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인간관계 생명론 ‘화무십일홍’

경기일보 2024. 4.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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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 경희대 명예교수

열흘 붉은 꽃이 없음은 ‘권불십년(權不十年)’으로 10년을 가지 못하는 권세를 비유, 연계해 그 뜻을 강조하고 있다. 열흘은 10년과 동격의 시간적 물리량으로 산정되고 있으니 인본적 관점의 상상력은 그 격식이 없는 듯하다.

열역학 제2법칙으로 보면 영속한 생명은 없다. 생명 현상은 끊임없이 변하는 물리적 환경의 변화에 호응한다. 만개한 꽃이 붉은색을 유지하기에는 온도, 습도는 물론 빛이 없는 밤의 길이도 중요하며 심지어 색소를 가지고 있는 세포의 나이에 따른 활력도와 수소이온농도(pH) 변화도 꽃의 색 유지와 변화에 관여한다.

꽃의 색깔은 수분을 매개하는 곤충을 유인하는 등 생식과 번식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식물의 번식 전략에서 보면 수분은 유전적으로 선호되는 꽃가루를 건강한 시기에 맞춰 암술에 붙이는 매우 중요한 행위다. 환경에 더욱 성공적으로 적응하려는 식물의 생식 전략은 꽃의 만개와 지속성에 있어 다양한 시기를 선택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건강한 수분 생리가 유지되는 짧은 시기에 승부를 건다. 이 건강함은 좋은 조건이라는 환경에 의해 선택되고 이 시기가 지나면 꽃과 그 색깔은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다. 즉, 다음 세대의 유전적 우세는 특정한 시기에서 특정한 여건의 관계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엄연한 필연적 법칙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문적 관점에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자연에는 없는, 적어도 그 의미가 불필요한 ‘화유천일홍’ 또는 ‘화유만일홍’이 사회에는 엄연히 존재함을 인정하는 암시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암시는 열흘과 10년의 차이를 무시하는 주관이어서 ‘아전인수’가 되기 십상이다. 사회적 관계를 이루는 각자의 인문적 사고는 꽃이 붉어야 하고, 아흐레를 만개해야 하고, 그리고 수분 후에는 의미가 없음에 대한 객관적 사유를 붙이지 않아 ‘내로남불’로 해설되기 십상이다.

특정한 객체의 인문적 주관에 의한 역사의 변화는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쓰게 한 위인의 주관적 역량은 화무십일홍이건 화유십일홍이건 자연의 법칙과는 무관한 사회의 법칙에 의해 펼쳐졌다. 이제 세계는 인류의 공존을 위해 기후변화 걱정 없는 세상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권리를 가장 존중해야 할 가치로 여기는 역사를 쓰고 있다.

정보기술 산업의 발달은 물론 표현의 자유에 연계해 인류의 소통은 원활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각자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많은 정보가 시공을 초월해 전파된다. 특정한 인문적 정보는 객관성을 잃기 쉽다. 내가 보는 인문적 주관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화무십일홍의 객관적 은유를 넣어 보지만 주관으로 고정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객관적 생명현상을 정보의 재구성 과정에 고려하면 사회적 갈등이 완화될 것을 예견한 선조의 지혜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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