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아이스하키, 강호 슬로베니아 꺾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감독 김우재)이 28일 이탈리아 볼자노에서 개막한 세계선수권 디비전 1-A(2부리그) 1차전에서 슬로베니아를 4대2로 누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슬로베니아는 2023년 월드챔피언십 톱 디비전에 뛰었던 강호다. 한국은 2004년 세계선수권 디비전 1B그룹에서 처음 슬로베니아와 만나 2대10으로 대패했다. 이후 지난해 열린 유로하키챌린지에서 0대10 대패를 당할 때까지 10차례 만나 2019년 딱 한 번 이겼다.
한국은 1피리어드 3분34초만에 슬로베니아에 첫 골을 내줬다. 패스가 끊기면서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했고, 슬로베니아의 사볼리치가 대회 첫 골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은 당황하지 않고 전방부터 강력한 압박을 통해 상대 공격 흐름을 끊고, 빠른 공격을 감행하는 전술을 펼치며 오히려 분위기를 잡았다. 이번 대회 출전국 중 전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평가된 슬로베니아이지만, 한국의 투지에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결국 한국은 1피리어드에서 대반전을 만들어냈다. 대표팀 막내인 공유찬(20·연세대)이 김상욱(36·HL안양)의 어시스트를 받아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1분5초 후 신상훈(31·HL안양)이 안진휘(33·HL안양)의 패스를 골로 연결시켜 2-1 리드를 잡았다.
한국은 2피리어드에서 야카 소자에게 골을 내주며 2-2 동점을 허용했고, 피리어드 막판까지 이어진 슬로베니아의 파상공세를 막으면서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결국 이런 분전이 3피리어드의 승리 드라마를 쓰는 힘이 됐다.
한국은 3피리어드에서도 강력한 압박, 과감한 돌파와 슛으로 슬로베니아의 공격 흐름을 끊었다. 결국 3피리어드 6분50초에 상대의 반칙을 얻어내며 파워플레이(상대 선수가 퇴장당해 수적으로 앞선 상태에서 플레이하는 것) 기회를 만들어냈다. 한국은 대표팀 간판 공격수로 떠오른 이총민(25·HL안양)이 8분17초에 다시 네트를 뒤흔들었다. 골 왼쪽에서 과감하게 때린 퍽이 상대 수비수를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한국은 종료 4분45초 전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상대의 공격이 끊겨 역습 기회를 잡았고, 김시환(20·연세대)과 김상엽(20·미국 주니어 2부리그 세인트클라우드 노르스멘) 이 4번째 골을 합작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순수하게 국내 선수들이 출전했다. 지난 대회까지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특별귀화 형식으로 태극 마크를 단 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선수와 코칭스탭 모두 한국인으로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것은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평창올림픽부터 굳게 대표팀 골문을 지켜왔던 맷 달튼 대신 골문을 책임진 이연승(29·HL안양)이 슬로베니아의 슛 32개 중 30개를 막아내며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공격에선 이총민과 함께 지난해 20세 이하 세계선수권 디비전 1 B그룹(3부리그) 승격을 이끌었던 김시환, 공유찬, 김상엽 등 20세 선수들이 승리의 주역이 되면서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에 희망의 빛을 안겼다.
이번 대회는 한국(세계 21위)을 비롯해 슬로베니아(17위), 이탈리아(18위) ,헝가리(19위), 루마니아(23위), 일본(25위) 등 6팀이 출전했다. 상위 두 팀이 톱 디비전(1부리그)으로 승격한다.
슬로베니아를 상대로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긴 한국은 30일 오후 11시 헝가리, 5월1일 오후 11시 일본과 각각 2,3차전을 치른다. 하루 휴식 후 루마니아와 3일 오후 7시30분 4차전에서 맞붙고, 4일 오후 11시 2026년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이탈리아와 대회 최종전에서 대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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