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마음을 정화시킨 화엄사의 종소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만물은 어둠 속에 빠져있고 날이 밝기는 요원한 이른 새벽.
제일 먼저 울린 법고는 땅 위에 사는 중생을, 목어는 물속에 사는 중생을, 운판은 공중을 날아다니는 중생을, 마지막을 장식한 범종은 천상과 지옥에 있는 중생을 일깨우기 위해 울린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울려 퍼지는 범종의 깊은 음은 마음과 머리를 정화시킨다.
차례로 들려오는 불법의 진리를 담은 소리가 마음을 정화해줄 것이기에.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만물은 어둠 속에 빠져있고 날이 밝기는 요원한 이른 새벽. 조용한 산사에 갑자기 천둥 같은 우렁찬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화엄사(전남 구례군)가 깨어나는 순간이다.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서 유래한 천년고찰답게 새벽에는 범종, 법고, 목어, 운판을 가리키는 불전사물의 소리에서 시작하고, 해 질 녘 또 한 번 소리로 하루를 마감한다. 삼라만상의 어둠을 걷어내고 천하의 만물을 깨우는 의식인 동시에 하루를 마무리하고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이다.
제일 먼저 울린 법고는 땅 위에 사는 중생을, 목어는 물속에 사는 중생을, 운판은 공중을 날아다니는 중생을, 마지막을 장식한 범종은 천상과 지옥에 있는 중생을 일깨우기 위해 울린다고 한다. 하지만 굳이 대상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깜깜한 새벽 강렬했던 법고의 울림은 잠으로 몽롱한 정신을 깨운다. 목어는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으로 흥분된 마음에 평온을 선사하고, 운판의 맑고 청량한 음색은 정신을 한곳에 집중시킨다. 마지막으로 울려 퍼지는 범종의 깊은 음은 마음과 머리를 정화시킨다.
요즘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전국의 사찰들이 울긋불긋한 연등으로 절 마당을 채우고 있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이 시기 가족의 건강 기원이나 소원을 적은 연등을 달기 위해 절을 찾을 것이다. 이왕 절에 발을 디뎠다면 한 번쯤은 불전사물의 소리를 들어보길 추천한다. 차례로 들려오는 불법의 진리를 담은 소리가 마음을 정화해줄 것이기에.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조국 "최고급 아니고 연태고량주"… 전여옥 "나같으면 영수증 올린다" | 한국일보
- 선우은숙 측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 황당해…고소 유지" | 한국일보
- "57년간 고마웠습니다" 나훈아, 마이크 내려놓다 | 한국일보
- 임주리 "하루 인세 1800만 원, 만나는 사람 100만 원씩 줬다" | 한국일보
- 지코·뉴진스 뮤비 공개 불과 6시간 차이... 하이브 약점 드러낸 '한 지붕 경쟁' | 한국일보
- 방탄소년단에 도 넘은 조롱·비방... 빅히트 측 "엄중 대응" | 한국일보
- 현직 부장검사 "0.1% 정치사건으로 검찰 악마화... 조기퇴직 부추겨" | 한국일보
- '혐한' 日 아이돌, 한국 화장품 기업 모델 됐다··· "소비자 무시" | 한국일보
- 고춘자 "'파묘' 촬영 중 영혼 나타나... 개봉일도 내가 정했다" | 한국일보
- "월 324만 원 준비됐나요"... 은퇴 후 부부 생활비 지금 계산해야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