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의 한계와 위험 2

김영수 이스트우드컴퍼니 CEO 2024. 4. 2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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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 사모펀드 이야기] <4>

5. 불패신화로부터의 리스크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분야에,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규모로 인수를 하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신출귀몰한 경영 개선책을 사용하여, 아무도 생각치 못했던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 쿨하게 철수한다”

'사모펀드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을 요약한 말인데, 솔직히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기가 그렇게 쉽겠는가? 그런데 대부분의 사모펀드가 그러한 불패(Invincibility) 신화, 그것도 영속적 연쇄불패신화를 사람들이 믿어준다는 것을 전제로 사업모델이 구축되어있다. 이 신화는 반드시 언젠가 무너지게 되어있는데, 그러면 계획 전체가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여러 건의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건의 실패가 있었다면, 그 실패에 대해 투자자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좋은 이야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어처구니 없는 판단으로 남의 큰 돈을 날리고 태연자약하게 능숙한 화술에 의지하는 것과는 다른다.

문제는 ‘기가 막힌 성공’을 연속해서 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소한 스캔들 또는 몇건의 투자 실패, 은폐 의속 등으로 투자자(LP)들이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고 오히려 자금을 회수하거나 채권자들이 채권을 회수하면 왠만한 사모펀드 전체가 순식간에 가라앉아 버린다.

최근 한국 사모펀드들이 해외로 많이 진출하는 현상이 불패신화를 계속 유지할 만한 먹음직한 투자대상이 국내에서는 거의 소진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국 재벌기업들의 성공적인 해외진출 경험을 미루어 볼 때 토종 사모펀드들의 해외진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과거 일본의 화학전문기업들이 한국과 대만 등으로 이전하면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을 때 도움을 준 적이 있다. M&A가 활발하지 않은 일본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들 가운데 오너의 나이가 많은 기업 등이 좋은 인수대상이 될 것이다. (나중에 사모펀드들에게 권하고 싶은 프로젝트라는 항목에 이를 따로 논하자.)

선진산업의 핵심 기술을 가진 외국 기업을 통채로 인수해서 한국기업이 해당 업종에 진출하는데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경우도 많다. 기술 라이센스 도입→소화→자체 개발 등 십년도 넘게 걸릴 수도 있는 과정을 순식간에 해결해버리는 쾌거라고 볼 수 있다.

예전 한국의 기업가들이 일본 기업가의 집앞에서 몇주일 간 새벽부터 기다리면서 사정을 했더니 이를 기특히 여겨 자기들 회사에서 이래 저래 쓰지 않는 오래된 기술을 하나 가르쳐주었다는 시절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고, 규모가 커진 한국경제와 금융기관의 괄목할만 한 성장이 놀랍다.

물론 전혀 알지 못하는 국가에서 한 기업을 통인수하려는데 당연히 따라오는 큰 리스크는 피할 수 없다. 전 세계에 이미 진출해있는 해외동포인력망의 활용 등 창의적인 리스크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필자는 이러한 통인수에 관해서는 사모펀드도 기업형 벤처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로서의 세제 혜택을 주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해외기업 통인수는 검증능력을 가진 사모펀드, 그리고 추가로 검증을 하는 기관투자자내의 리스크관리팀이라는 자원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기업이 단독으로 인수하는 것보다는, 사모펀드와 협력하여 인수하는 것을 권한다. 그런데, 그러한 검증·실사(Due Diligence) 비용을 생각해보면, 전체 규모가 5000만 달러 이하의 상대적으로 작은 딜들은 어렵지 않나 싶다. 투자에 실패하여 필자에게 상담을 해온 사모펀드들의 해외투자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5000만 달러 이하의 작은 프로젝트들이었다. 상대적으로 작은 프로젝트에 많은 검증·실사 비용을 쓸 수 없어서 발생하는 리스크의 단면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이한 자세로, 외국 사모펀드들의 투자에 보조적 참여를 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메이도프(Madoff) 라는 희대의 사기꾼(화려한 경력을 갖추고 9%라는 크게 높지도 않고 적당한, 그러나 시장수익율보다는 높은 수익율을 앞세운 고도의 폰지 사기술을 펼쳤다)에게 돈을 맡겨서 상당한 수익을 매년 올리고, 그렇게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자기 자신의 불패신화를 만들어서 투자자를 모았던 몇몇 투자 매니저들 참혹한 결과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켜 주고 싶다.

