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청’ 존 리 영입에, 항우연-천문연 신경전[기자의 눈/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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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우주 비전을 제시할 우주항공청 개청을 한 달여 앞두고 정부가 우주항공청장과 임무본부장 내정자를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우주항공청 임무본부장으로 존 리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위 임원을 내정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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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은 발사체, 위성, 항공 분야를 주로 연구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천문연은 우주 탐사, 태양계 관측 등에 연구 방점이 찍혀 있다. 지금까지 한국 우주 연구개발(R&D)은 발사체 중심이었다. 그간 천문연이 항우연보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았던 배경이다.
하지만 정부가 우주항공청 임무본부장으로 존 리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위 임원을 내정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수석어드바이저를 지낸 리 본부장의 전문 분야는 태양계 탐사다. 그는 지난해부터는 천문연과 태양 탐사 공동 연구를 2년째 이어오고 있다.
리 본부장과 ‘라포르’를 쌓은 천문연은 이번 인선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천문연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우주 R&D는 발사체를 개발하고 거기에 맞는 과학 탑재체를 싣다 보니 (할 수 있는) 과학 연구의 폭이 좁았다”며 “리 본부장은 반대로 ‘무엇을 할 것이냐’부터 정한 다음 발사체, 위성을 만드는 방식으로 R&D를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항우연에서는 “전문가들도 잘 모르는 인사를 임무본부장으로 세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항우연 관계자는 “NASA 출장을 많이 다녀봤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임무본부장으로 온다니 매우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항우연에서 날 선 반응이 나오는 것은 임무본부장이 향후 항우연, 천문연의 R&D 방향까지 결정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항우연과 천문연은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서 우주항공청으로 소속을 옮길 예정이다.
우주 학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NASA 출신의 해외파 인재를 영입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 만큼 리 본부장에게 힘을 많이 실어줄 것”이라며 “양 기관 모두 리 본부장의 인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우주청이 국내에 처음 만들어지는 부처인 만큼 첫발을 어떻게 내딛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우주 강국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두 기관의 ‘화학적 결합’이 필수다. 물리적으로 두 기관을 붙여놓는 것만으로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정부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이들이 융합해 나갈 수 있는 협력 체계를 제시하고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 한다. 우주 강국으로 나아갈 첫걸음이 얼룩지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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