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수학(數學)여행

우승순 2024. 4. 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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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 4, 5, 6, 7, 8, 9 그리고 0. 누구나 이 10개의 숫자 안에서 희로애락을 겪으며 살아간다.

인류는 숫자로 연산을 만들었고 나아가 가장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학문인 수학으로 발전해 왔다.

슈퍼마켓에서 스캐너로 순식간에 상품 정보를 읽을 수 있는 것도 2진수와 10진수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바코드 덕분이고, 나같이 길눈이 어두운 사람이 복잡한 서울에서 목적지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수학의 미적분을 응용한 내비게이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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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순 수필가

1, 2, 3, 4, 5, 6, 7, 8, 9 그리고 0. 누구나 이 10개의 숫자 안에서 희로애락을 겪으며 살아간다. 예외 숫자는 없다. 눈만 뜨면 전화번호, 주민번호,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이 쓰이고 부동산과 주식가격, 여론조사 지지율 등이 뉴스를 장식한다. 가정 살림부터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숫자에 울고 웃는다. 언어와 문화는 달라도 숫자는 세계 공통어다.

무미건조한 숫자지만 나와 연관 지어지질 땐 생명으로 부활한다. 생년월일로 태어나서 온갖 숫자와 부대끼며 살다가 모년 모월 모일에 떠난다. 좋아하는 숫자가 있는가 하면 싫어하는 숫자도 있고, 많아서 행복한 숫자도 있지만 적어서 다행인 숫자도 있다. 매사가 그렇듯 숫자도 적당히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인류는 숫자로 연산을 만들었고 나아가 가장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학문인 수학으로 발전해 왔다. 지금은 초등학생도 쉽게 하는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같은 간단한 사칙연산도 옛날 사람들은 수백, 수천 년 동안이나 몰랐던 어려운 산수(算數)였다.

이제 세상은 수학이 지배한다. 슈퍼마켓에서 스캐너로 순식간에 상품 정보를 읽을 수 있는 것도 2진수와 10진수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바코드 덕분이고, 나같이 길눈이 어두운 사람이 복잡한 서울에서 목적지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수학의 미적분을 응용한 내비게이션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전자제품 같은 기계가 사람처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는 것도 수학의 퍼지(fuzzy)이론을 응용한 것이다.

수학은 때로 철학에서 출발한다. 우주는 얼마나 크고 그 끝은 어디일까? 수학의 ‘무한’ 개념이다. 기호로는 팔자를 옆으로 눕힌 ‘∞’로 표기한다. 화엄경 법성게에는 ‘하나에도 무한이 존재하고 무한도 하나(一卽一切多卽一)’라는 구절이 있다. 1초라는 짧은 시간도 그 속에 무한의 찰나가 있고 천년이라는 긴 시간도 한 생각일 뿐이다. 인생 100년은 무한일까 찰나일까.

2016년 3월 9일 기계 두뇌인 ‘알파고’가 인간 바둑 천재인 이세돌을 186수 만에 불계승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지구인들은 충격에 빠졌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에 상식처럼 되었다. 세상은 이제 인공지능(AI)이 스스로 진화하는 시대가 되었고 수학은 과학뿐만 아니라 경제, 예술, 인문학 등 모든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2028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의 ‘미적분Ⅱ’가 선택과목에서 제외된다고 한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려면 어려운 수학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수능 과목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필수과목도 아니고 선택과목마저 없앤다면 아예 관심에서조차 멀어질까 걱정된다.

#미적분 #선택과목 #희로애락 #전화번호 #주민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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