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수모 끝에 이룬 지퍼의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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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매년 4월 29일을 '지퍼의 날(National Zipper Day)'로 정한 까닭은, 지퍼의 편리성을 되새기자는 뜻보다 지퍼처럼 너무 익숙해서 당연시하는 일상의 것들을 잠깐이나마 낯설게 바라보며 그 가치를 생각해 보자는 취지라고 한다.
스웨덴에서 태어나 1905년 미국으로 이민 온 전기공학자 겸 발명가 오토 프레드릭 기드온 선드백(Gideon Sundback, 1880.4.24~1954.6.21)이 1914년 8월 '분리형 잠금장치(separable fastener)', 즉 오늘날의 지퍼 특허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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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매년 4월 29일을 ‘지퍼의 날(National Zipper Day)’로 정한 까닭은, 지퍼의 편리성을 되새기자는 뜻보다 지퍼처럼 너무 익숙해서 당연시하는 일상의 것들을 잠깐이나마 낯설게 바라보며 그 가치를 생각해 보자는 취지라고 한다. 스웨덴에서 태어나 1905년 미국으로 이민 온 전기공학자 겸 발명가 오토 프레드릭 기드온 선드백(Gideon Sundback, 1880.4.24~1954.6.21)이 1914년 8월 ‘분리형 잠금장치(separable fastener)’, 즉 오늘날의 지퍼 특허를 신청했다.
그의 지퍼는 단추가 아니라 신발 끈을 대체하기 위한 거였다. 앞서 1893년 미국 내전 참전 군인 휘트컴 저드슨(Whitcomb Judson)이 두꺼운 철사를 휘어 만든 후크와 고리로 신발 끈을 대체한 ‘후크 앤드 루프(hook & loop)' 잠금 장치를 개발했다. 오늘날 등산화에도 흔적의 일부가 남아 있는 그의 발명품은 하지만 양쪽을 잡아당길 수 있는 끈만큼 단단한 고정력이 없었고 그리 안정적이지도 않았다. 선드백은 그의 후크와 루프를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형태로 개선하고 가운데에 슬라이더를 장착해 위아래로 움직여 잠그고 풀 수 있도록 개량했다. 형태와 기능 면에서 오늘날의 지퍼는 그의 1917년 3월 특허 상품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지퍼는 그에게서 특허권을 산 B.F 굿리치 컴퍼니라는 회사가 1923년 자사 제품 부츠에 활용하면서 세상에 등장했고, 장치가 여닫히는 소리에서 착안한 지퍼라는 이름도 그 무렵 만들어졌다. 힘이 센 전통은 신문물의 편리를 천박함으로 치부하곤 한다. 미 육군은 1차대전 군인들의 군화에 시험적으로 지퍼를 썼고, 1930년대 아동복 업계가 “아이들의 자립심을 고취하자”는 마케팅 구호와 함께 맨 먼저 옷에 도입했다. 이후 여성 참정권 운동 세대가 레이스업 드레스 끈과 단추 대신 지퍼를 달아 저항의 상징처럼 썼고 성인 남성이 가장 늦게 가죽점퍼에 지퍼를 달았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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