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1호 퇴장’ 황재균이 인터뷰 자청한 이유는?…“잘못된 행동 맞지만, ABS 시기상조란 생각 지울 수 없어”[스경x현장]
황재균(37·KT)은 지난 26일 인천 SSG전에서 선수로선 시즌 ‘1호 퇴장’을 당했다.
그는 0-3으로 뒤진 4회초 2사 1루에서 SSG 선발 오원석과 대결했다. 볼카운트 1B-2S에서 오원석의 4구째 직구가 반대 투구 됐고, 포수 이지영이 공을 흘렸다.
황재균은 낮게 들어온 이 공을 볼로 생각했으나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다. 주심의 삼진 콜 직후 황재균은 화를 참지 못한 채 헬멧을 벗어 바닥에 던졌다.
주심은 황재균의 과격한 항의를 문제 삼아 곧바로 퇴장 조처를 내렸다. 올 시즌 도입된 ABS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한 첫 번째 사례다.
황재균은 28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순간적으로 그렇게 행동한 건 제 잘못이 맞다”고 옳지 못한 행위임을 인정했다.
황재균은 경기 전 인터뷰를 자청했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사과하는 동시에 ABS 운영에 관해서도 할 말이 있어서였다.
그는 “(ABS 도입이) 시기상조였던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 지울 수가 없다”며 “KBO는 2군에서 4년간 시행한 결과를 토대로 도입했다지만, 2군에선 중간 면을 기준으로 했고 지금은 좌우 폭도 넓어졌다. 다 새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ABS는 스트라이크존의 상하 기준을 선수 신장의 56.35%, 27.64%로 설정하고 있다. 중간 면과 끝 면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좌우 기준은 홈플레이트 크기(43.18cm)에 좌우 각 2cm를 확대 적용했다.
황재균은 ABS 판정 존이 일정하지 않다는 불만뿐 아니라 현재 설정된 존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좋은 타구로 연결할 수 없는 공까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그렇다고 ABS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황재균은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스트라이크존이 정립되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팬분들도 좋아하시기 때문에 공평하고, 공정하다면 선수들은 당연히 따라가는 게 맞다”고 했다.
황재균은 KBO와의 소통 부재를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았다. 그는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 뒤 조금 더 천천히 시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KBO 관계자는 “현재 ABS 존은 계속 진화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떨어지는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너무 많이 받아서 끝 면까지 모두 통과하도록 보완했고, 좌우 폭은 볼넷이 너무 많아지는 문제점을 고려했다”며 “선수들을 대상으로 ABS 설명회를 여는 등 의견 수렴 과정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번 설정해 놓은 ABS 존에 급격한 변화를 줄 순 없으나 시즌 뒤에 충분히 의견을 모아서 보정하거나 절충안을 찾을 순 있다”고 부연했다.
인천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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