청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악성 사기는 지금도 큰 문제입니다.
▶전체 사기 범죄 발생 건수가 2017년 기준으로 23만건, 23년 기준으로는 35만 건으로 늘었습니다. 투자 리딩방, 연애 빙자 사기, 가상자산 사기 등 신종 사기가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호 국민 체감 약속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4호를 신종사기 근절로 제시했습니다. 이제 사기는 조직범죄, 초국경 범죄입니다. 경찰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피싱범죄수사계, 범죄수익추적수사계를 신설했습니다. 사기 범죄는 피의자를 잡는 것뿐 만 아니라 향후 확실하게 책임을 묻고 범죄수익을 전부 찾아내 다 뺏어서 피해자한테 돌려줘야 진정한 사건의 마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체감 약속 4호와 함께 남은 임기동안 5호(도박 근절) 분야에서도 국민이 공감하실만한 성과를 내겠습니다.

-사기 범죄는 사후 검거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항상 강조하셨습니다.
▶사기범죄는 온라인·비대면, 조직화, 초국경 특성을 보이며 많은 피해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돈을 벌려고 사기 범죄를 하기 때문에, 범행 의지를 꺾으려면 '사전적 방지 체계'를 구축해 사기를 저지르지도 못하게 해야 합니다. 기상상황을 분석해 태풍이나 폭염을 국민들에게 미리 알려 인명과 재산피해를 방지하는 것처럼, 국민들의 사기범죄 신고를 분석해 최신 사기 유형과 수법 변화를 파악해 '사기범죄 예·경보'를 발령하면 피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더욱 '사기방지기본법', '다중피해사기방지법' 통과가 중요합니다.

-기업 입장에선 산업기술유출도 심각합니다.
▶산업기술유출은 어찌보면 살인·강도 그 이상 버금가는 심각한 범죄 행위입니다. 경찰과 검찰은 인신 구속까지도 염두를 두고 수사를 합니다. 다만 구속 영장을 신청·청구하면 법원에서 기각되는 경우가 좀 있습니다. 기술유출을 한 본인들은 '내가 수백억 이득 취하고 한 1~2년 살다 나오면 돼' 이런 인식을 갖는 경우를 완전히 근절해야 합니다. 만약 이득을 봤다면 책임을 과하게 물어서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술유출 피의자들이 비싼 변호사를 써서 법적인 제재를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사회에서 지탄 받는 범죄 행위로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경찰의 미래 치안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먼저 경찰청에서 치안감이 수장인 미래치안정책국을 만들었습니다. 급격한 과학기술 발달, 첨단 범죄에 맞서 주먹구구식으로 미래 치안을 대비해선 안 된다는 문제 의식에서 시작됐습니다. 과학치안 청사진인 '경찰 미래비전 2050'을 수립하고 동아시아 유일의 치안 박람회인 '국제치안산업대전'을 개최하는 등 치안산업 진흥 기반도 조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올해는 7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많이 알려진 저위험권총 등 미래치안의 성과를 국민께 보일 예정입니다.

-임기 전 꼭 국회 문턱을 넘었으면 하는 법안이 있으시다면
▶다중피해사기방지법·주취자보호법·치안산업진흥법·국립묘지법입니다. 특히 다중피해사기방지법은 21대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협의 중인데 여건이 어렵다면 22대 국회에서라도 꼭 통과돼 사기범죄가 근절됐으면 합니다. 작년 겨울 경찰이 집까지 데려다 준 주취자가 사망하고 해당 경찰관들이 벌금형을 받아 청장으로서 안타까웠습니다. 경찰만으로는 주취자 문제 해결이 한계가 있는 만큼, 지자체·소방·법원 등 유관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주취자보호법도 22대 국회에선 통과되길 바랍니다. 그 밖에 치안산업 육성 기반을 마련하는 치안산업진흥법, 경찰의 국립묘지 안장자격을 완화하는 법안 통과도 필요합니다.

대담=양영권 사회부장 indepen@mt.co.kr 정리=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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