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 비행기 값은 누가 낼까? [UPDATE 2024]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4. 4. 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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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국 대선이 200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경합주 위주로 캠페인에 거침이 없는 반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른바 ‘성 추문 입막음 돈(Hush Money)’ 의혹 사건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뉴욕 법원에 발이 묶인 모습이네요. 열네 번 째인 오늘은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의 재선 캠페인과 거기에 부수되는 논란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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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17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전미철강노조 본부를 찾아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10일 한국에선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는데요. 이를 앞두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를 문제 삼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올해 1월부터 선거 직전인 5일까지 전국을 찾아다니며 ‘민생 토론회’를 17차례 주최해 수십~수백조 원 규모의 굵직한 정책들을 발표했는데요. 대통령으로서 민생을 챙기는 것이 당연한 책무이자 도리지만, 야당 입장에서 보면 “국민의힘 지원을 위한 사전 선거 운동이고 정치 중립 위반”으로 볼 여지가 있는 거죠. ‘왜 굳이 선거 직전에 이래야 하느냐’는 건데 이런 논란은 문재인 정부 때도 있었습니다. 대선·총선·지선을 앞두고 우리 정치권에서 늘 되풀이 된 논란이지요.

미국에서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이번 대선은 미 역사상 매우 드물게 전직 대통령인 트럼프가 4년을 건너 뛰고 다시 대전에 도전해 현직인 바이든과 맞붙는 구도입니다. 바이든은 현직이면서도 그의 재선을 위한 선거 캠프가 차려져 미 전역에서 공격적인 캠페인을 구사하고 있는데요.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대통령 바이든’과 ‘대선 후보 바이든’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수 진영에선 매번 바이든의 일정과 정책을 대선과 연관 지어 해석하며 “중립을 지키라”고 비판하고 있죠. 트럼프와 그 인사들에 대한 여러 법적 절차가 바이든 임기 4년 내내 진행중인 가운데, “바이든이 정적(政敵)을 죽이기 위해 법과 제도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불만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오는 겁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3일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를 찾아 '여성의 낙태 권리'를 주제로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실제로 바이든의 행보를 보면 재선을 염두에 둔 것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대통령의 지난 4월 셋째주 일정을 보면 펜실베니아주 한 곳에서 사흘이나 보냈는데요.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쇠퇴한 공업 지대)’ 중 하나로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를 중요한 경합주 입니다. 2016년 트럼프에 승리를 안겨줬던 백인 노동자 계층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가 결정적일텐데요. 바이든은 이날 일정에 맞춰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3배 인상을 추진한다는 맞춤형 정책을 발표했고, 피츠버그의 전미철강노조(USW) 본사를 찾아서는 “철강은 미국 경제의 척추이자 안보의 기반”이라며 스킨십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우방인 일본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명확히했죠.

바이든이 지난 23일 플로리다 탬파를 찾아서 ‘낙태권’ 이슈를 부각한 것도 다분히 전략적입니다. 플로리다는 2000년대 들어 공화당세가 강한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 중 한 곳인데요.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임신 6주 이후 임신중지금지법’ 등 보수 색채가 너무 강한 정책에 대한 반발로 일부 여론조사에선 바이든이 트럼프에 2% 포인트 차까지 따라붙으며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날 바이든은 “극단적인 낙태금지법이 여성 400만명에 영향을 미칠 것” “악몽에 책임 있는 단 한 사람은 트럼프”라며 상대 후보를 직격하고 어성 유권자 표심에 호소했는데요. 바이든 뿐만 아니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배우자인 질 바이든 여사 역시 조지아 등 경합주 위주로 돌아다니며 민주당에 유리한 낙태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습니다.

25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 있는 대통령 전용 탑승기 '에어포스 원'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그런데 의문이 하나 들죠. 사실상 선거 캠페인으로 볼 수 있는 이런 대통령의 일정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온당할까요? 바이든이 보통 지방 일정에 가면 ‘마린 원(Marine One)’이라 불리는 시코르스키사 헬리콥터, 또는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이라 불리는 보잉747기를 이용하는데요. 비용은 마린원이 시간당 2만 달러(약 2700만원), 에어포스원이 20만 달러(약 2억7000만원)에 육박합니다. 이 뿐만이 아니죠. 대통령이 한번 움직이면 리무진을 실은 수송기 등이 동행해야 하고요, 수십~수백명의 경호 인력이 붙습니다. 그래서 백악관 안에는 윤리위원회가 있어 ‘대통령 바이든’의 일정인지 ‘대선 후보 바이든’의 일정인지를 구분하고, 캠페인 요소가 있으면 이를 변제받게 됩니다.

민주당의 ‘대선 컨트롤 타워’인 전국위원회(DNC)가 에스크로 계좌에서 백악관으로 비용을 보내는데요. AP통신 보도를 보면 현재까지 약 30만 달러(약 4억1300만원)를 보내는 데 그쳤다고 합니다.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 캠프는 연방 정부에 총 470만 달러를 지불했다고 하네요.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아가며 펀드레이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바이든은 3월 말 기준 1억9200만 달러(약 26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해 트럼프를 거의 두 배 이상 앞서고 있습니다. 백악관에 비용을 변제하는 거야 문제가 없을텐데요. 11월 대선에 가까워질수록 ‘대통령 바이든의 대선 행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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