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교육부 파견 공무원의 어떤 언행
지난달 일부 국가 한글학교의 등록과 운영, 지원금 배분 문제 등을 둘러싸고 공무원이 얽힌 ‘국제 추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글을 썼다. 한글학교는 교민 자녀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하는 사립 교육 기관으로, 전 세계 114국에 1400여 개가 있다. 재정 지원은 재외동포청이 하지만, 그 배분과 운영 관리는 교육부 파견 공무원이 한다.
이후 세계 곳곳의 한글학교 운영자와 교사, 학부모들의 이메일과 전화가 쏟아졌다. 개중엔 “우리는 정부 지원을 못 받고 있다”는 한탄, 또 “별문제 없는 국가의 학교들마저 도매금으로 부정적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분명 많은 한글학교들이 별 탈 없이 잘 운영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학교 운영자의 독선적 경영과 텃세, 이들과 유착해 직권을 남용하는 담당 공무원의 전횡, 또 이를 전혀 통제 못하는 현행 제도의 심각한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계속 이어졌다.
어떤 정책이나 제도든 허점이란 있기 마련이다. 다만 운영하는 이가 ‘공복(公僕)’의 자세로 선량하고 겸허하게 일해 왔다면 이렇게까지 불만이 쏟아지진 않았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글학교 담당 공무원 중엔 자신이 교사나 학부모 한참 위에 있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는 듯하다.
한 한글학교 학부모들이 담당 공무원(교육원장)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받았다는 이메일엔 이런 표현이 있었다. “일개 학교 교장이 대한민국 교육을 대표하는 교육원장에게 금전적 지원을 위한 면담을 개별적으로 요청하는 행태를….” 불이익을 각오하고 이 글을 공개한 학부모 대표는 “(재외동포청) 지원으로 수년간 잘 운영되던 한국어 특별 수업이 (교육원장 교체 후) 갑자기 중단 위기를 맞았고, 큰 혼란에 빠진 학생과 학부모를 구제하려 지원 재개를 읍소하려 했다”며 비통해했다.
자세한 전후 사정은 정부나 감사원이 확인을 해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역만리서 교민 자녀의 정체성 확립과 한국어 보급에 기여해 온 이들이 교육부 관료로부터 ‘일개’라는 말로 폄훼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교육을 대표하는 교육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행태’란 말엔 시대착오적 권위주의마저 느껴진다. 교육원장이란 직책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모르나, 누가 대한민국 공무원으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고 싶겠는가.
일각에선 “이게 대한민국 교육 행정가들의 실체”란 격한 말까지 나온다. 한 프랑스 교민이 직접 교육부에 연락해 항의하고 대책을 요구했더니 “교민들의 일방적 주장일 뿐인데 어떻게 일일이…”란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국민을 업신여기는 ‘행태’들이 오래도록 쌓이고 쌓여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의 처참한 현실이 벌어졌다면 너무 과한 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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