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학년이라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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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나이대 아이들은 몇 달 차이가 신체적으로나 두뇌 발육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 몸에 맞는 옷을 구입해 편하게 입는 것이 보편화했다.
아이들에게 학년이라는 낡은 틀에 욱여넣기보다 아이들의 성장 패턴에 조응하도록 제도를 맞춰 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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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별 모집, 학생 간 격차 줄일 것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장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몇 달 만에 키가 쑥 크고 체형도 바뀐다.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도 마찬가지다. 이런 변화를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자신을 완성하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로 키우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현재 한국 공교육 제도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이라는 틀로 짜여 있다. 그런데 이런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 수십 년 전이다 보니, 오늘날 사회와 잘 맞지 않는 점이 많아서 이를 개선하려는 논의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춘다거나, 각 단계의 교육 연한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런 논의에서 다소 주목받지 못한, 하지만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한 측면이 있다. 그것은 1년을 단위로 3월부터 학사일정을 운영하는 방식이 그 대상이다.
예를 들어 올해 3월 초등학교 입학생은 2017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교육과정을 마칠 때까지 10년 넘게 하나의 집단을 이뤄 생활하고 공부한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나이대 아이들은 몇 달 차이가 신체적으로나 두뇌 발육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극단적으로 1월 1일생과 12월 31일생은 한 학년 차이를 둬야 할 만큼 인지 능력이나 신체 조건이 다를 수 있다.
이런 차이는 늦게 태어난 아이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같은 학년 내에서 생일이 늦을수록 학업성취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격차는 줄어들긴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아울러 신체 조건의 차이는 왕따나 집단따돌림 같은 문제를 낳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피하고자 늦게 태어난 아이의 부모는 자녀를 한 학년 늦춰 학교에 보내기도 한다.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방안은 없다. 하지만 제도를 바꾼다면 문제를 완화할 수는 있다. 신입생을 받고 진급하는 단위를 현재의 1년이 아니라 6개월, 즉 현재의 학기로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7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에 태어난 아이들은 올해 3월에 입학하고, 7월 1일부터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들은 9월에 학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한 집단으로 묶이는 학생들의 출생 날짜 차이는 1년이 아니라 6개월로 줄어들어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 간의 발달 수준 격차가 크게 감소한다. 아이들의 학교생활 적응과 학업성취 수준을 제고할 수 있다.
6개월 단위로 입학, 진급, 졸업이 이뤄지면 학교 행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1년 단위로 학사일정을 운영하기 때문에 입학이나 졸업 그리고 진학과 관련한 많은 인력이 상시 운영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비효율이 더 클 수 있다. 입학, 졸업, 진학을 더 자주 하면 전담 인력의 활용 수준이 높아지기에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입학을 학기 단위로 운영하는 것은 조만간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와 적잖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학점을 모두 채운 학생들이 조기 졸업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면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난하던 시절에는 옷값을 절약하기 위해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에게 몸에도 맞지 않는 큰 교복을 맞춰 주는 집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 몸에 맞는 옷을 구입해 편하게 입는 것이 보편화했다. 아이들에게 학년이라는 낡은 틀에 욱여넣기보다 아이들의 성장 패턴에 조응하도록 제도를 맞춰 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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