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68> 당나라 시인 유우석이 모란을 두고 술 마시며 읊은 시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2024. 4.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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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란)꽃을 앞에 두고 술을 마시는데(今日花前飮·금일화전음)/ 기분 좋아 여러 잔을 마시니 취하누나.

첫 구에서 '모란꽃을 앞에 두고 술을 마신다'는 행위 자체가 시인이 아니라면 쉽지 않다.

둘째 구에서 '기분 좋아 술을 여러 잔 마시니 취한다'는 시구(詩句)도 해학적이지만 깊은 뜻이 있다.

시인이 모란꽃을 보며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고 바란 것은 아닐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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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같은 노인네를 위해 핀 것이 아니에요(不爲老人開·불위노인개)

오늘 (모란)꽃을 앞에 두고 술을 마시는데(今日花前飮·금일화전음)/ 기분 좋아 여러 잔을 마시니 취하누나.(甘心醉數杯·감심취수배)/ 단지 걱정되는 건 꽃이 말하는 것이니(但愁花有語·단수화유어)/ 그대 같은 노인네를 위해 핀 것이 아니에요.(不爲老人開·불위노인개)

위 시는 당나라 시인인 유우석(劉禹錫·772~842)의 ‘모란을 보며 술을 마시네’(飮酒看牡丹·음주간모란)로, 그의 문집인 ‘유몽득문집(劉夢得文集)’에 들어있다.

시 내용이 아주 재미있다. 이런 시를 직설적으로 해석한다면 원래의 시가 가진 풍부한 감성이 줄어든다. 첫 구에서 ‘모란꽃을 앞에 두고 술을 마신다’는 행위 자체가 시인이 아니라면 쉽지 않다. 모란꽃이 가진 의미와 상징성을 다 읽을 수 있는 감정이 있어야 한다. 모란은 부의 상징이자 ‘가장 사랑하는 꽃’(最愛·최애)’이다. 성리학 기초를 닦아 주자로 불리는 주돈이는 시 ‘연꽃을 사랑한다고 말하네’(愛蓮說·애련설)에서 “세상 사람들은 모란꽃을 아주 사랑한다네”(世人甚愛牧丹·세인심애목단)라고 읊었다.

둘째 구에서 ‘기분 좋아 술을 여러 잔 마시니 취한다’는 시구(詩句)도 해학적이지만 깊은 뜻이 있다. 시인이 모란꽃을 보며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고 바란 것은 아닐 터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온 천하 사람이 부유하고 행복하다는 걸 상상한다면 시인은 기분 좋을 것이다. 필자는 ‘甘心(감심)’을 그렇게 해석했다.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부자가 돼 행복하게 산다면 시인 입장에서 술이 취한들 어떠랴.

셋째 넷째 구가 압권이다. 내가 꽃을 피우는 건 당신 같은 늙은이를 위한 것이 아니랍니다. 물론 시인이 상상했다. 자신처럼 초라한(?) 사람보다는 더 많은 사람에게 ‘부(富)’를 나눠 주라는 의미도 행간에 담겼다.

어제 함께 공부하는 분들과 지리산 남부 끄트머리에 우뚝 솟아 악양 들판과 섬진강을 굽어보는 형제봉(1116m)으로 등산을 갔다. 산에서 내려오는데 길가에 자리한 집 화단에 모란꽃이 피어있었다. 악양의 지인 집에도 모란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들은 참이어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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