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동물학대에서 강력범죄로… ‘동물학대 범죄’ 관리 필요한 이유

허시언 기자 2024. 4. 2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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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 범죄 더 잔인해지고 형태 다양해져
동물보호법 강화됐지만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
동물학대는 사람 향한 학대로 발전할 수 있어
중범죄자 상당수가 살인 사건 전 동물 학대해
전문가 "동물학대 강력한 처벌과 관리 필요해"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요즘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동물학대 범죄가 날이 갈수록 진화해 더 잔인해졌을 뿐 아니라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죠. 길고양이들을 상대로 고문 같은 학대를 저지르거나,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음에도 보란 듯이 동물을 폭행하고 동물을 입양한 뒤 살해하기도 합니다. 동물학대는 생명존중감이 떨어진 사람들이 벌이는 행동으로, 언젠가 이들의 공격 대상을 물색하는 눈길이 다른 사람으로 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얼굴 등에 화상을 입은 고양이 모습.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제공


지난 2월부터 두 달 동안 부산 강서구 공장 밀집 지역에서 얼굴에 화상을 입거나 귀가 일부 잘리는 등 학대 피해가 의심되는 고양이 4마리가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토치와 가위 등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학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3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아지와 고양이를 반복적으로 입양한 뒤 살해한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가해자의 동물 유기·살해·학대 정황만 고양이 4마리, 강아지 5마리입니다. 피해 동물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죠.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개월간 경남 김해, 부산, 경북 성주, 대구, 경기 용인 등에서 총 54차례에 걸쳐 고양이 76마리를 잔혹하게 죽인 일도 있었습니다. 가해자는 평소 자신이 주차해 놓은 차량에 길고양이들이 생채기를 냈다는 이유로 길고양이나 분양받은 고양이를 향해 분풀이를 했습니다.

동물학대는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2021년부터 시행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기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했습니다. 처벌 수위는 높아졌지만 동물보호법을 위반해 검거된 사례는 계속 늘어났습니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최근 5년간 연도별 동물보호법 위반 검거 건수’를 보면 ▷2017년 322건 ▷2018년 416건 ▷2019년 723건 ▷2020년 747건 ▷2021년 688건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동물학대 범죄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동물보호법 자체는 이전에 비해 강화됐지만, 형량 선고 수위가 아직 강화된 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 피의자 4221명 중 구속 기소된 피의자는 전체의 0.1%인 4명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전체 사건 중 1965명(46.6%)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1372명(32.5%)은 약식명령 처분을 받았습니다. 정식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2.9%인 122명에 그쳤습니다. 정식재판을 통해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도 5.5%에 불과했는데, 절반 이상인 56.9%의 피고인이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동물학대 범죄를 가볍게 여기고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면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동물을 향한 학대는 언제든 사람을 향한 학대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흉악범죄나 연쇄살인을 저지른 중범죄자 중 동물학대 전력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폭력성이 사람에게 표출되기에 앞서 동물을 대상으로 먼저 발현된 것인데,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동물학대 범죄를 주요 강력 범죄의 전조증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범죄자들 중 상당수가 살인 사건을 저지르기 전 동물을 학대한 전력이 있습니다. 8명의 피해자를 살해한 연쇄살인범 강호순은 운영하던 개 사육장에서 개를 잔혹하게 도살하는 등 동물학대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21명을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인 연쇄살인범 유영철 역시 어릴 적 동물학대를 한 경험이 있고, 첫 범행 직전 개를 상대로 살인 연습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동물학대를 강력 범죄의 전조증상으로 보고 강력한 처벌과 관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보다 약한 대상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은 처음에는 동물을 타깃으로 삼지만 나중에는 사람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 ‘자신보다 약한 대상’은 동물에서 여성·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법률 상 동물은 사유 재산에 해당합니다. 물건으로 취급하다 보면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약해질 수도 있는 문제들이 생기죠. 동물도 하나의 중요한 생명체로 보고 처벌을 좀 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강력범죄 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좀 더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한국도 동물학대범의 범죄 기록물을 남겨놔 흉악범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파악해 관리하고, 교정·교화·형량 선고에 반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석대 김상균(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동물학대 범죄에 대해 좀 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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