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부대' 김동휘, 순수·불안·탐욕을 눈빛에 감춘 충무로의 보석 [인터뷰] 

모신정 기자 2024. 4. 29.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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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동휘/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댓글부대' 안국진 감독이 찻탓캇 역에 김동휘를 캐스팅 할 때 그의 눈빛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밝혔고, 찡뻤킹 역의 김성철 또한 눈으로 수많은 감정을 표현하는 김동휘에게 놀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댓글부대'에서 그가 연기한 찻탓캇은 댓글부대 팀알렙에서 온라인 여론 조작을 위해 후킹한 스토리를 짜는 익명의 작가다. 온라인 여론 조작 스토리텔링에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는 인물이다. 특히 찻탓캇의 선한 눈빛은 기자 임상진(손석구)이 의심 없이 댓글부대의 존재를 폭로하는 기사를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에게 신인상을 여러차례 안긴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한지우를 통해 소년의 성장담을 그렸던 것을 제외하면 김동휘는 드라마 '비밀의 숲 2'의 김후정, 웨이브 오리지널 '거래'의 송재효 역을 통해 이 순진해 보이는 눈빛을 불안과 탐욕으로 바꾸는 것에도 능수능란하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 찻탓캇 역도 마찬가지다. 순진무구함과 음험함 사이의 경계선을 묘하게 오간 김동휘는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여러가지를 기대하게 하는 힘센 배우다. 

배우 김동휘/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동휘와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실제 나이인 29세보다 최소 5살은 더 어려 보이는 초동안 외모도 눈길을 끌었지만 여러 차례 공식 간담회에서 선보였던 유려한 말솜씨가 이날 인터뷰에서도 빛을 발했다. 자신의 의견을 또렷한 발음과 조리 있는 말솜씨로 명확히 전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안국진 감독님과 첫 미팅 때는 너무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오히려 불안하기도 했어요. 저를 마음에 안들어하시면 어쩌나 싶었죠. 그런데 제 눈빛이 좋아서 캐스팅했다고 하셨어요. 극중 제 눈을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촬영한 장면이 있는데 찻탓캇의 눈빛을 통해 표현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다고 하셨죠. 극중 반전이 존재하니 반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는데 오히려 감독님은 용기를 가지고 제보하러 온 유약하고 여리면서 작은 용기를 지닌 캐릭터로 표현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장강명 작가의 동명 원작을 베이스로 한 영화 '댓글부대'는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임상진이 온라인 여론 조작 세력의 실체를 파헤치는 내용을 그렸다. 원작 소설을 한번 읽었다는 김동휘는 소설과 영화의 차이에 대해 차분히 설명해 나갔다. 

"영화와 소설의 공통점은 굉장히 현실적이죠. 원작은 고자극적 요소도 있어요. 그런 면에서 몰입도 잘 되고요. 영화는 배우의 연기와 미장센, 탁월한 편집감 등을 통해 충분히 관객을 몰입하게 하죠. 사실 저는 영화가 내린 결말이 좋았어요. 이렇게 모호하고 댓글부대 자체의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것 자체가 우리 현실 아닌가요. 임상진과 찻탓캇의 대사 중 '그래서 신고할 생각 안해봤어', '뭘로 신고해요'라는 내용이 있잖아요. 이 대사가 가장 영화의 맥락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우리 삶이 이렇지 않나요? 실체를 잡기 어렵잖아요."

여론 조작을 함께 진행하는 팀알렙의 찡뻤킹 역의 김성철과 팹택 역의 홍경과 함께 펼친 핑퐁 호흡은 '댓글부대'의 또 다른 백미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희망을 가질 겨를도 없이 인터넷 여론 조작을 통해 얻은 사회적 영향력을 통해 한탕을 꿈꾸는 이들 세 명의 스토리는 우리 시대에 대한 또 다른 은유이기도 하다. 

배우 김동휘/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김성철 형과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어요. 성철이 형이 나오는 드라마나 뮤지컬은 많이 봤죠. 사실 무대와 매체를 옮겨다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연기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요. 그런데 그 두 가지를 너무 잘 해내는 것 같아서 정말 대단해 보여요. 연기의 AI가 있다면 성철이 형이 아닐까 싶어요. 타고났는데 노력까지 하는 배우이거든요. 홍경도 굉장히 집요해요. 끈까지 파고들죠. 경이와는 '콘크리트 마켓'에서 호흡을 한번 맞춰서 서로 편한 사이에요. 연기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잘 받아 줄 수 있고 잘 통해요."

그가 연기한 찻탓캇은 김성철, 홍경이 연기한 찡뻤킹·펩택 사이에서의 역할도 중요했지만 손석구가 연기한 임상진이 만전 그룹 취재에 자서게 하는 중요 제보자이기도 했다. 김동휘가 대립되는 두 그룹 사이를 오가야 하는 찻탓캇을 연기하며 가장 중점을 삼은 것은 최대한 정보를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찻탓캇은 중간에 있는 인물이어야 했어요. 팀알랩 일원이기도 하지만 임상진과 만나는 인물이죠. 더도 덜도 아닌 중간 포인트를 살려야 했어요. 안국진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홍경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역할에 매몰되지 않게 도왔죠. 찻탓캇이 진폭이 큰 인물이 아니어서 어렵기도 했어요. 진폭을 드러내기보다 숨겨야 했죠. 보이지 않돼 보여야 했거든요. 감독님은 최대한 아이처럼 보이게 해달라 하셨고요. 선역으로 보이지만 엔딩에는 반전이 있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순수함 같은 모습을 표현하려 했어요."

김동휘는 김성철, 홍경, 손석구와의 호흡에서 리액션도 중시했지만 찻탓캇이 아마추어 웹소설 작가라는 직업적 특성에도 중점을 뒀다. 그는 웹소설 작가 관련 카페에도 가입해 공통된 특징을 조사하기도 했다. 

배우 김동휘/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찻탓캇의 직업적 특수성에 대해서도 중점을 뒀어요. 모니터의 뒤에서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면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그런 사람들이 내 앞에 실존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조사하고 고민했어요. 글을 쓰는 것이 너무 즐겁고 항상 반복하는 습관인 사람의 세계를 고민했죠. 차탓캇은 사회성이 많이 결여된 친구로 설정했는데 웹소설 작가 카페에서 보면 일상적 고민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캐릭터 준비에 많은 도움을 받았죠." 

대부분의 배우들에게 목표나 다짐을 물었을 때 돌아오는 답변과는 일반적이지 않은 대답을 들려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김동휘는 매작품을 할 때 가지는 공통의 목표가 '한사람의 몫만 잘 하자'라고 들려줬다. 

"작품을 할 때마다 1인분만 하려고 해요. 작품 전체를 보는 습성 가지고 있는데 제 캐릭터가 튀지도 묻히지도 않으면서중간 정도의 농도이기를 바라요. 거칠고 감정이 격한 역을 맡으면 좀 더 센 감정을 표현하면 되고요. 전체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작품에 누가 되지 않는 것이에요. 연기라는 게 저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함께 하는 사람의 노력도 중요한 거니까요. 배우로서 목표는 연기를 오래 하는 것인데 이순재, 신구, 최민식 선생님처럼 대중들에게 기억되는 연기를 펼쳐 보이고 싶어요."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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