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특검 수용해야”… 대통령실 “국회서 논의를”

윤다빈 기자 2024. 4. 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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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李 회담’ 앞두고 의제 신경전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29일 첫 회동을 하루 앞두고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채 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핵심 의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 차를 드러내며 신경전을 펼쳤다. 대통령실은 “특검법은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을 할 사안”이라며 “윤 대통령이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반면, 민주당은 “총선 민심에 따라 특검법은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28일 논평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하고 있는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특검을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며 “민생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자제하고 국회와 국민을 존중하기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실무회동 과정에서 회담 의제로 내놓은 게 전혀 없는 데다 민주당의 의제 요구에 대해서도 답을 준 게 없다”며 “이 대표가 직접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총선 민의도 가감 없이 전달하고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비롯해 ‘방송 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제2양곡관리법’ 등 윤 대통령이 이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에 대해서도 수용을 촉구하는 한편 거부권 행사 자제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특검)법안은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할 사안”이라며 특검법 수용 요구는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9차례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한 것 역시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을 활용하는 것으로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기류다.

이 대표가 총선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액수 조정에 대해서는 여지를 두는 가운데, 선별 지원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尹-李, 민생지원금-추경 주로 논의… 총리 인선 거론 불투명

오늘 오후2시 ‘차담’형식 회담
“특검 수용못해” vs “국민대표 질문”
대통령실-민주 하루전까지 신경전
여야정협의체 구성 성과 가능성… 독대-공동합의문 채택은 없을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하시는 일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한 게 진심일 것이라고 믿는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이 대표가 국민을 대표해 질문하러 가는 자리다. 윤 대통령이 단순히 듣는 자리가 아니라 대답을 내놓는 자리여야 한다.”(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릴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을 하루 앞두고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을 이어갔다. 대통령실은 “열린 회담이 될 것”이라며 격의 없는 논의를 강조하면서도, 민주당이 요구할 특검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총선 과정에서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비롯해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 전환에 대한 답을 듣겠다고 벼르고 있다.

● “열린 회담 돼야” “차 한 잔에 봐줄 필요 없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29일 오후 2시부터 용산 대통령실 2층 집무실에서 만난다. 두 사람은 식사 대신 차담 형식으로 회동을 진행한다. 역대 대통령-야당 대표 회담은 오찬 등 식사를 겸해 열린 적이 많았으나 이번에는 차담으로 결정됐다. 모두발언을 포함해 총 1시간가량 회동이 예정돼 있으며, 현장 분위기에 따라 예정된 시간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의 모두발언이 끝나면 비공개로 회담이 진행되며, 회담 종료 후 양측은 각자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독대할지에 대해선 양측 간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독대는 필요하면 자연스럽게 할 것이다. 우리가 예단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독대는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배석자가 없는 상태로 독대할 경우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가 추후 이면 합의를 했다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대통령실은 민생회복지원금과 관련해 전 국민에게 25만 원을 지원하는 것은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류다. 서민, 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정하는 선별 지원 등으로 금액과 대상 범위를 조정해야 유연성을 발휘해 협의의 여지가 있다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1인당 25만 원이라는 액수를 조정하더라도 타협점을 모색하겠다는 계산이다. 민생회복지원금이 지급될 경우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을 달성하는 성과인 만큼 대상이나 액수가 다소 줄어들더라도 합의에 주력하겠다는 것. 복수의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등은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지급액이나 범위에 대해서는 협상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과 경제 문제에 대해 이 대표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에서는 이번 회담의 초점인 민생에 대해선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도 5년 중 영수회담은 1번밖에 없었으며 성과도 없었다”면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의 통화에서 ‘자주 만나 차도 마시고 식사, 통화도 하면서 국정을 논의하자’고 한 것은 이번 회담이 이 대표에게 매우 열린 회담이 될 것이란 의미”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이번 회동에서 필요한 이야기를 모두 쏟아내겠다는 방침이다. 실무 의제 조율 없이 이뤄지는 만큼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대통령의 국정기조 전환 및 거부권 자제 요구, 연금개혁, 방송3법, 의정 갈등 관련 여야정 협의체 등을 모두 언급하겠다는 것. 실무 회동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야당 대표 입장에서 차 한잔 얻어 마시면서 윤 대통령을 봐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서도 “다 해야 한다. 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표가 직접 윤 대통령 면전에서 필요한 정책들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야권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위상도 확실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한 핵심 관계자는 “상대방이 있는 대담이기 때문에, 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강조할 사안도 있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내용도 있을 것”이라면서 당일 윤 대통령의 입장에 따라 발언 수위는 조절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차기 총리 논의 불투명

한덕수 국무총리의 후임자 인선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주제로 올라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됐던 ‘야권 국무총리 추천 요구설’과 달리 이 대표에게 후임 국무총리 추천 요청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후임 총리 추천 관련 언급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대표 측 역시 “국무총리 인준을 야당에 요청하는 것 자체가 총선 이후 야권 내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일으키겠다는 의도”라며 선을 긋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3차례 실무협의에서 합의사항이 없었던 만큼 이날 공동합의문이 채택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시간 정도의 회담으로, 물리적인 시간이 안 되기 때문에 공동합의문은 나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합의문의 형태는 의미가 없다”며 “윤 대통령이 답할 차례”라고 했다.

이번 회동 성과물로 기대되는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두고는 대통령실에서는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야당이 굳이 국정 실패의 책임을 나눠 가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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