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李 첫 회동, 정례화만 합의해도 성과

조선일보 2024. 4. 29.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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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오늘 오후 대통령실에서 첫 회담을 갖는다. 회담 성사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윤 대통령이 전화로 회담을 제의한 게 지난 19일인데 성사까지 열흘이 걸렸다. 양측이 의제 사전 조율을 놓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두 사람이 만나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는데 불필요한 신경전에 매몰돼 자칫 회담에 차질을 빚을 뻔했다. 다소 늦었지만 양측이 의제·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만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의 만남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검찰총장 출신이 대장동 등 7개 사건에 10개 혐의로 기소된 형사 피고인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제 검찰총장이 아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2년 가까이 만나지 않은 것은 정상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남은 3년간 압도적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를 상대해야 한다. 나라의 미래가 걸린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물론이고 아무리 작은 국정 과제라도 민주당 협조 없이는 한걸음도 나아가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이 대표를 만나 정치를 복원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총선 민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같은 무리한 요구를 관철하려 해선 곤란하다. 대규모 현금 살포는 고물가에다 나랏빚이 1126조원을 넘어선 경제 비상 상황에 기름을 붓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무리한 정략적 요구를 거두고 고물가, 고금리에 고통받는 국민을 위한 실질적 민생 대책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윤 대통령도 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 특검 이슈를 피해가려고만 해선 안 된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솔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두 사람 앞에는 이보다 시급한 현안들이 쌓여 있다. 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 파행 사태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다. 민주당은 양비론식 태도로 일관해왔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구체적 해법은 다를 수 있어도 의대 증원의 당위성 자체는 민주당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영수 회담을 통해 여야가 통일된 해법을 내놓는다면 이번 사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총리 인선을 비롯한 국정 수습에도 힘을 합쳐야 한다. 윤 대통령이 정국 구상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다면 총선 기간 증폭된 국론 분열을 치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회담 정례화를 통해 협치의 틀을 마련한다면 그 자체로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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