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청’ 존 리 영입에, 항우연-천문연 신경전[기자의 눈/최지원]

최지원 기자 2024. 4.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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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우주 비전을 제시할 우주항공청 개청을 한 달여 앞두고 정부가 우주항공청장과 임무본부장 내정자를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우주항공청 임무본부장으로 존 리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위 임원을 내정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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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산업1부
국가 우주 비전을 제시할 우주항공청 개청을 한 달여 앞두고 정부가 우주항공청장과 임무본부장 내정자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 인선을 두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항우연은 발사체, 위성, 항공 분야를 주로 연구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천문연은 우주 탐사, 태양계 관측 등에 연구 방점이 찍혀 있다. 지금까지 한국 우주 연구개발(R&D)은 발사체 중심이었다. 그간 천문연이 항우연보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았던 배경이다.

하지만 정부가 우주항공청 임무본부장으로 존 리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위 임원을 내정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수석어드바이저를 지낸 리 본부장의 전문 분야는 태양계 탐사다. 그는 지난해부터는 천문연과 태양 탐사 공동 연구를 2년째 이어오고 있다.

리 본부장과 ‘라포르’를 쌓은 천문연은 이번 인선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천문연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우주 R&D는 발사체를 개발하고 거기에 맞는 과학 탑재체를 싣다 보니 (할 수 있는) 과학 연구의 폭이 좁았다”며 “리 본부장은 반대로 ‘무엇을 할 것이냐’부터 정한 다음 발사체, 위성을 만드는 방식으로 R&D를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항우연에서는 “전문가들도 잘 모르는 인사를 임무본부장으로 세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항우연 관계자는 “NASA 출장을 많이 다녀봤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임무본부장으로 온다니 매우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항우연에서 날 선 반응이 나오는 것은 임무본부장이 향후 항우연, 천문연의 R&D 방향까지 결정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항우연과 천문연은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서 우주항공청으로 소속을 옮길 예정이다.

우주 학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NASA 출신의 해외파 인재를 영입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 만큼 리 본부장에게 힘을 많이 실어줄 것”이라며 “양 기관 모두 리 본부장의 인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우주청이 국내에 처음 만들어지는 부처인 만큼 첫발을 어떻게 내딛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우주 강국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두 기관의 ‘화학적 결합’이 필수다. 물리적으로 두 기관을 붙여놓는 것만으로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정부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이들이 융합해 나갈 수 있는 협력 체계를 제시하고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 한다. 우주 강국으로 나아갈 첫걸음이 얼룩지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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