필자라면 차라리 하지 않겠다. '내'가 선정하고 '내'가 실사하고 '내'가 집행하면서 '내'가 실패하면 '내'가 등록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큰 이름-명성에 따르는 '분위기'에 따라 투자하는 것은, 굉장히 강한 커버넌트(Covenant, 채권자/투자자 보호협약)가 없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안이'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사모펀드 업계에 들어오면 안되는데, 사모펀드 업계에 그런 '안이'한 사고방식을 가진 매니저들이 많아지는 이유를 조금 후에 설명하겠다.

불패 신화로부터 오는 리스크는 상당히 크다. 펀드 운용자는 쫓기는 심정을 가지게 된다. 여러가지 분야에 다급하게 진출한다. 불법이거나 무리한 투자가 사모펀드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점점 리스크가 높은 투자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많이 당하는 사기로는 곧 계약이 해지될 큰 고객에 관한 정보를 은폐하고 과거 실적만을 기초로 회사를 약간 싸게 파는 행위이다. 물론 엄청난 양의 실사비용을 쓰면 잡아 낼수 있다고 이론적으로 생각해볼 수는 있다. 하지만 필자도 과거 몇번의 인수 시 실사팀을 파견해서 인수대상 실사를 했지만, 이런 행위를 잡아내지 못하고 상당한 손해를 본 경험도 꽤 있다. 유명 회계회사 유명 법률회사에 높은 비용을 주고 실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계약이 해지될 큰 고객, 예고된 정부의 제재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대형 고객들과의 장기계약 확인 등의 안전 장치를 해놓을 수도 있다. 적어도 2~3년은 풋옵션을 행사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많이 사용하여 크게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해외에서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차후정산(Earn Out) 조항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즉, 인수가격의 일부를 2~3년 뒤에 주는 방식을 말한다. 회사의 실적이 좋아지면 원래 인수자에게 웃돈을 주는 것인데 그렇더라도 이렇게 하는 것이 참 좋은 안전장치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차후정산 조항을 넣으면, 인수대상기업에 대한 가격협상에 쉽게 돌파구가 열리기도 한다.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의 실패로 불패의 신화가 무너진다는 앞선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자. 현재는 엄격한 규제로 과거 한국 재벌처럼 순환출자 계열사 지원 등의 방법을 쓸 수 없다. 불패의 신화를 유지하기 위해 손실이 난 프로젝트에 무리해서 (심지어는 불법으로) 손실을 메꾸어 놓거나 은폐하고 싶은 유혹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자기 소유의 다른 펀드로 실패한 프로젝트를 비싸게 산다던가 다른 사모펀드와 실패한 프로젝트를 비싸게 교차투자하는 일들을 하게 되는데 딜 매니저가 보통 2번 실패하면 사모펀드에서 해고 당한다.

실패를 숨기기 위해 하는 딜들은 곧(궁극적으로) 폭로된다. 재벌회사들이 불법을 많이 저지르면서 무리한 고속 성장을 하던 시절과 유사하다. 프로젝트의 초기에는 회사 내부 자금으로만 운영하고 어느 정도 리스크가 줄어들었을 때 외부 투자자의 돈을 사용하는 것을 권하지만, 이러한 소심하고 안이한 태도는 사모펀드와는 맞지 않을지 모르겠다.

6. 불리한 거시 경제 환경의 장기 트렌드

앞선 글에서 역사상 유래 없었던 장기간의 초저금리시대가 오면서 이자수입에 의존했던 연기금들이 사모펀드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 밖에 없었던 배경, 사모펀드에 유리했던 거시 경제 환경에 대해 다뤘다. 2023~2024년 현재는 고금리등 불리한 거시경제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은다. 필자는 현재의 고금리가 계속되지 않고 이자율은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초저금리시대로 쉽게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연기금이 반드시 사모펀드에 돈을 맡기지 않아도 어느 정도 고수익이 가능해지면서, 차입인수(LBO)도 점점 어려워진다. 운용자산을 쉽게 크게 늘릴 수 있었던 환경이 사라지고 재투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과거 사모펀드에 자금을 공급하면서 큰손 역할을 해오던 연기금 중 사모펀드에는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고 반대로 연기금 내에서 자체 사모펀드팀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가끔가다 기관들 사이에 투자금 회수 등의 분위기가 조성되어 여러 연기금이 일시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일들이 왕왕 벌어지기도하는데 앞으로 그런 일이 더 자주, 더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해외 연기금으로 투자자를 확대하지 않으면 이러한 거시경제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할 사모펀드들이 많이 질 것이다. 자기 시장(niche)이 없는 작은 사모펀드들은 이러한 거시 경제 리스크를 감당치 못해 대부분 사라지거나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7. 자기 시장(niche) 확보 실패에 따르는 리스크(자기 문화 창립·확립 실패에 따르는 리스크)

미국의 경우 특정 지역이나 특정 업종 등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프로젝트에 집중하면서 수십년동안 동일한 임직원들이 그대로 남아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있는 작은 사모펀드들이 꽤 있다. 그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심지어는 투자대상이 되는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오너보다도 더 뛰어난)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필자는 북미 서부 지역의 호텔을 인수·경영개선·되팔기 하는 일을 했었고 수익도 좋았었는데, 수익이 좀 발생하자 파트너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다. 분쟁을 해결하고 사업을 계속할 수도 있었지만 돈이 벌린다 하더라도 마음이 맞는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면 공허한 일생이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 사업을 정리했다. 처음부터 오랫동안 일생을 같이 할 파트너와 기업문화를 가지면서 영속적 불패신화를 유지한다는 것은 정말 귀하고 어려운 일이다.

사모펀드의 독특한 기업문화 형성은 '돈과 성공'을 넘어서는 것이며, 이를 실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외국의 유명한 사모펀드들조차도, 수조 단위의 수익을 올리고 임직원들이 큰 금액을 받는다는 소문을 넘어서, 그 자체로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사모펀드가 단순한 '돈놓고 돈먹기'의 구조를 넘어서 자생적으로 존속하며, 임직원들에게 상실감이나 공허감을 넘어서는 경제적 만족을 제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불패신화는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의 믿음을 필요로 한다. '왜 우리는 불패인가?'라는 질문에 임직원들이 진심으로 동의하고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큰 도전이다. 특히, 임직원들이 큰 성과급을 받았을 때 그 금액을 사모펀드 내 다른 투자처에 재투자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회사의 불패신화와 그 가치에 충성하는지 의심받는다. 투자할 특권을 부여받은데 감사 표현인 셈이다.

그리고 이익의 분배와 후계문제에 관해서도 확실한 설계도를 가진 사모펀드가 많지 않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한국 재벌회사들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사모펀드들이 대부분인데 임직원에 대한 보수가 창업자·오너가 베풀어주는 구조로 이뤄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후계문제가 궁극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고 한국의 1세대 사모펀드들은 대부분 후계문제를 직면하고 있다.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사실 기업의 후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부 사모펀드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데 대부분의 사모펀드도 후계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컬하다. 다른 기업의 후계 문제를 도와주는 사모펀드 자신의 후계 문제를 해결해 줄 대상으로 가장 좋은 것은 다른 사모펀드일지 모른다. 아마 이것이 굉장히 크게 성장할 것이다. 지금 사모펀드간의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아마 사모펀드 자체가 가장 활발한 거래의 대상이 될 것이다.

8. 경쟁 격화 리스크

한국에도 이미 1000개가 넘는 사모펀드가 등록되어있고 사실상 사모펀드처럼 운용되는 개인회사들까지 포함하면 수천개의 실질적인 사모펀드가 존재한다고 봐야한다. 연기금을 향한 펀딩과 투자 대상기업, 인재풀을 향한 경쟁도 치열해지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큰 돈을 소수의 사모펀드만 쓸 수 있던 시절에 누리던 독점·특권적 우위가 점점 없어진다.

금융시장이 '위기 상황'을 벗어나 적정 수준으로 회귀했을 때 내가 좋은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으면 적당한 돈이 들어오게 되고 그런 기회는 다른 사람들도 동일하게 가지게 된다. 내게 배타적으로 투자할 소스들이 소진된다. 관리자산(AUM)을 다른 펀드들보다 크게 늘리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래서 많은 경우 생명보험회사·금융기관을 인수하려고 시도하지만 규제 등으로 어렵다.

사모펀드가 많아지면 투자자들에게도 선택이 많아진다. 펀딩의 조건도 사모펀드에게 까다로와지고 투자 대상 기업의 인수가격과 인재들의 영입비용도 크게 올라간다. 초기에는 사모펀드간에 서로 협동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분위기지만 곧 여러 사모펀드가 경쟁을 하고 굉장히 심한 적대적 경쟁을 하게 된다. 아마 한국도 곧 그런 상태로 들어갈 것이다.

투자 대상의 가격이 올라가면 프로젝트 완료 시 수익률은 현격히 저하된다. 이것이 불패신화의 리스크와 맞물리면서 사모펀드 업계의 대규모 도산사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은 필연일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필자가 뒤에 말할 블루오션 분야에 진출해야 사모펀드로서의 생존과 성장 희망이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현실적인 수익률을 기반으로 계획을 짜야한다.

[김영수 이스트우드컴퍼니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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